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도 서점 꿈 이야기 (무라야마 사키, 클)
만날 수 없는,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책 ‘오후도 서점 꿈 이야기’가 출판되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들떴다. 이 책은 작가 ‘무라야마 사키’의 ‘오후도 서점 시리즈(?)’의 외전격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본편 책 ‘오후도 서점 이야기’와 ‘별을 잇는 손’은 일본 소설 특유의 부드럽고 낙낙한 느낌의 소설이었다. 마찬가지로 외전 또한 몽실몽실한 느낌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추가로 감동적이기도 했다. 확실히 저자 무라야마 사키의 취향이 담뿍 들어있었다.
본편 시리즈의 줄거리는 주인공 츠키하라 잇세이가 어떤 사건에 휘말려 시골 마을 ‘사쿠라노마치’의 오후도 서점의 주인이 되고, 그 이후 서점을 경영하며 겪는 이야기이다. 반면 외전인 ‘오후도 서점 꿈 이야기’는 원래 주인공이었던 츠키하라 잇세이가 한 발작 뒤로 물러나 있다. 책은 마치 연작 소설처럼 작은 소설이 여러 개 붙어 있는데 각각 이야기를 진행하는 화자가 다르다. 이들 화자는 본편에 등장한 주요 인물들이다. 이들의 과거사는 잘 알 수 없는데, 본편에선 알 수 없었던 각자의 이야기가 여기에 수록되어 있다. 따라서 본편을 읽지 않은 분들이 있다면 ‘오후도 서점 꿈 이야기’를 읽기 전 앞선 두 작품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 책은 작가가 제목에 ‘꿈’을 넣었다. 그건 꿈과 같은 환상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즉 판타지 소설과 비슷하다. 본격적인 판타지 소설은 아니고, 현실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일을 중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좀 가벼운 판타지 소설이라고 말해야 할까. 그래서 본편과 달리 환상적인 느낌이 든다.
책의 내용은 마을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인 ‘정령 고개’ 혹은 ‘마법 고개’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다. 이 고개는 만나고 싶지만,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그 사람이 살아있든, 죽었든 상관없다. 오직 필요한 건 만나고 싶다는 마음뿐. 이야기의 화자는 만나고 싶었던 이들을 만난다. 병원에서 입원 중인 작가, 이미 오래전 죽은 친척 누나, 과거 자신을 버렸던 임종 직전의 아버지 등. 절대로 만날 수 없고, 일반적인 상황에서 마주할 일 없는 사람과 재회를 한다.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치유하고, 또 서로를 마음으로 안아준다. 만났던 이들이 다시 사라질 때까지. 꿈에서 깨어나듯 그들이 희미해질 때까지.
아마 독자들 중에도 만나고 싶지만, 만날 수 없는 이들이 있으리라. 현실에서는 당연히 만날 수 없겠지만, 이 책 ‘오후도 서점 꿈 이야기’를 보면서 마음을 달랬으면 한다. 그저 창작 이야기일 뿐이지만 화자의 감정에 이입해서 이야기를 즐긴다면 필시 가득 차오르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 무라야마 사키
- 출판
- 클
- 출판일
- 2023.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