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지옥 - 세상 밖으로 쫒겨나는 노인들의 절규 (아사히 신문경제부, 율리시즈)
<옆에는 지옥이 있다>
우리 사회는 초고령화 사회로 향하고 있다. 출생자 수가 줄어드는 것을 걱정하는 이 순간에도 노인 인구는 늘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출생률을 생각하는 만큼 노인인구의 증가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만큼 노인에 대한, 노인의 복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적다. 그렇지만 우리들이 이런 태도를 취하는 순간, 지옥은 말없이 우리 눈앞에 성큼 다가올 것이다. 우리는 언젠가 노인이 된다. 그리고 우리는 언젠가 지옥을 목도한다.
지옥이라니. 과장되었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보다 앞서 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노인들에게 지옥이 되어가고 있다. 이번에 읽은 책 ‘노인 지옥’은 바로 이러한 일본의 노인 복지 상황을 고발한다. 지금까지 일본의 노인 복지 시스템이 좋다고 생각하신 분은 주목하시길. 일본의 노인사회는 이미 지옥이라고 불러도 별 다를 바가 없는 사회이다.
현재 일본의 노인들은 특별한 세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불어온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난 이들은 국가발전의 기둥이었다. 단카이 세대로 불리는 이들은 현대 일본의 발전의 초석이 되었다. 하지만 이들은 노년에 대한 준비를 거의 하지 못했다. 했다고 해도 충분하지 못한 사람도 많았다. 이들이 젊었을 적, 일본은 엄청난 호황이었다. 그래서였는지 이들은 노후 준비를 외면했다. 또한 자녀를 키우는 데 집중하여 그들에게 돈을 쏟아부은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데 이들은 제 미래를 위한 투자에는 인색했다.
그 결과 이들이 은퇴하는 현시점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갑작스러운 노인 인구의 증가. 폭증이라고 해도 좋을 노인층의 증가를 국가가 케어하는 건 무리였다. 그렇다고 이들이 제대로 노후 준비를 해 놓은 것도 아니다. 준비했다고 해도 체계적인 계획을 짜고 한 일은 아니었다. 이제 지옥이 시작되었다.
아니, 지옥이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이 맞다. 지옥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빈방처럼 이미 지옥을 갖춰둔 사회가 손님들인 노인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을 뿐이다. 이제 그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인간 세상의 지옥도를 한번 훑어보면 다음과 같다.
국가가 운영하는 질 좋고 값싼 요양 시설은 수백, 수천의 사람들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있을 정도로 만원이다. 그렇다고 사설 요양 시설을 알아보면 가격대가 만만찮다. 결국, 돈이 없는 이들이 대부분인 노인층은 결국 값싸고 저질인 요양 시설을 택한다. 그곳이 아무리 지옥일지라도 돈이 없는 이들에게는 갈 곳이 없다. 이곳에서는 심심치 않게 병이 창궐한다. 병에 걸린 사람들은 제대로 된 케어를 받지 못한다. 좁은 시설 규모 때문에 병 든 자와 그렇지 않은 자가 뒤섞여 잠을 청한다. 그러면 또 누군가 병에 걸리고, 그 병이 또 다른 사람에게 옮기기를 반복한다. 악순환은 끝이 없다.
케어 인력도 턱없이 모자라다. 법은 무슨. 갑자기 정부 관계자가 들이닥치면 백이면 백 위법, 범법으로 붙잡히리라 장담할 수 있을 정도로 운영이 형편없다. 수많은 사람을 케어하면서 밤에는 한 명뿐인 케어 인력은 듣기만 해도 한숨이 나온다. 당연히 밤중에는 노인들이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마음껏 할 수 없다. 대신 가져다 놓은 요강 따위가 사람들이 자는 방에 떡하니 있다고 하는데 아침이 되면 악취가 진동한다.
집에서 가족들에게 케어를 받는다고 한다면 이 지옥에 가족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된다. 이 책에서는 자신의 가족을 봉양하느라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한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후 봉양하던 가족들이 사망하였음에도, 이 사람은 미래를 그릴 수 없다. 젊은 시절을 요양에 바친 사람에게 남은 것은 경력 없는 자기소개서와 희망 없는 미래, 그리고 자신이 그토록 잘 알고 있는 지옥인 노환뿐이다.
그렇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요원하다. 애초에 노인 요양에 큰돈이 드는 상황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이 문제에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다른 문제에 골몰하는 순간 노인들의 삶은 점점 나락에 떨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다른 세대에 비해 약하기에 이들의 문제는 외면받기 일쑤다. 하지만 과연 이런 문제가 남의 이야기일까. 다른 세대들이 이를 외면한다고 해도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는 부메랑이 될 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건강하게 살다 가는 것을 누구나 꿈꾸고 의심하지 않지만, 결코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부지기수는 병에 걸리고,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사례를 담담하게 풀어나가는 이 책은 한국의 미래를 보여준다. 노인사회의 문제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추천한다. 만약 이 책을 펼친다면, 환영한다. 그대들은 미래의 지옥을 엿볼 기회가 주어졌다. 이걸 본다면 부디 우리 세대에서 이 문제를 끝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도 언젠가 노인이 된다. 지옥에 가고 싶지는 않지 않은가?
- 저자
- 아사히 신문 경제부
- 출판
- 율리시즈
- 출판일
- 2017.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