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 (우석훈, 한겨레출판)
책 소개
우리의 민주주의는 길거리에나 있는 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대부분 회사 문턱에 들어서기 직전, 민주주의를 버린다. 희한하다. 수 백만이 한날한시에 시위를 벌이는 나라다. 시위로 정치를 바꾸기까지 하는 우리. 그렇지만 유리창 하나 사이를 두고 시위를 하는 사람과 회사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을 비교하면 같은 한국인인가 싶다. 바깥과는 달리 회사는 군사 독재를 뺨친다. 박정희, 전두환이 기업을 경영해도 이럴까 싶다. 그런데 또 이런 상황을 우리는 견디기만 한다.
책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는 회사의 비민주적인 행태를 꼬집는 문제작이다. 이 저서의 핵심 키워드는 바로 ‘직장 민주주의’다. 상명하복, 권위주의, 부당한 명령 복종 등, 회사는 사회 초년생이 보기에는 학교에서 배운 것과는 영 딴판이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반발하면 기성세대의 말. 바로 ‘사회생활’이라는 말이 날아온다. 조금 더 반발하면 ‘나 때는 말이야.’ 웃으면서 받아 주는 하급자는 그저 마음속에 ‘꼰대’라는 단어를 삼킬 뿐이다.
저자 ‘우석훈’은 이 책을 2018년에 썼다. 슬프다. 이게 무려 지금으로부터 4년이나 된 책이라니. 상황은 지금도 별반 나아진 것이 없다. 회사 민주주의는 요원하다. 오늘도 회사의 꼰대는 그대로 꼰대다. 자기 정도면 그래도 괜찮다는 상급자도 있다. 천만의 말씀. 하급자에게는 그게 그거다. 오히려 퇴보하는 것 같다.
책은 회사 민주주의를 세 가지로 설명한다. ‘팀장’, ‘젠더’ 그리고 ‘오너’ 민주주의가 그것이다. 저자는 회사 민주주의가 정책, 문화 몇 개를 바꾸면 극적인 효과가 나타나리라 생각한다. ‘꼰대’, ‘진상’, ‘갑질’ 사례들을 들면서도 낙관적이다. 저자가 말하는 방법이란 다음과 같다. 가령 회사 민주주의 인증제, 팀장의 민주주의 교육 따위이다. 덧붙여 정부의 경제적 유인책을 촉매로 사용하는 걸 추천한다. 그런데 필자의 생각에는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니지 싶다. 말은 쉽다. 하지만 보수적인 곳 중 가장 보수적인 곳이 회사다. 회사에서 민주주의 이야기를 꺼낸다? 그 순간 그 사람은 어떻게 될지 안 봐도 비디오다. 안 잘리면 다행이다. 따돌림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
필자가 회의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는 저자의 회사 민주주의 모범 사례 때문이다. 그는 카카오와 서울우유 협동조합을 소개한다. 둘의 민주주의, 책의 말만 들으면 민주주의의 최첨단에 있는 회사 같다. 하지만 사정은 반대다. 카카오 자회사의 웹툰 작가를 과로로 유산케 하는 과중한 업무에서 민주주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서울우유 협동조합이 광고로 젊은 여성을 마치 젖소인 양 표현할 때, 민주주의는 어디에 있었을까. 저자가 취재한 것 치고 근거가 부실하다.
한편 이 책은 저자의 정치 성향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기업 집단 – 특히 삼성 등의 대기업들 – 은 민주주의를 짓밟고 권위주의, 군대식 문화에 절어 있는 못된 조직이라는 인식을 준다. 그러면서 외국 기업 찬양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저자의 편견과는 달리 외국 기업도 딱히 좋지 않다. 구글은 인도계 직원들이 자국의 카스트 문화를 가져와 서로 차별하고 차별받는다. 애플은 안면 인식 잠금 해제 기술을 위해 직원 안면 등의 사진을 가져갔다. 사전 동의는 없었다.(아, 물론 촬영 당시 강제적으로 동의서에 사인을 받기는 했다.). 어쨌든 외국 기업이라고 나은 건 아니다. 그런데 책은 이런 내용은 쏙 빠져있다.
이렇게 보면 저자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걸까. 과연 순수한 의도로 작성된 책인가.
젠더 민주주의 파트는 진보의 입장을 대변한다. 2030 남성에 대한 비하, 여성에 대한 찬양이 그것이다. 젠더 민주주의, 얼마나 좋은 말인가. 그래도 여성 청년들이 존재론적인 고민, 심각한 사안에 진지한 고민을 할 때, 남성 청년들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산다고 단정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 마초 문화를 비판하는 저자가 필자가 보기에는 정말 마초, 꼰대 같다. ‘요즘 남자들은 이렇고, 여자들은 이렇고 그래.’ 이런 평가를 하는 자체가 마초, 꼰대 행동 아닌가.
결론은 이 책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는 시대 요구를 짚은 것은 좋다. 책은 회사 민주주의는 자칫 당연하다고 여긴, 사내 권위주의와 비민주주의의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한편 글이 전체적으로 근거가 빈약하다. 문제 해결책은 구체적이지도, 참신하지도 않다. 사례는 오류가 눈에 띈다(물론 발간 기준 시점에서 시간이 지나 어쩔 수 없기도 하다.). 이 책의 흠은 바로 이것이다.
추천 독자
추천 독자는 기성세대이다. 특히 자기가 꼰대가 아니라 생각하는 기성세대들은 꼭 책을 봤으면 좋겠다. 기성세대 중 많은 수가 꼰대다. 자기만 모를 뿐이다. 필자는 이걸 읽고서 그들이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깨달았으면 좋겠다. 꼰대 짓 좀 그만 하자. 민주주의 좀 챙기자.
추가로 당부할 말이 있다. 이 책은 저자 ‘우석훈’의 생각, 정치적 지향점이 가감 없이 들어가 있다. 따라서 독자는 스스로 비판적인 글 읽기를 해야 한다. 적어도 사례는 직접 찾는 걸 추천한다. 별로 어렵지 않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수두룩하게 나온다.
더불어 이 문제의 해결 방안을 생각해보면 좋겠다. 이런 비판적 읽기를 한다면 이 책을 추천하겠다. 다만 무비판적인 책을 수용한다면 차라리 이 책을 읽지 말도록 하자. 모두 비판적 읽기를 통해 나름대로의 해답을 찾기를 바란다.
- 저자
- 우석훈
- 출판
- 한겨레출판사
- 출판일
- 2018.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