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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전쟁을 짊어진 사람들 (안드레이 클류치코 외 6인, 스리체어스)

작은독서가 2022. 12. 18. 00:03

<인간의 선한 본성은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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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전쟁을 짊어진 사람들' 종이책 표지 사진

책 소개

2022년 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발발했다. 이 뉴스가 떠들썩했던 게 무색할 정도로 이제 우크라이나 전쟁은 언론에서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한국의 관심이 뜸해졌다 해도 전쟁의 참화가 사그라지는 것은 아니다. 전선은 아직도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 러시아의 무차별적인 미사일 공격으로 전선이 아닌 곳에서 피해가 발생한다. 특히 후방의 민간인들이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는 미사일로 죽거나 다쳤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인프라 시설을 타격하여 전기, 수도 등 생존에 필수적인 것들을 우크라이나 민간인에게 빼앗고 있다. 그 결과 추운 겨울에 난방도 할 수 없고, 고층 아파트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못해 계단으로 걸어 다녀야 하며, 물을 배급하는 곳에서 긴 줄을 서고 있다.

 

이렇듯 민간인에 대한 피해가 극심한 전쟁 상황에서 한 줄기 빛이 된 것이 바로 개개인의 봉사였다. 전쟁 초기부터 전쟁 피해자를 위한 봉사활동은 자연스럽게 시작되었다. 유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그들에게 거주지를 제공하거나, 난민 아이들을 위한 학교 교육을 제공하거나, 혹은 식료품이나 의약품 등 필수적인 재화를 무상으로 공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이 전개되었다. 그 가운데 한국도 힘을 보탰다. 대체로 모금을 통해 돈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소수는 직접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이러한 각계각층의 도움의 손길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책 ‘전쟁을 짊어진 사람들’에 나오는 사람들은 이러한 봉사활동가들이다. 이들은 총을 들고 싸우는 군인은 아니다. 하지만 봉사활동을 통해 전쟁의 상처를 최대한 보듬고, 피해자의 고통을 견디는 데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렇기에 책 제목이 ‘전쟁을 짊어진 사람들’인 것이다. 피해자들이 전쟁 그 자체를 상징한다면 피해자를 돕는 이들은 전쟁을 짊어졌다고 말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각자 자신의 목숨이든, 명예든, 돈이든 무엇이든 걸고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또한 이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 봉사활동가의 활동 지역은 다양하다. 전쟁터 한복판,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 등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이들 봉사활동가들이 있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리에게 인간의 선한 본성이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생각한다. 현재 잔인한 전쟁 범죄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많은 민간인들이 이유 없이 죽고 고문당하고 강간당했으며 여러 범죄로 인해 고통받는다. 러시아군의 비인도적 행태를 보면 치가 떨리면서 우리 사회가 많은 전쟁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하였구나 하는 씁쓸한 감정을 느낀다. 결국 사람은 악한 본성을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현시대는 평화를 희구하는 것이 불가능한 걸까. 하지만 눈을 돌리면 책에 나온 이들처럼 대가 없는 봉사활동을 이어가는 이들이 있다. 특히 봉사활동가 중에는 러시아인도 있는데, 그 사람은 적국의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인을 돕는데 거침이 없다. 분명 서로가 불편한 상황이겠지만 그럼에도 봉사활동을 한다는 건 앞서 말한 ‘선한 인간의 본성’이 아직 사회에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이 본성이 지금의 전쟁을 해결하는 큰 열쇠가 되리라.

 

여담으로 이 책을 위해 번역과 통역을 맡은 정소은 씨를 보니 친근감을 느꼈다. 이전에 읽었던 책 ‘전쟁일기’의 번역자였기 때문이다. 이전 책과 다르게 그녀는 이번 책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자세히 털어놓는다. 러시아에 살고 있으며, 그 곳에서 전쟁 때문에 가족과 헤어진 상황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전쟁을 반대하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괜히 스스로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전쟁 당사국 안에서, 그것도 러시아가 전쟁 가해국인 현 상황에서 이런 책을 만드는 데 참여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관심은 점점 사그라지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서글픈데 이 전쟁을 자신의 정치적 스탠스에 맞춰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 전쟁이 우크라이나 수뇌부의 잘못이라느니, 우크라이나가 자기 이익을 위해서 전쟁을 지속하고 휴전하지 않는다느니 그런 이야기를 퍼 나르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이런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고작 정치 싸움이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중요한 건 전쟁 속에서 신음하는 피해자이다. 좌우 정치 다툼을 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가져다 쓰는 것은 그들과 거리를 둔 타인인 내가 볼 때는 그저 민망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제 큰 사건이 없다면 미디어에 오르는 주제가 아니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 책 ‘전쟁을 짊어진 사람들’을 통해 우리 사회가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에 대한 아픔을 상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전쟁을 짊어진 사람들
“내 주변 어느 누구도 지금처럼 전쟁이 진행될 거라 예상하지 못 했다.”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에 사는 자원봉사자 안드레이의 말이다. 하르키우는 러시아 국경과 인접한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시로 매일 밤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았다. 가족들을 자동차에 태워 급히 해외로 피신시킨 후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안전한 거점과 중고차, 그리고 방탄조끼와 헬멧을 구하는 일이었다. 전쟁의 참상이 잊힌 지금,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줄어가고 있다. 에너지 위기와 인플레이션이 국제 사회의 더 큰 관심사다. 국제 구호 기구의 손이 닿지 않는 수많은 사각지대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숨은 영웅, 민간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죽음 앞에서, 위험한 잔해 속에서, 자국 정부의 위협 앞에서 이들은 왜 자원봉사에 뛰어들었나? 무엇이 이들을 움직이게 하고 무엇이 이들의 발을 묶고 있나? 이들의 전하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저자
아르촘 스코로호즈코, 안드레이 클류치코, 테탸나 부리아노바, 아나스타샤 추코프스카야, 올레나 발베크, 드미트리 주브코프
출판
스리체어스
출판일
2022.11.23

이 책은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