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서평

나는 아동학대에서 아이를 구하는 케이스워커입니다 (안도 사토시, 다봄)

작은독서가 2022. 5. 8. 00:46

<의도는 좋다>

책 '나는 아동학대에서 아이를 구하는 케이스워커입니다' 표지 사진입니다.
책 '나는 아동학대에서 아이를 구하는 케이스워커입니다' 전자책 표지 사진

서론

아동학대 문제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도 마찬가지다. 사람 사는 사회가 다 비슷비슷하듯 아동학대 문제도 어디를 가나 존재한다. 이 책 ‘나는 아동학대에서 아이를 구하는 케이스 워커입니다’는 일본의 아동학대와 이에 대응하는 케이스워커를 조명한다.

필자는 이 책을 아동학대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아동학대에 관심이 없었거나 소홀했던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저자 안도 사토시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의 내용은 마치 소설처럼 쓰여있어 읽기 편하다. 또한 아동학대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거나, 학술적으로 분석하지도 않아 읽는데 힘을 들일 필요는 없다. 케이스워커가 무엇이고, 이들이 뭘 하는지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고 큼직 큼직 설명한다는 특징도 있다. 따라서 아동학대에 관심이 있던 사람들에게는 수준(?)이 맞지 않을 것 같다. 한마디로 아동학대에 관한 입문서 수준의 책이다.

아동학대와 케이스워커

학대 받은 아이 모습 사진
아동학대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존재한다.

이 책은 사토자키라는 주인공이 일반 사무직 공무원에서 아동 상담소의 케이스워커가 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아동 상담소는커녕 아동학대에 대하여 심각한 무지 상태에 있는 일반 성인이다. 그런 사람이 엉겁결에 아동 상담소에 발령을 받고, 또 아동 상담소 인원들의 격려, 지원, 그리고 텃새를 포함해 많은 사건들을 겪으면서 케이스워커가 되어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서술한다.

일단 이야기를 하기 앞서 케이스워커에 대해 소개하는 것이 낫겠다. 케이스워커는 아동 문제와 관련한 전반적인 업무를 실제 현장에서 수행하는 이들을 말한다. 이들이 하는 일들은 다양하다. 아동 및 부모와의 상담, 행정업무, 법률문제 처리, 아동 임시 보호, 학대 아동 구출 등 아동, 특히 아동학대와 관련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한다.

당연하지만 이 케이스워커라는 직업, 절대 만만하지 않다. 자격도 실력도 있어야 한다. 문제는 주인공 사토자키에게 그런 건 아예 없었다. 당연히 일반 사무직밖에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왕성한 호기심과 타인에게 쉽게 공감하는 성격 덕분에 그는 케이스워커 일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수행하게 된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다른 동료들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독자에게까지 답답함을 느끼게 하는 그는, 책 종장 부분에서는 한 사람의 훌륭한 케이스워커로 거듭나게 된다.

의도는 좋았다

앞에서 이 책은 입문서라고 단언했다. 사실 이건 최대한 긍정적으로 한 평가다. 작가 안도 사토시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을 품고 이 책을 썼을 것이다. 아동학대 문제가 심각한 요즘, 이런 책이 출판하겠다고 결심하였다는 자세는 훌륭하다. 인간적으로 존경한다. 하지만 존경받는 인간이 존경받을 만큼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은 아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이 책, 내용이 별로 좋지 않다.

우선 아동학대 사례를 소개하는 곳부터 문제이다. 이 사례들이 너무 전형적이고 평면적이다. 어디선가 들어본 내용이다. 구체적이지도 않다. 덧붙여 아동학대 사례들이 얼렁뚱땅 해결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렇게 해결되는 게 맞는 건가 싶은 정도로 해피엔딩으로만 끝난다. 사토자키를 포함해 다른 아동 상담소의 구성원들은 일을 척척 해결한다. 많은 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사건의 수위를 조절했다는 것이 눈에 보인다. 그런데 아동학대에 관심을 집중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면 현장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게 더 나았을 것이다. 솔직히 이들 아동들의 모습보다 다른 평범한 청소년 소설에 나오는 빈곤한 삶을 사는 인물들이 더 입체적이며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감히 장담할 수 있다. 필자가 내용상 자극적인 걸 옹호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독자를 사로잡을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는가.

한편 케이스워커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히 설명되어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주인공과 동료들이 아동학대 사건을 맡아 처리하는 모습을 보면 케이스워커가 하는 일들을 대략적으로 추측할 수는 있다. 그런데 소설 형식이라는 특징 때문에 직책을 설명문처럼 상세히 기술하지 않는다. 아니, 소설이라서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는 건 핑계다. 소설이라도 글솜씨가 뛰어나다면 케이스워커의 일도 제대로 묘사하고, 또 사례도 사례대로 잘 묘사하여 독자들의 재미를 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정도 수준은 절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그냥 이 책은 소설로서 별로라는 점이다. 이는 작가의 역량 문제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쓸데없는 갈등 상황의 연출, 쓸데없는 러브라인 등이 그것이다. 우선 전자의 경우 처음 아동 상담소에 온 주인공이 기존의 상담소 직원과 충돌하는 장면이 있다. 이들과의 충돌은 이 책이 거의 반 정도 지나갈 때까지 계속 나온다. 그런데 이들의 갈등이 딱히 필요한 것이 아닐뿐더러 오히려 내용의 개연성, 현실성을 박살내고 있다는 점이다. 추가로 이걸 읽는 독자에게 불쾌감을 줄 가능성도 있다. 작가는 이걸 소설에서 재미를 주는 장치로 생각한 걸까. 그런데 이 갈등은 그냥 짜증스러울 뿐이다. 존재의 이유도 솔직히 알 수가 없다.

