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서평

[소개]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김규진, 위즈덤하우스)

작은독서가 2022. 8. 31. 09:09

책 소개

책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전자책 표지 사진

제목만 보면 설렌다. 내 결혼은 현실이지만 남 결혼은 멋진 이야기니까. 특히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약 1/3인 대한민국에서 살다 보니 더욱 그렇다. 결혼이 당연한 세상은 옛날이 되었다. 사람들은 살기도 팍팍한 세상에서 언감생심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한다. 그래서 제목부터 애정이 듬뿍 담긴 이 책이 마음에 든다.

 

책은 제목대로 사랑과 결혼 이야기이다. 정확히는 저자의 사랑 쟁취기이다. 그런데 책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에서 나오는 사랑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랑이 아니다. 그 사랑이 이성애가 아닌 동성애이다. 저자 ‘김규진’은 한국의 평범한 레즈비언이다. 상대도 레즈비언이고. 고로 레즈비언 둘의 사랑과 결혼 이야기라고 뭉뚱그려 말할 수 있겠다.

 

고작 그 차이 하나 때문에 저자는 다른 사람보다 인생이 험난하다. 이성애자라면 생각하지 못할 많은 장애물이 추가된다. 장애물이면 차라리 낫다 싶을 정도로 높다란 벽에 가로막힐 때도 있다. 벽은 아예 오르지 말라는 듯 끝 모를 정도로 높다. 사랑 좀 하겠다는데 너무하다 싶다. 동성애가 무슨 능력자인 것도 아닌데 이성애자보다 장애물이 더 많다. 그리고 그것들은 더 높고 위험하다.

 

저자 ‘김규진’은 이 장애물을 어찌어찌 넘는 중이다. 그녀는 태어나니 레즈비언이었고, 그래서 인생 레이스는 하드(hard) 모드이다. 하지만 저자는 특유의 밝은 성격으로 꿋꿋하게 상황을 헤쳐나간다.(물론 책으로만 봤을 때 그렇다는 거다. 책에는 적혀있지 않은 좌절이 얼마나 많을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자신을 자각하고, 친구들에게 커밍아웃을 하고, 가족들에게 또 하고, 회사 동료에게도 하고, 또 하고, 그렇게 성큼성큼 장애물을 넘어간다. 그러던 중 팟! 하고 눈이 맞는 사람이 생겼다. 사랑이다. 그런데 이 사랑은 이성애에서 한 글자만 바뀌었을 뿐인데(동성애) 축복이 아닌 또 다른 시련이 주어진다. 장애물이 많아진다. 하지만 사랑 좋은 게 뭔가. 그래도 이제는 혼자가 아니다. 둘이다.

 

책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는 저자가 성 정체성을 자각한 이후 혼인 과정의 이야기이다. 성 소수자를 주제로 하는 책은 대체로 비극적이거나, 덜 비극적인 분위기이기에 이 책을 집는 독자는 이 또한 그럴 것이라고 지레짐작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은 밝다. 유쾌하다. 어두운 내용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런 상황도 밝게 풀어나가는 책이다. 귀여운 만화도 있다.(마치 과자 ‘뽀빠이’의 별사탕처럼 기대된다.) 그래서 다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필자는 누군가 이 책을 물어보면 그저 사랑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라고 소개하겠다. 사람 사랑하는 데, 뭐 특별하고 자시고 할 게 있겠는가. 동성애자, 레즈비언은 부차적인 것이다. 그러니 독자들은 그들의 사랑을 편견 없이 지켜봐 주기를 바란다. 그게 저자가 원하는 것이지 싶다.


추천 독자

 

책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는 레즈비언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에세이이다. 다른 이들의 사랑을 엿보는 건 실례이지만, 당사자가 이렇게 공개를 하니 안 볼 수도 없다. 자꾸 힐끔거리게 된다. 내 사랑 이야기는 힘들어도, 남의 사랑 이야기를 보는 건 재미있다. 그래서 이번 책의 추천 독자는 딱히 정하지 않겠다. 그냥 많은 사람들이 읽어봤으면 한다.

 

주의할 점 하나. 이 책은 성소수자의 사랑과 결혼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학술서적은 아니다. 따라서 지식을 원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사랑도 지식이라면 뭐……. 지식이라고 하지 못할 것도 없지만.) 애초에 이 책은 에세이이다. 다만 선배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도 좀 들어 있으니 동성애자 독자라면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물론 사랑은 다 다르니까, 그대로 따라 하지는 말자.)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주의! 동성애에 대한 혐오를 가진 분들께 한 마디 당부하고 싶다.(만일 만일 이 책을 집어 들었다면 말이다.) 알다시피 사람 인생은 다 다르다. 오히려 똑같은 삶을 사는 것이 더 비정상적이다. 사람이 로봇도 아니고 프로그래밍한 대로 똑같이 움직이지는 않지 않은가. 우리는 사람이고, 그래서 다양하고, 그래서 행복하다. 그들에 대한 혐오를 거둬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에는 동성 결혼이 법제화되지 않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레즈비언이 결혼하는 방식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부모님, 친구, 직장 동료 등 그동안 500번 넘게 커밍아웃을 하면서 체득한 커밍아웃 꿀팁부터, 미국에서 혼인신고를 하고 한국에서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겪은 각종 에피소드, 최근 구청에서 혼인신고를 한 이야기까지, 법적으로는 여전히 미혼이지만, 결혼에 한없이 가까운 무언가를 이뤄낸 작은 승리의 역사가 가득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에게 주저하지 말라고,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용기를 북돋아준다. 꼭 커밍아웃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누구나 인생에서 크고 작은 모험을 앞에 두고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이러다 망하는 거 아냐?’ 하지만 김규진 작가는 무엇보다 스스로가 가장 행복한 선택을 하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마음대로 살아도 망하지 않는다고, 해보기 전엔 모르는 거라고, 희망을 안겨준다.
저자
김규진
출판
위즈덤하우스
출판일
2020.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