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도서 ‘최전선의 사람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폐로를 위해 모인 작업자들의 9년간의 이야기이다. 저자 ‘가타야마 나쓰코’는 언론인으로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원전 작업자에 대한 취재를 계속하고 있다. 그의 글은 행정당국이나 기업(여기서는 도쿄전력과 원청 및 큰 하청 기업)처럼 거시적인 대상을 중심으로 다루는 것도 아니고, 정책과 같은 무형의 것을 다루는 것도 아니다. 또한 원전 사고의 피해자를 중심 대상으로 하지도 않는다. 저자가 근 10여 년 간 보고 들은, 그래서 이 책에 쓰인 이야기들은 전부 재난 복구 현장에 뛰어든 원전 노동자들이 주인공인 이야기이다. 다른 이야기들은 그저 곁다리일 뿐, 원전 노동자가 중심 축이라는 사실은 책이 끝날 때까지 변하지 않는다.
책은 저자가 처음 관련 기록을 작성한 2011년부터 책 저술 시점에서 가장 최근인 2019년까지의 내용을 시간순으로 나열한다. 마치 일기장처럼 원전 노동자의 생각과 행동이 드러나고 또 바뀌는 과정을 볼 수 있다. 특히 저자의 글에는 원전 노동자가 느끼는 감정의 변화가 날것 그대로 들어있다. 노동자들이 원전 사고 직후 마주한 절망적인 상황 사이에서 느낀 사명감, 소명의식, 책임감이 10여 년의 세월을 거쳐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는 것은 흥미롭다.
그들의 감정 상태 변화는 정부의 무능과 부패, 독선, 아집을 드러내는 지표다. 사실 감정 상태뿐 아니라 노동자들은 경제적 사회적 신체적으로 2011년 사고가 난 직후부터 지금까지 보여온 일본 정부의 무능과 부패에 크나큰 고통을 겪었다. 노동자가 점점 사람에서 일회용품으로 전락하는 모습은 마치 우리나라의 노동 현실이 떠오른다. 특히 재난 상황에서 어쨌든 문제를 해결하러 온 노동자에게 보이는 정부의 모습이 우리와 꼭 닮았다.
원전 노동자들의 삶. 특히 재난 사고의 최전선에서 싸워온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타국이고 타국민인 필자도 그들의 필사적인 노력과 희생과 아픔에 공감할 수 있었다. 더불어 이들의 삶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추적하고 있는 저자에게도 존경심을 느낀다. 그는 이 ‘르포르타주’를 쓰는 데 온 정성을 쏟았다. 심지어 그는 원인 불명의 식도암에 걸려 암 투병을 하기도 했다. 방사능 위험 지대 가까이에서 9년이나 노동자를 취재한다는 위험을 무릅쓴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저자는 암에 걸리고 낫은 후에도 그들에 대한 기록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한다. 평범한 사람이 하기 힘든 행동을 결정한 저자에게 재차 경의를 보낸다.
추천 독자
이 책 ‘최전선의 사람들’의 첫 해외 번역서가 2022년 한국에서 나왔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현 정부는 전 정부의 탈원전 기조를 완전히 부정하고 원전을 새로운 한국의 성장 동력으로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 순간 우리들은 왜 탈원전 정책 기조가 등장했는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즉 탈원전 기조의 시발점이 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다시 떠올릴 때다.
필자는 이 책을 사실 대상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지금 도쿄는 물론이거니와 일본 전역에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에 대한 이야기가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아무리 큰 사고라도 시간이 지나면 사람은 또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하물며 사고 당사국도 그러한데 옆 나라인 한국은 오죽할까. 심지어 우리나라의 2010년대는 격동기라 부를 만큼 사회의 여러 갈등이 쏟아져 나왔다. 궁색한 변명이라 할지도 모르지만 이런 사정 때문에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사건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그런데 아직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는 끝나지 않았다. 2011년 원자로가 터지던 그 순간만이 사건의 전부가 아니다. 오늘도 후쿠시마 원전은 방사능과 사투하며 폐로를 진행하는 원전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이 모든 작업을 완료하는 그때까지 이 사고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그들을 다시 기억하고, 원자력 발전의 위험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이 책 ‘최전선의 사람들’을 모든 사람에게 추천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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