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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에 관한 생각(김재훈, 책밥상)

어릴적 피아노를 배운 기억이 선하다. 그때는 피아노 학원이 유행처럼 번졌던 시기였다. 학교에서 당연한 듯 바이엘이니 체르니 몇을 치니 하면서 서로 비교하던 . 하지만 어라 하는 사이에 피아노를 치는 사람을 찾기 어려워졌다. 거리에 꼭 있었던 피아노 학원의 개수가 빠르게 줄어든 것도 . 내가 다녔던 피아노 학원도 어느새 창고 건물이 되어 사라졌다. 그렇게 인기 만점이던 피아노 학원이 새 그리 사양산업이 되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게 피아노의 인기는 한국 사회에서 완전히 시들었다. 이번에 읽은 책 ‘피아노에 관한 생각’은 예전 피아노 건반을 두들기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집어 들었다. 피아노 연주자이며 공연 연출자인 김재훈 씨가 지은 이 책은 그의 피아노에 대한 추억이 듬뿍 들었다. 어린 시절부..

돈의 권력(폴 시어드, 다산북스)

책 '돈의 권력'은 폴 시어드가 저술하고 다산북스에서 출판한 책이다. 이 책은 화폐의 탄생부터 암호화폐의 미래까지를 아우르며 화폐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분석한다. 화폐의 힘이 만들어낸 승자독식의 세계를 조명하며, 경제위기를 겪은 후 변화한 세계 경제 시스템의 작동 방식을 설명하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저자 폴 시어드는 호주 출신의 미국 경제학자로, 금융 시장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아 여러 대학과 금융 기관에서 활동했다. 현재는 세계경제포럼의 글로벌 의제 위원회에서 재정 및 통화 정책을 위한 새로운 의제를 다루는 위원이며, 외교관계위원회와 브레튼우즈위원회, 뉴욕경제클럽, 외교정책협회의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책 '돈의 권력'은 현대 사회에서 경제적 힘이 개인의 삶과 국가의 운명에 미치는 ..

카피라이터의 표현법(아라키 슌야, 현대지성)

표현의 힘 : 카피라이터 아키라 슌야의 인사이트타인에게 감정을 솔직히 전달하는 것은 어렵다. 회사와 같은 공적인 장소에서는 더욱 그렇다. 말을 아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결국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야 할 때가 온다. 준비되지 않은 이들은 중요한 순간에 말문이 막히고, 긴장으로 인한 부수적인 현상들에 시달린다.이 문제는 개인적인 것이 아니며, 많은 사람들이 대화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자기계발서와 미디어는 말하기 기술을 강조하지만, 실전에서는 이론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카피라이터의 표현법'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저자 아라키 슌야는 카피라이터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표현력 향상을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그는 '표현'의 핵심을 파악하고, '전달'에 치중하는 현실을 비판한다. 그의 수련법은..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김승섭, 동아시아)

타인의 아픔을 외면하지 말라 문득 우리의 ‘공부’는 잘못되었다 생각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공부를 하면 할수록 뭔가 채워진다는 느낌보다는 자꾸만 마음속을 퍼다 버리는 듯 공허함만 남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우리의 공부가 부추기는 지독한 소외였다. 도서관 열람실이든, 스터디카페든 만석인 요즘에 오히려 사람들은 배경처럼 흐릿했다. 그나마 팬이 딸깍이는 소리, 기침소리, 숨소리, 가끔 들리는 코 고는 소리가 이들을 잠시 선명하게 했다. 물론 아주 잠시 뿐. 이내 배경으로 녹아들어 눈에 띄지 않았다.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기에, 나는 그 속에 녹아들었다. 당연히 곧 나는 완벽히 고립됐다. 공부라는 단어는 그래서 당시의 외로움과 불안을 떠오르게 한다. 책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가, 정확히는 그 제목이 나를 ..

전자책/서평 2024.04.01

대화가 무서운 사람들을 위한 책(리처드 갤리거, 현대지성)

대화는 기술이다 모든 사회생활은 결국 대화의 연속이다. 아무리 사회가 각박해지고, 단절된 개인이 늘어난다고 해도 타인을 자기 삶에서 완전히 배제한 채 살아갈 수는 없다. 생각보다 사소한 곳 하나하나에 타인의 손길이 닿아 있기에 그들과의 접촉은 끊는 건 불가능하다. 극단적으로 방 안에 틀어박혀 산다 해도 결국 가족이나 친지의 도움 없이는 그 폐쇄된 삶은 유지할 수 없으니 말이다. 몸과 마음, 그 둘의 접촉은 극단적으로 줄어들었지만, 타인을, 대화를 피할 수 없는 세상이 도래했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터득하던 대화 스킬은 이제 특별한 재능으로 변했다. 오래전 사람들이 자의든 타의든 사람 사이에 섞여 갈고닦은 대화법이었을 텐데. 요새 사람들은 스피킹 학원이니, 웅변 학원이니 그런 사교육 시장에서 특별히 돈을 ..

