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서평

[소개] 전쟁일기 - 우크라이나의 눈물 (올가 그레벤니크, 이야기장수)

작은독서가 2022. 10. 10. 23:54

책 '전쟁일기' 전자책 표지 사진

책 소개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이다. 금년 2월에 시작한 전쟁은 러시아의 승리로 끝날 듯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은 지리멸렬했다. 우크라이나는 수도 키이우를 지키는 데 성공했고. 오히려 북부와 동북부의 러시아 군대는 우크라이나 군대에 의해 격퇴되었다. 이제 전쟁은 10월인 지금도 계속 전개되고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주의 주도 ‘하르키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 도시는 동북부에 있는 요충지 중에 요충지였다. 때문에 전쟁 직후 상황은 말 그대로 풍전등화와 같았다. 전쟁 발발 4일째 되는 날은 러시아군이 진입하기까지 했다. 다행인 것은 우크라이나는 곧 이들을 몰아냈다. 이후에도 러시아군의 공격이 있었지만 우크라이나군은 도시 방어에 성공했다.

 

책 ‘전쟁일기 – 우크라이나의 눈물’은 이곳 주민 ‘올가 그레벤니크’의 이야기이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그녀에게 전쟁은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당장 전쟁 전야에 그녀는 남편과 행복한 미래를 그리기까지 했다. 다만 전쟁의 조짐이 없던 건 아니었다. 러시아는 군을 우크라이나 사방에 전개했다. 훈련을 빙자한 포위였다. 물경 수십 만 명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애워쌓다. 전 세계가 이 상황을 주목했다. 그러나 설마 전쟁이 일어날까 싶었다. 많은 국내외 전문가는 그저 위협일 뿐이라 일축했다. 그러나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했던가. 러시아는 전쟁을 시작했다.(러시아는 ‘특별 군사작전’이라는 기괴한 말로 전쟁이 아니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전쟁이다.)

 

전쟁은 포탄 소리로 시작되었다. 그녀와 가족들은 지하실로 대피했다. 공동주택 지하실은 다른 사람들도 많았다. 책 ‘전쟁일기’는 이 순간 시작되었다. 그림을 업으로 삼던 저자는 집에서 종이와 펜을 챙겼다. 그리고 그림일기를 작성했다. 전쟁의 참상을 누군가는 기록해야 했다. 날것 그대로의 기록이 필요했다.

 

책 ‘전쟁일기’는 외국 작품이니 번역을 거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쇄된 글자만으로 저자의 심경은 제대로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 전쟁 중에 급하게 휘갈긴 친필 글씨는 그 자체로 감정이 들어있다. 따라서 독자들은 인쇄된 글자 옆에 저자가 작성한 실제 글씨를 볼 수 있다. 필기체는 저자가 느낀 당시의 감정이 진하게 농축되어 있다. 외국어와 외국 글자이지만 우리에게 감정이 절절히 전달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내용도 발음도 모르지만 그래도 알 수 있다. 이 글자에는 저자의 긴급함, 초조함, 불안과 절망, 슬픔이 겹겹이 배어있다.

 

저자가 그린 그림도 마찬가지다. 투박한 그림. 당시 상황을 묘사하는 그 그림은 거친 선으로 사람들의 모습, 풍경 모습, 강아지의 모습 등이 그려져 있다. 그림 하나하나는 슬프지만, 동시에 전쟁 속에서도 사람은 살아간다. 가령 지하실에서 아이들이 분필로 지하실 벽에 그림을 그리는 장면. 이는 전쟁이라는 어른의 잔인함과는 대비되는 삶, 순수한 아이들의 삶을 드러낸다. 아이들은 추한 전쟁 속에서도 인간의 가치를 반영한다.

 

하지만 잠깐 집 앞에 나왔다가 겪은 위험한 사건(저자가 그린 울타리 바깥에 있는 아이 그림은 전쟁의 공포를 느끼게 한다.) 등 포탄이 떨어지고 총소리가 들리는 위험한 이곳에서는 더 이상 저자는 버틸 수 없었다. 저자는 며칠 만에 택시를 불렀다.(운 좋게도 택시가 있었다.) 그리고 하르키우에 탈출할 수 있었다. 이후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기차는 우크라이나를 횡단해 서쪽으로, 최대한 전장에서 떨어진 서쪽으로 이동했다. 도착지는 우크라이나 서부 대도시인 리비우였다.

