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서평 2

자발적 복종 (에티엔 드 라 보에시, 생각정원)

이제 우리는 겪어보지 못한 세상을 해쳐 나가야 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기존의 세계 질서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이 바로 그 증거다. 하지만 우리가 외면했을 뿐 이전부터 세계 곳곳은 파열음이 들리고 있었다. 민주주의는 점점 극단적인 세력들에 의해 망가지고 있었다. 탈냉전 시기의 잠깐 동안의 평화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인해 깨졌다. 사회 내부는 불평등, 부조리, 부정의로 인해 갈등의 수위가 점점 오르고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전조 증상을 무시했다. 그리고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모든 것이 폭발했다. 현재의 암담한 상황은 우리가 만들었다. 우리는 실패했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있기에 절망할 여유 따위는 없다. 우리는 변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변해야 할까? 다행히도 우리는..

종이책/서평 2022.04.07

프린세스 바리 (박정윤, 다산북스)

언젠가 쇠락한 골목을 걷고 있었다. 나는 구불거리는 도로에서 길을 잃었다. 오전이었는데, 좁은 길에는 햇빛이 잘 들지 않아 어두웠다. 더구나 칠이 벗겨진 건물들이 도로 양 옆을 꽉 채운 탓에 답답했다. 그곳의 건물은 드문드문 비어 있었다. 뿌옇게 먼지 낀 유리창 너머는 알아보기 어려운 잡동사니들이 굴러다녔다. 바깥의 오래된 간판이 없었다면 어떤 곳이었는지 알 길은 없었을 것이다. 거기서 누군가 나를 불러 세웠다.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노파였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가격을 불렀다.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여자 나이를 말하기도 했다. 나는 모르겠다는 얼굴로 지나가려 했다. 노파는 나를 붙잡으려 손을 뻗었다. 거짓말이 아니라고, 정말 젊은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제야 알았다. 공공연하게 매춘을 알선하는 사람..

종이책/서평 2022.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