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피아노를 배운 기억이 선하다. 그때는 피아노 학원이 유행처럼 번졌던 시기였다. 학교에서 당연한 듯 바이엘이니 체르니 몇을 치니 하면서 서로 비교하던 . 하지만 어라 하는 사이에 피아노를 치는 사람을 찾기 어려워졌다. 거리에 꼭 있었던 피아노 학원의 개수가 빠르게 줄어든 것도 . 내가 다녔던 피아노 학원도 어느새 창고 건물이 되어 사라졌다. 그렇게 인기 만점이던 피아노 학원이 새 그리 사양산업이 되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게 피아노의 인기는 한국 사회에서 완전히 시들었다.
이번에 읽은 책 ‘피아노에 관한 생각’은 예전 피아노 건반을 두들기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집어 들었다. 피아노 연주자이며 공연 연출자인 김재훈 씨가 지은 이 책은 그의 피아노에 대한 추억이 듬뿍 들었다. 어린 시절부터 옆에서 든든한 지지자, 꿈의 동반자로 저자의 주의를 묵묵히 지킨 피아노는 그저 단순한 악기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는 피아노를 통해 인생의 느끼고 깨달으며 성장하였다.
다만 책은 단순히 그의 인생 스토리를 나열할 뿐인 책이 아니다. 우연히 공연에서 준비한 ‘프리페어드’ 연주에 깊은 감명을 받은 그는, 언젠가 스스로 자신만의 악기를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그가 PNO(Prepared New Objective)라 명명한 악기를 만드는 첫 계기가 바로 그 무렵이다. 기존의 피아노를 통한 프리페어드 연주는 그다지 편하지 않았다. 애당초 프리페어드 연주를 전문으로 하는 악기도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저자는 피아노를 분해, 해체, 재탄생시킨 프리페어드를 위한 악기를 창조한다. 자신이 것을 위해서 한계, 현실의 소리, 거칠고 웅장하며 생동감 넘치는 그 소리를 내기에는 부족하다는 단점을 극복한다. 이 책은 그래서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고, 악기를 발명한 이유나 과정, 그 속에 담긴 의미와 깨달음을 표현한 난다.
그래서 책은 크게 저자와 피아노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회상과 깨달음, PNO라는 새로운 악기를 만들고 공연하게 된 과정과 그 속에서 담은 의미 설명 두 부분으로 나눠볼 수 있다. 피아노를 처음 접한 , 그를 피아노를 향해 나아가게 한 소년의 경험들. 그리고 활활 불타오르는 청년의 음악가로서의 그. 마지막으로 제 파트너처럼 피아노를 연주하고, 함께 공연하면서 품은 뜻을 펼치는 현재. 저자의 일생이 피아노와 엮이면서 단단히 묶이는 과정을 생생하게 표현한 글자들 사이에서 독자들은 어쩌면 자신과 비슷한 생의 궤적을 느끼고 공감하게 될 것이다.
한편 PNO는 그런 저자의 인생이 응축된 무언가이다. 악기로서 PNO는 버려진 피아노에서 재탄생한 존재이다. 피아노라는 악기 하나를 분해하고 재조립하면서 그는 세 가지 다른 악기를 창조했다. 그 속에는 피아노를 함부로 버리는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 동물 보호에 대한 저자의 생각 등 다양한 생각이 담겨있다. 결국 그는 PNO를 통해 자신이 보고 느낀 사회를 표현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따라서 결국 이 책은 저자인 김재훈의 삶을 녹인 자서전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자서전의 그것보다 얇고 간결하지만, 무엇보다 많은 걸 함축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NO라는 악기와 마찬가지로, 책 ‘피아노에 관한 생각’은 결국 저자 김재훈 그 자체라 해도 좋을 . 따라서 그의 인생, 그의 피아노 여정을 들여다보고 싶은 분께 이 책을 추천한다.
- 저자
- 김재훈
- 출판
- 책밥상
- 출판일
- 2024.10.15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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