 

전쟁은 그저 도망간다고 전부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전쟁은 필연적으로 이별을 강요했다. 저자의 경우에는 두 번이나. 한 번은 하르키우에서 도망칠 때, 저자의 어머니와 친지들과 이별했다. 또 다른 한 번은 남편이었다. 전자는 애초에 도망갈 수 있는 건강 상태가 아니었다. 후자는 우크라이나 남성들이 전시 징병 대상이었다. 저자는 더 이상 기댈 사람이 없었다. 결국 제 아이 두 명만을 데리고 국경을 건넜다.

 

저자는 전장에서 멀리, 더 멀리 나아갔다. 아이들 둘을 책임질 사람은 이제 자신뿐이었다.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고, 난민으로서 폴란드의 바르샤바 한 호텔에서 몸을 풀었다. 그것도 잠시 뿐, 저자는 자신의 그림을 계기로 인터넷 연락을 주고받던 사람이 있는 집으로 향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었고 인터넷으로 연락을 몇 번 한 것이 다인 그 사람을 향해서. 모르는 곳에 아이 둘과 자신이 쉴 수 있을 것이라는 작은 희망을 갖고 기차에 몸을 싣는다. 임시 거주지로 향하는 기차 안, 책의 내용은 여기서 마무리된다.

 

그렇지만 그녀가 작성하는 전쟁일기는 언제 끝날 지 기약이 없다. 오늘은 10월 10일이고 전쟁은 어떻게 해야 끝날 수 있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추천 독자

이 책 ‘전쟁일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극초반부를 담은 이야기이다. 그렇기에 전쟁이 장기화된 현 상황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전쟁의 초반,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살던 한 사람이 갑작스럽게 전쟁을 맞이하면 어떻게 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날 것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한국도 전쟁이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최근 동아시아의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전쟁의 위험은 더 커졌다. 그러니 그녀의 이야기를 한국인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다만 이 책이 나온 것은 전쟁이 일어난 지 얼마 안 된 때이기에 기록된 내용이 많지 않다. 애당초 일기의 시간을 따지면 1달도 채 안 되는 시간이다. 저자의 일기가 그림일기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책 분량이 과연 100장이나 제대로 채울 수 있었을까 모르겠다. 실제로 글만 읽고 그림을 훌훌 넘기면서 본다면 장담하건대 한 시간이면 충분히 다 읽을 수 있다.(필자는 다른 사람보다 책 읽는 속도가 느리다는 것을 감안해보면 얼마나 적은 분량인지 알 수 있으리라.) 따라서 돈을 주고 이 책을 본다면 아깝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만약 이 책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면 이 점을 유념하기를 바란다.


 
전쟁일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삶이 무너진 한 작가가 지하 피난 생활을 하며 연필 한 자루로 전쟁의 참혹과 절망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일기장이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출간, 공개되었다. 문학동네 출판그룹의 새 임프린트 ‘이야기장수’의 첫번째 책이자, 기출간된 원서 없이 우크라이나 작가와 한국의 편집자가 직접 소통하여 완성해낸 생생한 기록물이다. 이 책은 한 가족이 품고 있던 천 개의 계획과 꿈을 전쟁이 어떻게 산산이 무너뜨리는가를 알리는 시대의 증언이다. 더불어 한 여성이 사랑하는 두 아이를, 이름이 있는 강아지 한 마리를, 그리고 스스로를 끝까지 지켜내기 위해 어디까지 용감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감동적인 기록이다. 우리는 이 일기장을 통해 한 인간이 전쟁의 잔혹함 속에서도 공포와 절망을 뚫고 다시 삶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목격할 것이다. “시내가 폭격당하고 있다. 미사일이 떨어졌다. 번화하고 아름다운 나의 도시를 그들은 지구상에서 지우고 있다…… 나는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다큐멘터리 일기장이 될 것이다. 더이상 두렵지 않다.” _본문에서
저자
올가 그레벤니크
출판
이야기장수
출판일
2022.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