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서평

가짜 뉴스의 시대 - 잘못된 믿음은 어떻게 퍼져 나가는가 (케일린 오코너, 제임스 오언 워더렐, 반니)

작은독서가 2022. 5. 28. 15:27

<가짜 뉴스가 다가온다>

서론

가짜 뉴스로 인해 혼란에 빠진 것을 상징하는 그림
가짜 뉴스의 시대로 일반 대중들은 혼란에 빠져있다.

최근 부쩍 가짜 뉴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사실 가짜 뉴스와 같은 문제는 새로운 일은 아니다. 거짓을 통해 여론을 선동하는 일은 언제나 있어왔다. 이와 같은 사례는 인간의 역사에서 너무도 많기 때문에 굳이 세세히 예를 들 필요는 없으리라. 그런데 요즘 등장한 이 가짜 뉴스는 과거의 선동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이 ‘결’이 다르다고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짜 뉴스가 인터넷을 타고 걷잡을 수 없이 엄청난 속도로 확산하여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이 한 이유다. 인류 역사에 인터넷만큼 물리적, 시간적 장벽을 없애고 사람들을 연결해준 예는 찾아볼 수 없다. 요컨대, 가짜 뉴스의 생성과 배포 이전의 사전 단계에 이를 막거나 중간에 끊어내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른 이유는 SNS나 검색 포털 사이트와 같은 서비스들이 이용자들의 신념을 조정, 강화하여 사회를 양극화한다는 데 있다. AI 기술의 발달로 사람은 자신의 신념이 잘못되었든 아니든 그걸 강화하고 발전해나간다. 반론은 기술들이 차단한다. 그 결과 비슷한 부류의 인간들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반대 의견을 가진 자들을 공격한다. 사실 인터넷이 없던 시기에도 이런 일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회의 양극화가 지금처럼 심해진 적은 없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인터넷 기술이 있다.

따라서 필자는 이 책 ‘가짜 뉴스의 시대’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꼭 필요한 읽을거리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현대의 가짜 뉴스에 대한 문제를 살펴보기 위해 인간의 신념이 어떻게 생기고 발전하고 또 확산하는지를 설명한다. 상술했듯 가짜 뉴스의 위험이 지금처럼 위험했던 적은 없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이 책이 그런 위협을 정확히 이해하고 행동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본론

책 소개

가짜 뉴스를 보는 사람 사진
가짜 뉴스의 시대. 사람들은 가짜 뉴스를 끊임없이 접하고 있다.

책 ‘가짜 뉴스의 시대’는 정확히는 인간의 신념이 어떻게 형성되고 발전하며 확산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책이다. 그리고 이 신념이라는 것이 가짜 뉴스로 대표되는 인간의 선동 활동에 의해 어떤 영향을 받는지 분석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례 제시와 모형 소개를 한다. 사례의 경우에는 과학자의 사례를 대상으로 한다. 이는 과학자가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형성한 신념이 여타 신념보다 더 충실한 증거에 기반한 합리적인 신념이라고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과학자의 신념 형성은 일반 대중들의 신념 형성과 다른 것은 아니며, 이들과의 차이는 기술적인 정제 정도와 전문성의 정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학자의 신념 형성 및 변화와 확산 과정을 살펴본다면 일반 대중의 것도 비교할 수 있다.

과학자의 사례를 분석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책의 저자는 다양한 모형을 이용한다. 과학적인 모형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레 겁먹을지도 모르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저자는 책에 모형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은 물론, 모형에 맞는 도식표를 그림으로 나타내 보여준다. 따라서 대중 교양서로서 읽기 어려운 편은 아니다.(다만 모형들과 그 모형의 적용례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다.)

과학자의 사례를 이론 모형으로 분석한 뒤, 책은 실제 대중들의 사례를 언급한다. 언급되는 사례들은 책이 앞서 설명한 모형을 적용해 설명한다. 한국의 사례가 아닌 해외 사례인 것 때문에 사례에 대해 잘 모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오히려 해외의 사례이기 때문에 제삼자의 입장에서 중립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오는 사례들은 오래된 이야기들이 아닌, 현재도 논란이 있는 사례들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가짜 뉴스가 어떻게 세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확실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한국의 가짜 뉴스, SNS의 거짓말

SNS 아이콘 사진
sns는 대표적인 가짜 뉴스의 유포지이다. 사람들은 sns에서 수많은 가짜 뉴스들을 접하고 이들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다.

