전자책/서평

생각한다는 착각 (닉 채터, 웨일북)

작은독서가 2022. 2. 9. 03:56

<내면은 없는가?>

책 '생각한다는 착각' 전자책 표지 사진

우리는 인간 가운데 내면이 있다고 믿는다. 설령 이것이 과학적인 이론에 기반한 것이 아닐지라도, 우리는 마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문명 이전부터 그러했다. 이후 철학, 종교, 심리학 등등 내면을 탐구하는 학문과 사조들도 오랜 시간을 지나면서도 이를 믿었다. 요컨대 사람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 내면의 자아를 탐구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생각. 그래서 표면으로 드러나는 우리의 행동 따위는 내면을 근거로 설명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을 말이다.

이런 생각은 과연 올바른가? 저서 ‘생각한다는 착각’에서는 위와 같은 오랜 상식에 반기를 든다. 도발적인 제목처럼, 저자는 마음은 허상이라고 주장한다. 내면은 그저 우리의 상상일 뿐, 인간은 그저 즉흥적인 창작을 계속하는 기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은 언뜻 이해되지 않는다. 내면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직관적이고 상식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천동설이 참이었던 것처럼, 또 정상 우주론이 빅뱅 이론이 나오기 전 정설로서 인정받은 것처럼 우리의 생각은 틀렸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의 주장이 어떤 건지는 들어봐야 되지 않을까?

이 책을 읽을 여러분께, 잠시 우리가 갖은 상식을 일단 내려놓기를 추천한다. 상식으로 이 책의 내용을 바라본다면 독자들은 절대로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저자의 주장은 그만큼 파격적이다.


마음의 유무

책의 내용은 하나의 사실을 증명하는 데 집중한다. 바로 인간의 내면이란 것은 허상이라는 것, 사람은 상황에 맞게 즉흥적으로 말하고 행동할 뿐이라는 것, 그리고 인간의 비교적 일관된 언행은 내면의 ‘원리’가 아니라 이전에 경험한 ‘선례’들을 추종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 책 내용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주장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비유법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저자는 소설을 활용했다. ‘안나 카레니나’의 주인공이 바로 그 예다. 그는 ‘안나 카레니나’를 읽는 독자들이 예상하는 다양한 그녀의 내면은 없다고 한다. 심지어 그는 만일 ‘안나 카레니나’가 소설이 아니고, 주인공이 살아있는 사람이며, 그래서 본인이 직접 자신의 내면에 대해 말할 수 있을지라도 그건 믿을 수 없는 본인의 상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그는 이 작품에서 독자들이 어떤 상상을 하던 실제로 알 수 있는 건 작가 톨스토이가 쓴 글 그 자체뿐이라고 한다. 이렇듯 내면의 존재를 부정하는데 소설을 끌어들이는 방식은 상당히 참신하다. 분명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을 독자에게 이해시키기 위한 저자의 고육책이었으리라.

두 번째로 인상적인 건 과학적인 실험과 이론을 풍부하게 활용한다는 점이다. 이 책은 마음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다양한 과학 실험과 그 결과를 소개한다. 예컨대 지각과 관련된 실험으로 외부 감각에 의해 쉽게 바뀌는 우리의 언행에 대해 꼬집는다. 또는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그림을 통해 인간의 얄팍한 내면 심리를 드러낸다. 이론의 경우에는 대표적으로 영화 분야에서 등장하는 쿨레쇼프 효과를 끌어온다. 이렇듯 비유적인 설명, 과학 이론, 실험 결과, 그리고 다방면에 걸친 지식이 등장한다.

이 책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책의 내용을 대강 설명하였다. 이제는 이 책 자체에 대한 평가를 해본다. 우선 장점으로는 이 책은 매력적인 주장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생각한다는 착각’이라는 제목처럼 도발적인 내용은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실제로 이 책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으니 호기심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한편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이론, 효과, 사례 등을 보여주고 있어 충실한 교양서라고 할 수 있겠다.

