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서평

[소개] 실직 도시 - 기업과 공장이 사라진 도시는 어떻게 되는가 (방준호, 부키)

작은독서가 2022. 8. 21. 16:12

책 소개

책 ‘실직 도시’는 흥망성쇠를 모두 겪은, 그리고 쇠퇴기의 한복판에서 발버둥치는 군산과 그곳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르포르타주이다.

 

사실 여느 지방 도시나 쇠퇴의 기운은 완연하다. 발버둥치는 주민들의 모습도 대개는 군산과 비슷하다. 그래서 지방 소멸이라는 단어가 전국적으로 쓰이고 있지 않나. 그런데 어째서 다른 곳도 아니고 군산이 선택되었는가. 왜 군산이 이 르포르타주의 주제가 되었을까?

 

군산은 특별하다. 무려 두 개의 대기업이 대공장이 있는 도시였다. 이게 도시와 주민의 정체성을 결정했다. 사실 공장이 정체성 그 자체였다. 남부럽지 않은 대기업 일자리, 끊임없이 쏟아지는 일에 치이는 중소기업. 발전하는 서비스업. 기타 등등. 끝 모를 정도로 차오르는 풍선, 그게 군산이었다.

 

그래서 군산의 몰락은, 크게 팽창한 풍선이 폭발하는 것처럼 시끄러웠다. 도시의 정체성인 공장은 터진 풍선 조각처럼 산산이 조각났다. 타 지역이 얻지 못한 기회로 승승장구하던 특별한 도시 군산은, 몰락하는 순간까지 타 도시와는 다르게 특별했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정치인이 오고 가고, 또 기자들이 기웃댔다.

 

저자는 그중 하나였다. 공장은커녕 제대로 된 공작기계나 하나 본 적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서울 안에서만 구른 기자다. 군산에서야 제대로 된 공장을 봤다. 기자는 전형적인 ‘서울 사람’이었다. 지방 소멸을 활자로만 접한 사람이었다. 따라서 기자의 눈은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과 같다. 지방 소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수도권 사람들과 똑같은 사람이다.

 

그 사람이 군산 토박이를 만나면서, 군산 비정규직을 만나면서, 혹은 주민들을 만나면서 기록한 일지가 바로 이 책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작가의 책 속에 진솔하게 기록된다. 글은 인터뷰 대상자의 언행뿐 아니라 감정도 담는다. 공장에 다니던 정규직 근로자, 비정규직 노동자, 하청업체 임원, 직원,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마음이 책에 빽빽하다. 만약 저자가 지방 사람이었다면 이런 진솔한 감정을 제대로 담기 어려웠을 것이다. 지방 사람에게는 흔한 내용이니 말이다. 그래서 쉽게 흘려버릴 수도 있었다. 저자는 그런 ‘흔한 것’을 ‘흔하지 않게’ 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따라서 그걸 붙잡아 글로 남기는 데 성공했다.

 

한편 책에 담긴 감정이 마냥 절망적이거나 불안하거나 분노로 칠해져 있거나 혹은 비참하거나 한 것은 아니다. 작지만 희망도 조금 있다. 어떻게든 이 사달을 넘어 보겠다고 아등바등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이 있는 위치에 따라 그 모습은 조금씩 다르지만. 사람은 살아있으면 나아간다는 건 똑같다. 그 끝이 실제로 어떤 결말일지는 모른다. 그래도 멈춰있을 수는 없다.

 

그래서 책 ‘실직 도시’는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그 불안한 지점에서 끝난다. 아직 군산이라는 도시와 그 속의 주민들의 삶은 계속된다. 이들의 이야기는 아직도 계속될 것이며, 그 결말은 저자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행복한 결말일지 아닐지는 미래에 결판이 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군산과 주민들, 더 나아가 비슷한 고통을 공유하는 지방 도시와 지방 주민들께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우리 같이 있어요. 조금 더 힘내 봐요.


추천 독자

앞서 저자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천생 ‘도시 사람’이다. 따라서 추천 독자도 이런 저자와 비슷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손에 굳은살 하나 박히지 않은 도시 사람들 말이다. 이상적인 성장 경로를 따라 걸어가 회사에 취직하는 그런 사람들. 공장이나 생산직 근로자는 무의식적으로 멸시하는 사람들. 그리고 지방과 지방 사람에 대한 노골적인 혹은 무심결에 차별을 하는 사람들이 이 글을 읽었으면 좋겠다. 특히 당연하다는 듯 여의도 면적을 기준 삼아 다른 곳의 면적을 어림짐작하는 사람들!(작가 포함. 지방의 어느 곳을 여의도 면적의 몇 배로 적어놓으면 타 지역 사람들은 어떻게 아나. 책 읽을 때 빈번하게 나오는 걸 보면 지방 사람은 독자로 생각하는 것인지 원...) 꼭 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

 

그 이유는 지방의 쇠락 과정과 그 속에서 갈팡질팡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사실 지방 사람이라면 너무 익숙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수도권 사람이거나 공장이란 단어에 연이 없는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그게 아닌 사람들은 솔직히 읽지 않아도 괜찮다. 다 아는 이야기이다. 직접 경험하고 있거나, 경험했거나, 혹은 그 모습을 직접 옆에서 실시간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흔한 일이다. 구태여 책을 살 가치가 없다. 괜히 사서 보다가 스트레스나 쌓이지 않으면 다행이다.

 

따라서 이 책 ‘실직 도시’는 필자가 생각할 때 제목과 모순되게도 수도권, 서울 도시 사람들이 읽어야 한다. 그래야 지방이 이만큼 무너지고 있고, 지방이 이만큼 위험하고, 또 지방의 고통으로 수도권과 서울이 떵떵거리고 산다는 사실을 조금은 알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