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집 청소>

옛말에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고 합니다. 하지만 틀렸습니다. 이름은 남지 않습니다. 굳어버린 핏자국과 벌레들, 삶의 흔적이 남을 뿐입니다. 그것도 오래가지 않습니다. 작가와 같은 특수청소부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죽음은 공평합니다. 하지만 죽음을 우리는 외면합니다. 두려움 때문이겠지요. 작가는 죽음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좋든 싫든 죽음을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죽음은 개인적인 일입니다. 온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타인의 죽음을 보고, 공감하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책은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빼곡합니다. 작가의 경험 중 아주 일부이겠지만요. 읽다 보면 이렇게 다양한 죽음이 있다고 하는 생각을 합니다.
책 내용을 살펴봅시다. 저는 두 사람이 생각납니다. 하나는 자살 순간에도 분리수거를 했던 사람. 다른 하나는 작가의 집 옆에 사는, 잠깐 사라졌던 사람입니다.
전자는 슬퍼서 잊히지 않습니다. 그는 죽기 직전 자살 도구를 꼼꼼히 분리수거합니다. 죽는 순간 자신이 사용한 자살 도구를 정리하는 사람의 심정을 상상할 수 있나요? 그의 생전이 궁금합니다. 칼같이 예의범절을 따지는 깐깐한 사람이었을까요? 아니면 웃는 얼굴로 인사하던 호인이었을까요? 답은 모릅니다. 하지만 분리수거한 자살 도구를 생각하면 한없이 슬픕니다.
후자의 경우는 저자의 직업병 때문에 벌어진 사건 속 사람입니다. 그의 옆집에 사는 사람이 갑자기 소리소문없이 사라졌습니다. 평소 그 집의 소음에 고통받던 작가는 당황하죠. 옆집 사람이 죽었는지 의심합니다. 결말은 해피엔딩입니다. 그 사람은 살아있었고 작가는 안도하는 거로 마무리되죠. 잠깐 다른 곳에 다녀온 것뿐이었습니다. 이 일화를 읽으며 어떤 스릴러물보다 조마조마했습니다. 그래서 죽은 줄 알았던 사람(사실 저도 그럴 거라 생각했습니다.)이 다시 나타나는 장면에서 작가와 같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 책은 에세이입니다. 그래서 작가 중심으로 서술합니다. 다른 이의 이야기는 작가의 추측이거나, 남에게 들은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많은 생각거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적어도 죽음을 생각하는 태도가 조금은 달라질 겁니다. 추가로 특수청소에 대해서도 말이죠.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특수청소에 관심이 있으신 분도 어서 오시길. 내용 중간에 특수청소에 관한 작가의 일화도 있습니다. 특수청소는 누구도 잘 모르지만 언젠가는 꼭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존경하는 마음을 가져봅시다.
이 책을 통해 우리 모두 죽음을 생각하고, 죽음에 대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 저자
- 김완
- 출판
- 김영사
- 출판일
- 2020.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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