문제는 저자가 세심하게 고른 근거들은 전부 저자가 자신의 주장을 위해 ‘편집’ 한 것이라는 점이다. 상식에 반하는 저자의 주장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이라고 포장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책에 나오는 내용들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는 인간의 내면을 부정하는 데는 부족함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프로이트부터 시작된 심리학의 계보에서 인간의 내면세계에 대한 이해를 축적해왔다. 이는 수많은 상담 기법, 정신 치료의 발전을 이루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책을 보면 저자는 이러한 성과를 무시하고 있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저자는 이러한 성과에 대한 반론을 치밀하게 준비해야 했다. 하지만 그러한 내용은 부실하다. 저자는 분명 자신의 입으로 인간 내면이 존재한다는 상식을 떨쳐내는 것이 힘들었다고 이야기하였다. 그렇다면 저자는 내면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뿐만 아니라 인간 내면의 존재로 인한 성과가 실제로는 그것 때문이 아니라는 반론을 구체적으로 해야 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지 않았다. 그것이 이 책에서 아쉬운 부분이다.


‘생각한다는 착각’은 인간 내면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는, 상식에 반하는 주장이 적힌 책이다. 인간의 사고는 곧 인간의 존재 그 자체를 증명한다. 그걸 부정하는 저자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이 책은 주제 자체는 간단해도, 이를 증명하는데 들어간 근거들이 상당히 많고, 다양한 범위를 아우르고 있어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 추천하기 어려운 책이다. 충실한 내용이 오히려 독이 된 꼴이다. 또한 상식에 반하는 주장은 독자에게 당황스럽고 불쾌한 감정을 느끼게 할 수 있다. 그 결과 쉽게 저자의 주장에 납득하기 어렵다. 한편 앞서 단점으로 설명하였듯 인간 내면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인류는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그런데 이 책은 이러한 성과를 무시하는 듯하다. 적어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이 책을 읽으려는 분들께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 이 책은 그저 인간의 생각에 대한 하나의 주장일 뿐, 이것 자체가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저 가능성 있는 주장 중 하나로 받아들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이 책을 읽자. 그리고 단순히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저자의 참신한 사고방식을 배우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그의 주장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의 생각은 도발적이면서 창의적이다. 그냥 무의식중에 받아들였던 상식을 깨뜨리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도 어떤 것이든 상식을 파괴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 생각을 떠올리며 서평을 마친다.


생각한다는 착각
인간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 정말 정치색을 고를까? 똑같은 질문에도 매번 같은 대답을 할까? 우리는 생각과 욕망, 행동이 알 수 없는 깊은 내면세계에서 비롯된다고 굳게 믿으며, 숨겨진 내면이 있다고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그렇기에 내면을 다 알지 못하고는 자신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저자 닉 채터는 베일에 가려진 심오한 마음이라는 것이 사실상 없다고 주장한다. 최고의 행동과학자인 저자는 그동안 해온 연구의 방향과 완전 다른 새로운 개념을 뇌과학, 신경과학, 인지심리학, 행동심리학 등을 통해 밝혀낸다. 내면의 믿음이나 가치, 욕망이라는 것은 딱 정해진 무언가가 아니라 과거 경험에 의해 만들어진다. 즉, 오늘의 기억은 어제의 해석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내면 기저에 있는 어떤 것에 영향을 받아서 행동한다기보다 스스로 계속해서 정체성을 만들고 끊임없이 즉흥적으로 행동한다. 결국 이렇게 만들어진 경험이 우리 자신의 행동 방향성과 내면의 심리까지도 영향을 끼친다. 이 책은 우리가 수백 년간 품어온 선입견에 대담하게 도전하며 나와 타인을 이해하는 완전히 새로운 지평을 제시한다. 자신의 꼬인 마음을 해결하려 애쓰는 대신 삶을 알아가는 창조적인 프로젝트에 더 집중해야 한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더 일관적인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내면에서 정답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신의 내면을 찾는 일은 비효율적일 뿐이다. 무의식을 버림으로써 우리는 삶을 재구성할 수 있다.
저자
닉 채터
출판
웨일북(whalebooks)
출판일
2021.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