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서평

[소개]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시공사)

작은독서가 2022. 7. 10. 23:53

책 '책 읽어주는 남자' 표지 사진

책 소개

책 ‘책 읽어주는 남자’는 전쟁 세대의 전범인 여성 ‘한나 슈미츠’와 전후 세대에 태어난 남자 ‘미하엘 베르크’의 사랑 이야기이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미하엘 베르크는 소년 시절, 15살이나 연상인 여인 한나 슈미츠와 불 같은 사랑을 한다. 그렇지만 사랑은 그녀가 갑작스럽게 사라지는 것으로 중단된다. 그러나 과정 상 중단이 완벽한 종결이 아닌 것처럼, 주인공은 그녀를 끝까지 잊지 못한다. 이것이 주인공의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바꿔 놓는다.

이후 한나 슈미츠와 주인공은 다시 만난다. 순전히 우연이었다. 주인공은 대학 수업의 일환으로 재판장을 견학한다. 나치 정권의 부역자들을 단죄하는 그 재판장에서 한나를 주인공이 발견한다. 한나는 피고, 주인공은 참관인으로 참석한다. 둘은 재판이 진행되는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 직접적인 접촉은 없다. 그저 주인공이 매일매일 참관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날에도 꼬박꼬박 재판에 나오기 시작했다.

주인공의 중단된 감정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과거의 무지했던 자신과는 달리, 대학생인 자신은 한나는 나치의 부역자라는, 그것도 많은 사람을 선별하고 죽인 범죄자라는 사실을 알았다. 주인공은 잔혹한 범죄자의 과거와 그의 소년 시절을 물들인 사랑의 경험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사랑했던 과거의 얼굴에 상상한 범죄자로서의 그녀 모습을 겹쳐 보면서 말이다. 결국 한나는 재판 결과 중형을 선고받는다.

주인공은 제 과거의 사랑에 얽매여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데 실패한다. 결혼을 했지만 이혼했고, 아이가 있었지만 아버지로서 제대로 있어주지 못했다. 그 결과는 순전히 주인공이 한나를 잊지 못한 데에서 발생했다. 주인공은 이제 한나를 지우거나 잊어버릴 수 없었다. 그는 그녀를 아직도 잊지 못했다. 물론 이제 주인공은 한나를 순전히 소년 시절처럼 사랑하지는 않는다. 이제 그의 사랑은 불의한 역사적 사실에 섞여 순수한 빛을 잃었다.

그렇게 변질된 감정임에도 그는 그 감정을 버릴 수 없었다. 그는 과거와는 다르지만 한나를 사랑했다. 따라서 주인공은 과거에 한나가 요구했던 '책 읽어주는 일'을 하기로 결심한다. 주인공은 카세트테이프로 책을 녹음해 그녀의 교도소에 보낸다. 그렇게 십 수년간 이어진 교류가 시작된다. 다만 주인공은 일절 자신의 이야기를 알리지 않는다. 사적인 내용의 편지 자체를 쓰지 않는다. 그저 불규칙적으로 책 내용이 녹음된 카세트테이프만을 보낸다. 그리고 이 기묘한 관계는 한나의 거친 손편지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사적인 친밀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둘의 이 이상한 관계가 끝난 건 한나의 조기 석방이 결정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한나와 재회하고, 소년 시절 이후로 둘은 짧은 대화를 나눈다. 다만 그것이 다였다. 주인공은 사랑했던 그녀가 나치의 부역자라는, 용서할 수 없는 인간이라는 것에 아직도 혼란스러워했다. 이 혼란은 그가 그녀를 사랑한다는 방증이었다. 그렇지만 혼란 속에서 주인공은 결국 한나를 피하는 걸 선택한다. 한나가 석방될 때 도움이 될 만한 일들을 준비하는 그. 하지만 그런 준비과정에서 주인공은 한나를 완전히 잊을 수 있어서 오히려 다행으로 여긴다.

한나와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석방 직전, 짧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끝이었다. 주인공은 한나를 잊지 못했지만 한나를 순수하게 사랑하던 시절처럼 볼 수 없었다. 이후 충격적인 결말로 이어진다. 한나 슈미츠가 어떤 전조 증상도 없이 자살을 한 것이다. 따라서 그 이유에 대해 알 수는 없다. 다만 이후 주인공은 그녀의 방(교도소) 안에는 주인공을 떠난 뒤, 주인공이 실린 신문을 오린 사진을 보게 된다.

추천 독자

책 ‘책 읽어주는 남자’는 한국에서 청소년 권장 도서로 선정되었다. 하지만 필자는 이 책을 청소년에게 권장하지 않는다. 우선 1부에 나오는 선정적인 장면 때문에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사실 한국의 보수적인 성 문화적 특성상 이런 장면이 있는데 청소년 권장 도서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단지 책이 소재로 삼은 사랑과 혼란, 시대적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청소년보다는 성인이 더 낫기 때문이다. 청소년에게 이 책을 아예 읽지 말라고 막는 것은 아니지만, 만일 궁금해서 읽는 청소년이 있다면 자신이 성인이 되었을 때 다시금 읽어봤으면 한다. 아마 아예 다른 책을 읽듯, 과거와는 다른 생각과 감정이 떠오를 것이다.

필자가 원하는 추천 독자는 시대가 사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고 싶은 성인이다. 나치 독일의 수치스러운 상황과, 그 상황과는 무관한 전후 세대 사이의 사랑과 전후 세대의 혼란 상황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