후자의 러브라인은 솔직히 말하면 기가 찬다. 이 러브라인은 주인공과 주인공의 공무원 동기이자 아동 관련 부서에 있는 다마루라는 사람과의 관계다. 사랑 그 자체가 솔직히 문제가 될까. 이것도 작가의 역량 문제 때문에 지적하는 것이다. 사랑 그 자체가 이 책에 필요한가? 둘의 관계는 솔직히 그냥 알고 지내는 사이 이상이라는 걸 대번에 알 수 있다. 굳이 둘이 사적으로 근무 시간 외에 외식을 하면서 문제 상담을 하고, 또 이걸 반복하는 것이 그냥 직장동료 관계는 아니지 않은가. 주인공이 힘들 때마다 생각하는 대상이 그 사람이라는 것도 평범한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암시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둘의 관계가 중심 내용으로 부각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주인공이 위험한 상황에 처할 때 주마등처럼 다마루의 모습이 생각이 나고, 이후에 둘이 만나서 상대에 대한 마음을 자각하는 장면이 나온다.

로맨스 소설이라면 뜬금없는 급전개라고 비판할 수 있겠다. 근데 이거, 로맨스 소설이 아니다.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다시 이 장면을 보자. 머릿속에 ‘왜?’라는 물음이 들 것이다. 이 장면에서는 책의 내용이 아동학대와 케이스워커 이야기에서 케이스워커 주인공과 동기의 사랑 이야기로 바뀌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아동학대와 케이스워커를 소개하기 위해 소설 장르를 차용하여 쓴 글이다. 그렇지만 작가의 역량 한계로 인해 아동학대의 사례는 밋밋한 사건들이 되었다. 케이스워커 소개도 대강대강 넘어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지 제대로 이해가 안 된다. 마지막으로 소설을 쓰기 위해 억지로 갈등이나 연애감정을 쓸데없이 집어넣었다는 문제가 있다.

결론

앞서 많은 비판을 했지만 이 책이 추천하지 못할 정도라는 뜻은 아니었다. 처음 아동학대에 대한 책을 읽어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이 정도의 책이 읽기 편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의 장점이 바로 술술 읽힌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동학대 사례의 경우에도 사건이 구체적이지 않고 수위를 조절했다고 했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는 나오는 사례들만으로도 충분히 충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충격을 받기를 원하지는 않지만 아동학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계기가 될 것이다.)

이 글을 마치기 전, 아동학대에 관한 책 하나를 추천하고자 한다.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읽어도 좋고, 바로 건너뛰고 추천하는 책을 읽어도 좋을 것이다. 바로 ‘아동학대에 관한 뒤늦은 기록’이다. 우리나라 아동학대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막연히 학대로 인해 아동이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책이다.


나는 아동 학대에서 아이를 구하는 케이스워커입니다
연일 아동 학대 관련 기사가 쏟아진다. ‘폭언, 폭력, 사망…….’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기사 내용은 더없이 자극적이다. 가혹한 학대와 폭력을 가한 부모를 향해 악마를 본 것처럼 손가락질하면서, 피해 아이에겐 한없는 동정을 보낸다. 하지만 그 순간일 뿐이다. 뉴스가 사라지면, ‘아동 학대’에 대한 분노와 피해 아이에 대한 관심도 동시에 사라져 버린다. 마치 아동 학대가 더 이상 없는 것처럼. 작가 안도 사토시 또한 아동 상담소에서 근무하는 동안 아동 학대 및 아동 복지에 대해 대중의 인식이 얼마나 부족한지 절감했다. 그리고 제한된 숫자의 아동 상담소와 전문 인력만으로는 증가하고 있는 아동 학대 신고에 심층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역부족이라는 판단에 이르자 아동 학대로부터 어린 생명을 구하는 케이스워커의 이야기를 지면에 옮기기로 결심한다. 이 책은 작가가 본인의 경험으로 설계하고 실제 아동 학대 사례로 쌓고 채워서 완성한 에세이다. 학대 받는 아동과 그 가족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케이스워커(사회 복지 활동 전문가)와 상담사의 업무와 고뇌가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어 그들의 역할을 이해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이야기는 아동 상담소에서 처리하는 여러 유형의 케이스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아동 복지의 본질과 중요성이 곳곳에 녹아 있다. 무엇보다 개성이 뚜렷한 등장인물들의 거침없는 대화는 자칫 딱딱하고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외면하지 않고 직면할 수 있게 도와주며 ‘아동 학대’와 ‘아동 복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선입견과 무지함을 자연스레 진단하게 한다. ‘아동’과 ‘학대’라는 단어와 전혀 상관없는 생활을 하던 공무원 사토자키. 그가 좌충우돌하면서도 진정한 케이스워커로 성장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아동 학대를 바라보는 대중의 인식 또한 바뀌길 바라는 작가의 절절한 마음을 만나게 된다. 아동 학대는 ‘남’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며, ‘특별히’ 나쁜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그러니 학대 앞에 놓인 어린 생명을 구하는 것은 사회 구성원 모두를 향한 특명이라는 것을 기억하자고 부르짖는 듯한 마음을.
저자
안도 사토시
출판
다봄
출판일
2020.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