금융과 윤리(신상균, 바른북스)

윤리적인 금융을 꿈꾼다 금융과 윤리는 언뜻 보기에 정반대의 단어로 여겨진다. 당연하다. 금융이라는 단어와 엮이는 사람들은 대체로 부유한 상류층이기 때문이다. 언론은 하루가 멀다 하고 이들의 부정부패를 폭로하는데 여념이 없다. 그러하니 상류층의 돈놀이가 곧 금융이라는 인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부정부패와 더 잘 어울릴법한 금융이 어째서 윤리와 관련되어 있느냐 하고 묻는다면, 그것이 올바른 사회를 만드는 시발점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금융, 그것도 ‘윤리적’ 가치를 함양한 금융이 필요하다. 책 ‘금융과 윤리’는 이러한 금융의 윤리성을 강조한다. 더불어 미래의 금융은 결국 선한 가치를 통해 유지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윤리성이 결여된 금융은 곧 사회의 혼란을 초래한..

데드미트 패러독스(강착원반/사토, 놀)

외면의 차이, 내면의 공통성 ‘데드미트 패러독스’는 한국인 작가가 일본에서 인정받은 희귀한 이력을 가진 만화이다. 그냥 알음알음 알려진 작품도 아니고 일본의 3대 만화 출판사라는 고단샤 공모전에서 당당히 대상을 수상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이 만화가 한국에 출간된 건 마치 금의환향이라 말해도 부족함이 없다. 이 만화는 장편만화도 아니고 수 백화는 족히 넘어가는 웹툰도 아니다. 딱 한 권으로 이루어지는 짧은 이야기이다. 소재도 좀비라는 재미를 보장하는, 가볍게 읽기 좋은 만화이다. 그렇지만 가벼운 분량과 반비례하는 묵직한 주제를 담고 있다. 바로 차별, 그것도 인간이란 무엇이고 또 어떻게 정의되어야 하는가 하는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여기서 좀비는 흔히 볼 수 있는 좀비물의 그것과는 다르다. 책..

배를 가르면 피가 나올 뿐이야 (스미노 요루, 소마미디어)

거짓된 자신은 없다 사람은 각자가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오롯한 존재다. 따라서 자신을 찾는 것은 모든 이의 숙제다. 모두가 이를 찾는 건 아니다. 그 과제를 수행하며 우리는 때로 멈추고 또 방황한다. 자아를 찾는 여정은 남녀노소를 따지지 않는다. 그런데 현대에는 자아실현을 향한 열망은 노곤한 삶 속에서 흐려진다. 하나 둘 자아 찾기를 포기하다 타성에 젖은 삶을 영위하는 이가 늘어난다. 자아 성찰이 어렵기도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다. 각박한 사회가 사람들에게 작은 여유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보이는 ‘외면’과 숨겨진 ‘내면’ 사이에서 많은 이들이 방황한다. 책 ‘배를 가르면 피가 나올 뿐이야’는 그런 고뇌를 담았다. 이야기 속에는 청년들이 진정한 자신을 찾으려는 발버둥과 아픔, 그리고 성찰이..

전자책/서평 2024.01.18

나는 왜 마약 변호사를 하는가 (안준형, 세이코리아)

출구는 곁에 지난주, 배우 이선균 씨의 자살 사건이 있었다. 마약 사건으로 수사를 받은 지 불과 몇 달 뒤였다. 연예인의 마약 사건은 그럴 것 같지 않던 사람도 처벌을 받은 전례가 있었다. 이 사건도 그중 하나겠거니 했다. 이후 그에 대한 마약 수사는 곧 기억에서 잊혔다. 그의 자살은 그래서 충격이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 했다. 많은 사람들은 끝내 자살로 막을 내린 비극적인 인생을 안타까워했다. 그 순간 나는 책 ‘나는 왜 마약 변호사를 하는가’를 읽고 있었다. 우연히 읽고 있는 책이 갑작스레 사회적 화두와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나는 속보 뉴스와 이 책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리고 의문이 들었다. 마약 범죄는 도대체 왜 이렇게 한 사람의 인생을 파멸로 이끄는 걸까. 아무리 범죄라..

집단의 힘 (박귀현, 심심)

우리는 사람으로 태어나 단 한 번도 집단 밖에서 홀로 살아본 적이 없다. 설령 자신이 홀로 자랐다고 주장하는 자가 있다 해도, 결국은 어딘가에 소속된 것을 눈치채지 못할 뿐이다. 왜냐하면 사람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작은 성취도 많은 이들의 보탬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결국 조직은, 집단은 우리와 때려야 땔 수 없는 존재이다. 책 ‘집단의 힘’은 그런 집단의 존재에 주목한다. 집단, 그리고 팀워크가 인류가 만든 가장 오래된 발명품이라는 저자 ‘박귀현’ 교수의 글은 이 책의 성격을 미루어 짐작케 한다. 저자는 책에서 집단이 가진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효과를 다양한 예시로 풀어나간다. 그런 효과의 기저에는 인간에 대한 치밀한 분석이 있다. 사람의 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