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에 가치는 있는가?>

이 책 ‘평등은 없다’는 제목 그대로 평등을 주제로 하는 책이다. 구체적으로는 평등의 내재적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논한다. 작가인 해리 G. 프랭크퍼트는 책에서 평등의 가치가 실제보다 과장되었고, 심지어 실체적인 가치는 없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을 했다고 작가가 곧바로 불평등을 옹호하거나 방조한다고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는 오히려 평등이 인간의 삶의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면 오히려 평등을 지향한다. 이 책은 평등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거나, 쓸모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작가의 의도는 평등의 실제적 가치가 없다는 의미이다. 즉 평등 그 자체가 선이라는 사고를 부정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으레 평등을 좋은 가치, 혹은 선으로 인식한다. 그런데 정말 평등 자체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가치가 있는 것인가? 이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해본 적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현대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민주주의는 어쨌든 평등을 기반으로 한다. 그 사회에 사는 우리들이 평등을 의심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불경’하다고 말할 수 있다. 어쨌든 지금도 평등은 손꼽히는 가치로 인정받고 있으며, 우리는 이를 당연히 지켜야 할 가치로 교육받는다.
하지만 실제로 중요한 건 평등이 아니다. 이 책은 평등의 기계적인 분배 자체가 오히려 인간의 삶의 질을 더 악화시킨다고 말한다. 어째서 평등을 행하는 것이 더 나쁜 결과를 불러올까? 학교에서, 사회에서 그리고 다양한 공간에서 평등은 높은 위치를 차지하는 가치로 배웠을 것이다. 이 견고한 편견을 깨뜨리기 위해 작가는 경제적 평등과 평등 그 자체의 가치에 대해 파트를 나눠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 그의 진의, 즉 평등은 없다고 말한 이유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평등은 존재하는가? 평등은 그 자체로 과대평가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은 평등이라는 가치에 대해 생각할 계기를 마련한다.
평등은 존재하는가?

현대 사회에서 평등의 가치를 부정하는 인간은 없다. 상술하였듯 우리의 정치체제의 기반은 민주주의이며, 이 체제는 평등의 가치 위에서 세워졌다. 따라서 평등에 관한 논쟁은 평등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만큼 평등의 가치를 실현해야 하는지에 관한, 즉 ‘정도’의 문제를 다룰 뿐이다. 예를 들어 기본 소득 정책이 있다. 기본 소득의 문제는 재화의 분배와 평등과 관련되어 있다. 이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측도 찬성하는 측도 있다. 그렇지만 기본 소득이 이루려는 평등 자체를 부정하는 자는 없다. 막말로 제대로 된 정신이 있다면 불평등을 대놓고 지지하는 인간은 없지 않은가?
그런데 사람은 평등의 가치를 의심하지 않고 맹종한다는 문제가 있다. 평등이 뭐가 문제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평등은 과하면 문제가 된다. 이 가치는 전제 조건이 있다. 바로 ‘비교’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당연하다. 평등은 절대적인 것이 아닌 상대적인 개념이다. 그렇기에 나와 남을 비교하고 수준을 맞추는 것이 평등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모든 것을 똑같게 만드는 평등이 언제나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평등은 그 자체로 선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애초에 사람은 개개인이 모두 다른 특징을 지닌다. 예를 들어보자. 소유가 만족을 불러온다고 할 때, 만족감을 주는 소유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극단적인 가정이지만 무소유에서 만족을 느끼는 사람과 평균 이상의 소유에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 순간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평등일까? 이 둘에게 똑같이 배분하는 것이 과연 선인가? 평등을 절대적인 선으로 생각하면 그런 결론에 도달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중요한 건 이들의 ‘만족감’이다. 만약 평등하게 분배할 경우 이들 중 한 명은 절대로 만족할 수 없다. 하지만 개개인의 소유와 만족도 사이의 관계를 고려하여 분배할 경우에는 둘 다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이건 확실히 평등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이걸 선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평등을 추구하는 건 평등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 아니다. 평등을 통해 이루려는 목표는 따로 있다. 바로 인간 개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케 하는 것이다. 그걸 잊어버리고 개인에 집중하지 않고 상대와의 비교를 따지는 평등에 집착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작가 해리 G. 프랭크퍼트는 이 점을 지적한다. 결국 그가 말하고 싶은 사실은 절대적인 선으로서의 ‘평등은 없다’는 사실이다.
중요한 건 바로 충분과 존중이야!

이 책은 크게 경제적인 평등과 평등 그 자체에 대한 내용 두 가지로 구분하여 내용을 전개한다. 이 내용은 그가 주장하는 ‘평등은 없다’는 사실을 독자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주요 목표이다. 책의 요약은 상술한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그렇지만 책의 내용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평등에는 내재하는 실질적 가치가 없다. 경제적 평등에서 작가는 충분함이 평등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는 상술한 소유와 만족감의 문제를 말한다. 한편 그는 평등 그 자체를 서술하는 두 번째 장에서 평등보다 존중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인간은 각자 개별적인 특성이 있어 비교하기 곤란하다는 점이다.
평등은 비교를 전제한다. 이는 평등이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을 비교한다는 것은 그 비교 대상이 서로 조건이 같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때, 사람이 같은 조건이라면 같은 양과 질의 분배를 하는 것이 옳다. 이것은 이견이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조건이 똑같은 인간은 존재할 수 없다. 이때 평등이 절대적 선이라는 사람들은 인간의 차별성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무시한다. 그 결과 인간은 독립된 개성을 가진 자아로서의 실체는 부정된다. 평등을 맹종하는 자가 생각하는 인간은 획일적, 보편적인 인간 무리의 한 구성원이다. 즉 평등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인간의 가치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작가가 말하는 존중이라는 건 무엇일까? 존중은 인간 개개인의 차별성을 무시하지 않고 인정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인간 한 명 한 명의 개성을 존중하고 주변 환경을 주의 깊게 살펴 필요한 것을 충족시키자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존중의 가치를 지향할 경우 비교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게 된다. 상대방과의 비교에 의미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 비교는 대강의 기준점을 제시하는 것 외에 거의 없다. 기계적인 똑같음을 유지하는 것보다 인간을 먼저 보자는 것이 바로 존중이라 할 수 있겠다.
경제적으로 충분함이, 평등 그 자체보다는 존중이 더 중요하다.
우리는 평등을 당연히 중요하고 좋은 가치로 공부하며, 이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인간을 기계적인 평등의 가치로 대하는 것은 문제를 야기한다. 인간은 모두 다 다른 조건, 특색을 지닌 독립된 인격체이기 때문이다. 즉 인간이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상대적인 평등이 아닌 개개인이 갖은 소중한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등을 따지다가 인간을 놓치지 말자. 삶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이 책 ‘평등은 없다’를 읽고 해리 G. 프랭크퍼트의 주장을 곰곰이 생각해보다 보면 평등의 가치를 자신의 마음속에 새롭게 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
- 저자
- 해리 G프랭크퍼트
- 출판
- 아날로그(글담)
- 출판일
- 2019.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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