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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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작가다. 인생은 자신이 짓는 이야기책과 같다. 예컨대 ‘휴먼 라이브러리’라 불리는 이 행사가 있다. 이건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듯, 사람을 빌려 그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듣는 행사이다. 이는 사람의 인생이 하나의 책이라는 하나의 방증이다.
사람들은 인생 이야기를 잘 쓰고 싶어 한다. 당연하다. 자기 인생을 비극으로 끝내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우리는 모두 행복한 결말을 원한다. 하지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나 이야기를 쓸 수 있지만 깨닫고 보면 엉망진창인 자신의 글을 본 적이 한 번쯤은 있으리라.
글을 잘 쓰기 위해서 우리는 작법서를 읽는다. 영어를 잘하기 위해 영어책을 읽고, 수학을 잘하려고 수학책을 읽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우리 인생의 책을 만드는 과정에도 필요한 책을 읽어야 하지 않을까?
이 책 ‘픽사 스토리텔링’은 인생 책을 잘 쓰고 싶어 하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한다. 이 책은 작법 원리를 실생활에 적용하는 방법을 예시를 통해 알려준다. 누군가 자신의 인생을 조금이라도 더 가꾸고 싶다면, 삶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약간이라도 도움을 받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작법서 + 자기 개발서 =?
책 ‘픽사 스토리텔링’은 제목을 보고 내용을 추측하기 어렵다. 예컨대 필자는 흔한 작법서라고 생각했다. 또 ‘픽사’라는 이름이 붙어있었기에 픽사 애니메이션을 사례로 쓴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건 평범한 작법서가 아니었다. 물론 픽사 애니메이션을 예시로 많이 사용하기는 한다. 작법 원리의 핵심을 설명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이상의 내용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작법 원리를 적용한 자기 개발서.’그 이유는 작법의 원리를 수단으로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제이기 때문이다. 작법 원리를 설명할 때는 평범한 작법서처럼 보인다. 다만 다음에 문제 상황에 대한 예시와 설명한 원리를 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보면 자기 계발 서라는 생각도 든다.
자기 개발서의 악명(?)은 알고 있다. 싫어하는 사람들은 정말 싫어한다. 하지만 이 책은 여타 그것들과는 뭔가 다르다. 내용이 참신하다. 작법 원리와 실생활 문제는 언뜻 연결되지 않는 단어라고 생각되지 않는가. 필자는 그 원리들을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쓸 수 있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그것도 억지스럽지 않고 말이 된다. 읽다 보면 저자의 주장에 공감하는 자신이 있었다.
한편 이 책은 그저 작법 원리를 설명한다는 측면만으로도 훌륭한 책이다. 이 책은 핵심 원리들을 군더더기 없이 설명한다. 특히 적재적소에 들어있는 예시들은 원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예시들이 또 재미있다. 저자는 자신이 경험한 일을 일화로 자주 소개한다. 정말로 재미있어서,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책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마치 약방의 감초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작법서를 찾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책이다.
모호한 정체성
어떤 것도 일장일단이 있다. 이 책도 그렇다. 이 책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우선 정체성이 모호하다. 이 책은 자기 개발서라고 하기에도 그렇고 작법 기본서라고 하기에도 그렇다. 일단 작법서라고 하기에는 너무 내용이 부실하다. 설명이 부실하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다른 작법서를 생각하고 이 책을 읽는다면 내용의 빈약함이 눈에 보일 것이다. 물론 핵심이 빠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세한 내용은 없으니 뻔한 내용만 있다고 실망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구체적인 방법론을 원한다면 다른 책을 구매하는 걸 추천한다.
자기 개발서로는 괜찮으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작법 원리를 통한 문제 해결과 예시들은 물론 흥미롭다. 하지만 자기 개발서를 읽는다는 목적으로 이걸 선택할 독자가 과연 많을까. 이 책은 자기 개발서와 비교했을 때 설명도 자세하지 않고, 예시도 많지 않다. 특히 자기 개발서의 매력이라 함은 책을 읽고 자신감과 용기 그리고 삶에 대한 자극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있어도 그걸 보고 자극이나 각성과 같은 감정을 느끼지는 못했다. 요컨대 마음을 설레게 하는 힘이 있는 책은 전혀 아니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책
모호한 정체성이 문제라고 했지만 이는 작법서나 자기 개발서를 기준으로 책을 평가했기 때문이다. 책 그 자체로 보면 대단히 흥미롭고 재미있다. 또한 이 책만의 장점이 분명히 있다.
필자의 생각에 이 책의 강점은 저자의 일화를 소개하는 부분이다. 저자는 어릴 적 있었던 이야기를 자신이 하고 싶은 주제와 연결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냥 일화 자체로도 재미있다. 그런데 여기에 슬쩍 교훈적인 내용, 하고 싶은 말을 첨가한다. 그런데도 억지스럽지 않다. 독자들은 이 글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저자의 생각에 설득당한다.
또 하나의 강점은 작법 원리의 핵심을 명료하게 설명한다는 것이다. 여타 작법서에는 많은 분량에 불필요한 방법론들이 많이 포함된다. 반면 이 책은 필요한 핵심만 정확히 집는다. 앞서 다른 작법서와 비교하면서 내용이 적은 것을 꼬집었지만, 내용 상 문제 되는 것은 없으며 필요한 핵심은 채웠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요컨대 처음 작법 이론에 대해 알고 싶은 독자라면 추천할 만한 책이다.
이 책 ‘픽사 스토리텔링’은 상당히 흥미로운 책이다. 특히 작법 이론을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정말 참신하다. 이를 뒷받침하는 예시와 일화들이 저자의 설득력을 더한다.
하지만 이 책을 만족스럽게 읽으려면 두 가지를 가진 독자여야 한다. 하나, 작법 이론에 대해 흥미가 있는 사람일 것. 저자의 일화로 작법 이론에 다가가기 쉬운 책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작법 이론은 이론이다. 흥미가 없다면 고역일 수밖에 없다. 둘, 자기 개발서를 싫어하지 않는 사람일 것. 이 책은 자기 개발서의 특징을 함께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를 싫어한다면 피하는 게 좋을 듯하다.
- 저자
- 매튜 룬
- 출판
- 현대지성
- 출판일
- 202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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