책 ‘가짜 뉴스의 시대’는 외국 작가의 외국 이야기를 사례로 들고 있다. 하지만 가짜 뉴스의 패혜는 비단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경우도 가짜 뉴스의 문제들, 이 때문에 신념이 굳어지고 양극화되는 문제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한국의 사례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가짜 뉴스, 신념의 조작, 양극화의 사례 중 최근 가장 큰 화두가 되는 것이 바로 ‘젠더 갈등’이다. 이 갈등은 전형적인 선동, 조작의 예로 들기에 충분하다. 이유는 젠더 갈등이 시발점이 된 것이 인터넷이었고, 여기서 확대 재생산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젠더 갈등은 SNS의 발달로 극단적인 양상을 띠게 되었다. 저자는 책 ‘가짜 뉴스의 시대’에서 SNS를 통한 선전 선동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는 사진
모르는 사람 간의 연결. SNS의 이러한 연결로 인해 가짜 뉴스는 삽시간에 전 세계로 흩어진다.


SNS에서 벌어지는 젠더 갈등 중 가짜 뉴스와 선동, 그리고 신념의 양극화 문제는 무엇인가. 구체적인 사례를 하나 꼽자면 ‘청년다방 몰카 누명 사건’이 있다. 이 사건은 2018년 8월 2일 트위터의 한 유저가 아무런 근거 없이 있지도 않은 몰래카메라 가게 화장실에 있다면서 청년다방 일개 지점에 대해 트위터로 협박을 한 사건이다. 이 사안에서 협박의 주체는 아무 근거도 없이 트위터에 이 거짓말을 게재했다. 당연하지만 SNS인 트위터의 특성상 이 문제는 삽시간에 널리 퍼졌다. 심지어 협박자는 자신을 고소하는 일이 생긴다면 여혐(여성 혐오) 기업으로 낙인찍힐 것이라는 황당무게한 발언을 늘어놓았다. 실제로 카메라는 없었다. 협박자의 주장은 그저 ‘화장실 벽에 구멍이 많다, 그러니까 그 안에 몰래카메라가 있다’는 것뿐이었다.

문제는 이 트위터 유저의 발언이 사람들, 특히 여성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는 것이다.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 상황에서도 가게 측을 비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훨씬 심각한 건 이들에 대한 언론의 반응이다. 당시 MBC는 뉴스에서 ‘이유 있는 착각’이라는 제목으로 협박자의 행동을 두둔했다. 또한 이 기사는 협박자가 불리한 내용을 쏙 빼놓았다. 그 결과 이 기사는 여성이 오인할 정도로 몰카 범죄에 공포감을 느끼고 있으며, 실제 사건도 있으니 이 사람의 협박은 정당하다는 식의 내용으로 채워졌다. 당연히 실제 피해자인 상대방의 피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었다.

이렇게 증거도 없이 누명을 씌우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SNS의 큰 문제다. 위의 사례가 예외적인 일은 아니다. 최근 부산 롯데월드에서 남성이 불법 촬영을 했다는 누명이 사실처럼 SNS로 퍼져나갔다. 다른 사례도 있다. 아이돌 aespa 사진작가를 아이돌 멤버 중 한 명인 윈터를 불법 촬영한 범죄자로 몰아간 사건이다. 이 사건 또한 근거 없이 SNS에 글을 올린 유포자 한 명 때문에 가짜 뉴스가 퍼져나갔고, 사실무근이라는 결론이 났을 때는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가짜 뉴스가 퍼져버렸다. 심지어 아이돌 사건이어서 그랬는지 사실을 밝혔음에도 한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들까지 이 가짜 뉴스가 사실이고, 진짜 사실은 거짓이라는 주장을 하기에 이르렀다.

요컨대 SNS는 젠더 갈등을 부추기고 남녀를 양극화하는 촉매제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현재도 SNS에서는 젠더 갈등을 일으키는 혐오 표현이 확대 재생산되는 실정이다.

