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제목만 보면 설렌다. 내 결혼은 현실이지만 남 결혼은 멋진 이야기니까. 특히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약 1/3인 대한민국에서 살다 보니 더욱 그렇다. 결혼이 당연한 세상은 옛날이 되었다. 사람들은 살기도 팍팍한 세상에서 언감생심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한다. 그래서 제목부터 애정이 듬뿍 담긴 이 책이 마음에 든다.
책은 제목대로 사랑과 결혼 이야기이다. 정확히는 저자의 사랑 쟁취기이다. 그런데 책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에서 나오는 사랑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랑이 아니다. 그 사랑이 이성애가 아닌 동성애이다. 저자 ‘김규진’은 한국의 평범한 레즈비언이다. 상대도 레즈비언이고. 고로 레즈비언 둘의 사랑과 결혼 이야기라고 뭉뚱그려 말할 수 있겠다.
고작 그 차이 하나 때문에 저자는 다른 사람보다 인생이 험난하다. 이성애자라면 생각하지 못할 많은 장애물이 추가된다. 장애물이면 차라리 낫다 싶을 정도로 높다란 벽에 가로막힐 때도 있다. 벽은 아예 오르지 말라는 듯 끝 모를 정도로 높다. 사랑 좀 하겠다는데 너무하다 싶다. 동성애가 무슨 능력자인 것도 아닌데 이성애자보다 장애물이 더 많다. 그리고 그것들은 더 높고 위험하다.
저자 ‘김규진’은 이 장애물을 어찌어찌 넘는 중이다. 그녀는 태어나니 레즈비언이었고, 그래서 인생 레이스는 하드(hard) 모드이다. 하지만 저자는 특유의 밝은 성격으로 꿋꿋하게 상황을 헤쳐나간다.(물론 책으로만 봤을 때 그렇다는 거다. 책에는 적혀있지 않은 좌절이 얼마나 많을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자신을 자각하고, 친구들에게 커밍아웃을 하고, 가족들에게 또 하고, 회사 동료에게도 하고, 또 하고, 그렇게 성큼성큼 장애물을 넘어간다. 그러던 중 팟! 하고 눈이 맞는 사람이 생겼다. 사랑이다. 그런데 이 사랑은 이성애에서 한 글자만 바뀌었을 뿐인데(동성애) 축복이 아닌 또 다른 시련이 주어진다. 장애물이 많아진다. 하지만 사랑 좋은 게 뭔가. 그래도 이제는 혼자가 아니다. 둘이다.
책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는 저자가 성 정체성을 자각한 이후 혼인 과정의 이야기이다. 성 소수자를 주제로 하는 책은 대체로 비극적이거나, 덜 비극적인 분위기이기에 이 책을 집는 독자는 이 또한 그럴 것이라고 지레짐작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은 밝다. 유쾌하다. 어두운 내용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런 상황도 밝게 풀어나가는 책이다. 귀여운 만화도 있다.(마치 과자 ‘뽀빠이’의 별사탕처럼 기대된다.) 그래서 다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필자는 누군가 이 책을 물어보면 그저 사랑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라고 소개하겠다. 사람 사랑하는 데, 뭐 특별하고 자시고 할 게 있겠는가. 동성애자, 레즈비언은 부차적인 것이다. 그러니 독자들은 그들의 사랑을 편견 없이 지켜봐 주기를 바란다. 그게 저자가 원하는 것이지 싶다.
추천 독자
책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는 레즈비언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에세이이다. 다른 이들의 사랑을 엿보는 건 실례이지만, 당사자가 이렇게 공개를 하니 안 볼 수도 없다. 자꾸 힐끔거리게 된다. 내 사랑 이야기는 힘들어도, 남의 사랑 이야기를 보는 건 재미있다. 그래서 이번 책의 추천 독자는 딱히 정하지 않겠다. 그냥 많은 사람들이 읽어봤으면 한다.
주의할 점 하나. 이 책은 성소수자의 사랑과 결혼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학술서적은 아니다. 따라서 지식을 원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사랑도 지식이라면 뭐……. 지식이라고 하지 못할 것도 없지만.) 애초에 이 책은 에세이이다. 다만 선배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도 좀 들어 있으니 동성애자 독자라면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물론 사랑은 다 다르니까, 그대로 따라 하지는 말자.)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주의! 동성애에 대한 혐오를 가진 분들께 한 마디 당부하고 싶다.(만일 만일 이 책을 집어 들었다면 말이다.) 알다시피 사람 인생은 다 다르다. 오히려 똑같은 삶을 사는 것이 더 비정상적이다. 사람이 로봇도 아니고 프로그래밍한 대로 똑같이 움직이지는 않지 않은가. 우리는 사람이고, 그래서 다양하고, 그래서 행복하다. 그들에 대한 혐오를 거둬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저자
- 김규진
- 출판
- 위즈덤하우스
- 출판일
- 2020.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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