끝은 없다

가짜 뉴스 사진
가짜 뉴스는 계속 생산된다. 미래에도 이 문제는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앞서 가짜 뉴스의 폐해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이렇게 물을 수 있겠다. ‘개인이 조심하면 가짜 뉴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이 질문은 질문자가 상황을 너무 쉽게 보고 있다는 것을 방증할 뿐이다. 가짜 뉴스는 절대 개개인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가짜 뉴스 자체가 점점 진화, 발전하고 있다는 문제가 첫 번째 원인이다. 가짜 뉴스의 기술은 더 이상 굳이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심지어 사실만을 언급하기만 한다 해도 원하는 대로 대중을 조종할 수 있을 만큼 정교해졌다. 실제 연구 결과를 취사선택하여 가짜 뉴스를 만들든, 아니면 연구 지원을 취사선택하여 원하는 근거에 힘을 실어주든 이제 사실로 판명된 근거만으로 대중을 거짓된 길로 인도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다른 이유는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설령 개개인의 신념이 옳은 방향으로 향해있다고 해도 사회는 이 신념을 왜곡할 만큼 힘이 세다. 예컨대 확증편향, 동조 편향 등의 편향으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을 사회에 맞춘다. 혹은 이기적인 욕망에 의해 의도적으로 거짓을 선택하기도 한다. 개인 내부의 신념은 이렇게 외부 환경에 쉽게 흔들린다. 따라서 개인의 노력만으로 가짜 뉴스에 대처하고 올바른 신념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결국 가짜 뉴스를 근절하는 것은 불가능할까? 사실 그렇다. 오히려 가짜 뉴스는 더 정교해질 것이다. 미래에는 사실과 허구를 구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응책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대처법이 궁금하다면 책의 마무리 부분을 꼭 확인하기를 바란다.


결론


이 책 ‘가짜 뉴스의 시대’는 현대의 가짜 뉴스 문제를 다루는 책들 가운데 훌륭한 책이라 할 만하다. 이 책은 인간의 신념에서 시작하여 이 신념이 어떻게 영향을 받아 왜곡되는지 알려준다. 그 왜곡의 근거는 추상적인 주장이 아닌 과학적 분석으로 나온 모형들이기에 신뢰도가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일반 대중의 사례들을 소개하고 앞서 말한 모형들을 사례에 접목시키는 것을 보면 작가가 얼마나 이 책을 읽을 대중들을 위해 공을 들였는지 느낄 수 있으리라.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해 그림을 삽입한 것도 좋았다.

가짜 뉴스의 문제는 날이 갈수록 심각한 문제를 계속 발생시킬 것이다. 누군가는 이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만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한 발작 떨어져서 문제를 관망하겠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짜 뉴스는 모두 힘을 합쳐 막아야 할 중대한 문제다. 개인만 피한다고 될 일도 아니고, 그걸 혼자 피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한국의 젠더 갈등이 그저 사회의 한 문제를 넘어 정치 문제로까지 확산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되었을까? 그런데 그게 현실로 이루어졌다. 젠더 갈등은 이제 정치 의제 중 가장 중요한지는 몰라도 강력한 힘을 지니게 되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갈등이 이렇게 확대된 것 중 하나가 바로 가짜 뉴스이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가짜 뉴스에 대해 정확히 알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도 혼자가 아닌 우리 모두가 말이다. 사회적 연대 없이 이 문제에 대처할 수는 없다. 가짜 뉴스가 사회를 찢어 놓는 상황이니 연대할 시간은 많지 않다. 빨리 가짜 뉴스의 위험성을 인식하자. 그리고 같이 대응하자. 그것만이 가짜 뉴스의 피해를 최소화할 유일한 방법이다.


 
가짜 뉴스의 시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가짜 뉴스의 시대,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짓된 정보에 대처해야만 한다. 『가짜 뉴스의 시대』는 우리가 올바른 신념을 갖고 견지하기에는 너무나도 취약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며, 우리의 신념이 어떻게 형성되고 거짓 정보는 이 과정에 어떤 방식으로 교묘하게 파고드는지, 그 작동 방식부터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두 저자는 모든 시민이 다양한 정보를 기반 삼아 신념을 형성하고 그 신념이 모여 민의가 형성되는 민주주의 구조 아래서 가짜 뉴스를 비롯한 거짓된 정보는 올바른 민의를 형성하는 데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며 가짜 뉴스를 비롯한 오염된 정보에 맞설 수 있는 여러 방안을 이 책은 제시한다. 담배 산업계의 선전 전략, 트럼프와 힐러리의 대선을 앞두고 쏟아졌던 가짜 뉴스들과 러시아의 개입, 기후변화를 둘러싼 양극화된 대립을 따라가며 가짜 뉴스가 우리 사회를 오염시키는 상황들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눈앞에 너무도 명확한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증거를 보고 있는 자신보다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들의 판단을 신뢰하는 경향이 나타나면 순식간에 모든 사회적 연결망에 거짓인 신념이 확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거짓 정보가 우리 인간의 신념을 어떤 방식으로 조작하는지 적나라하게 파고드는 이 책에서 저자들은 우리가 무엇을 믿는가는 우리가 누구와 알고 지내는가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설득력 있게 풀어내고, 우리는 주변의 정보로 신념을 형성하고 그 신념이 모여 민의가 되는 민주주의에 이러한 오염된 진실은 그 근본을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전한다.
저자
케일린 오코너, 제임스 오언 웨더럴
출판
반니
출판일
2019.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