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서평

역사는 누구의 편에 서는가 - 난징대학살, 그 야만적 진실의 기록 (아이리스 장, 미다스북스)

작은독서가 2022. 5. 19. 15:44

<아직 끝나지 않았다>

책 '역사는 누구의 편에 서는가' 전자책 표지 사진

서론

일본 제국은 전범국가로 수많은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위안부'로 불리는 성노예를 군에서 운용한 것이다. 일본은 전후 이에 대해 제대로 된 인정 및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 일본이 독도, 동해, 위안부 기타 역사적 문제들에 있어 스스로 반성하는 기색은 없다. 비단 일본 정계의 인물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본 국민들은 관련 역사에 대해 무지를 넘어서 방관자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저 정도의 문제일 뿐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선조가, 혹은 아직 살아있는 노년의 일본 제국 국민들의 만행을 덮기에 급급하다.

따라서 책 ‘역사는 누구의 편에 서는가’ 가의 존재는 정말 반갑다. 이 책은 난징대학살에 대해 다루고 있다. 난징대학살은 일본 제국이 당시 중국의 수도 난징을 점령하고 저지른 제노사이드로 그 잔인함이 말도 못 하게 심했다. 그렇기에 이 학살을 ‘난징의 강간’이라는 명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난징대학살은 그 규모나 잔인함에 비해 세게에 조명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 자리를 빌려 이 책을 쓴 저자 ‘아이리스 장’의 노고에 감사함을 표한다. 빈약한 자료, 증인, 기타 위험들을 이겨내고 이 책을 발간했기 때문이다.

현재도 그렇지만 이 책이 나올 당시의 일본은 지금과 딱히 다르지 않았다. 일본은 자국에 출간되지도 않은 이 책을 비난했다. 심지어 일본어 책이 없는 상황에서 이 책의 비판서가 등장할 정도였다. 일본의 이러한 대응은 한 사람이 견뎌내기에는 너무도 강했다. 결국 이 책을 쓴 작가 ‘아이리스 장’이 일본 우익 단체와 인물들의 협박과 위협에 못 이겨 자살할 정도였다. 젊은 나이에 능력 있는 역사가 한 명이 사망했다는 사실에 안타까울 따름이다. 한편 한 명의 무고한 역사학자를 죽일 정도로 일본의 역사 왜곡과 날조, 선동이 극에 달해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나고 한편으로는 공포스럽기 그지없다.

역사적 사실이 언제나 몽땅 후세대의 책임은 아니다. 하지만 일본인들이 역사적 문제를 외면하고 감추는 행위를 직접적으로 수행하든, 간접적으로 방관하든 당대의 사실을 왜곡한다면 현재의 일본인도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이들이 책임을 방기한 채 눈을 돌리고 있는다면, 난징대학살은 그저 역사의 한 사건이 아니라 현재도 진행 중인 잔악한 범죄가 된다는 사실을 그들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본론

책 소개

현대 난징의 중산층 주택가 사진.

‘역사는 누구의 편에 서는가’는 저자 ‘아이리스 장’의 대표작이다. 이 책은 ‘난징의 강간’에 대해 서술한다.

책은 난징의 강간을 세 가지의 시선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하나는 학살자 일본군의 입장, 다른 하나는 난징에서 중국인들을 지키려 노력했던 외국인들의 입장, 마지막으로는 난징 바깥의 입장-해외의 반응-이다.

일본군의 입장과 난징에 있던 외국인의 입장은 당시 중국인을 학살하던 일본군의 잔인함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일본군은 마치 숨을 쉬듯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 일본군은 자기 마음에 따라 죽이고 또 죽였다. 마치 살인을 유희 즐기듯 했던 그들의 잔혹함에 치가 떨린다. 한편 일본군은 성에 굶주린 짐승처럼 여성들을 탐했다. 강간을 일상처럼 즐겼다. 이들의 강간 대상은 나이와 상태를 가리지 않았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여성은 거의 모두 강간했다. 임산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들은 강간을 마치면 대체로 그들을 죽였다. 임신한 경우에는 산모의 배를 갈라 아이를 꺼내 그 아이까지 죽여버린 경우도 왕왕 있었다. 그래서 난징대학살은 ‘난징의 강간’이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마지막으로 해외의 입장을 서술하는 부분에서는 일본의 난징대학살이 어째서 묻혔는지를 알 수 있다. 정치적인 문제로, 특히 냉전으로 인해 일본은 자신들의 죄에 대한 대가를 받지 않았다. 일본이 제 죄의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는 가장 명백한 증거는 바로 일본 천황과 그들 왕가에 대한 처리였다. 천황은 분명히 일본 제국의 전쟁 범죄에 대한 책임이 있었다. 그렇지만 전범 재판에 그는 피고로 소환되지 않았다. 더구나 왕족 중 한 명은 난징대학살 당시 군 사령관 중 한 명이었음에도 천수를 누리고 죽었다. 그 왕족은 뻔뻔하게도 호의호식하다 제 명대로 죽었다. 전쟁 당시 재위한 천황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죽을 때까지 자신의 죄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았다.

책의 말미에는 난징의 강간에 대한 현대 일본인, 일본 우익단체, 정치인의 만행을 적으면서 제목의 의문을 독자들에게 던진다. 역사는 누구의 편에 서는가? 당연히 밝혀져야 할 진실이 일본이 원하는 대로 왜곡되는 현실 속에서 작가가 얼마나 혼란스러웠을지 짐작이 된다. 그녀가 자살한 후 지금도 일본은 여전히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역사는 누구의 편에 서는가

난징의 학살은 수십 만 명의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갔다. 이들에게 죄는 없었다. 다만 죄가 있다면 일본군의 눈에 띈 죄였다. 일본군은 자신의 마음에 따라 사람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죽이고 농락했다.

역사는 누구의 편에 서는가? 답하기 어려운 질문은 아니다. ‘승자의 역사’라는 말이 있듯이 사실 역사라는 것은 승리자의 입장이 잔뜩 덧칠된 그림과 같다. 요컨대 힘 있는 자가 역사를 쥐락펴락한다는 것이다. 이건 난징대학살 문제를 다루는 세계의 모습을 통해 잘 알 수 있다. 현대 일본은 무시할 수 없는 강국이다. 그 힘을 가지고 일본은 제 맘대로 역사를 주물렀다. 지금까지는 그 왜곡이 꽤 성공적인 듯하다. 일본의 잔악 행위들을 제대로 아는 이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본 국민들도 자신들의 조상이 뭘 했는지 모를 정도이니 말 다했다. 놀라운 건 일본과 미국이 전쟁을 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이다.

난징의 강간에 대한, 아니 일본 제국이 저지른 모든 악독한 짓거리들에 대한 현재 일본의 공식 입장은 ‘이미 끝난 일’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사과도 배상도 다 된 일이란다. 이건 일본 우익 단체들 뿐만이 아니라 일본 국민들 전반에 걸친 생각이다. 사실 이것도 다행이라고 말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일본 우익들은 시시때때로 자신들이 행한 전쟁 범죄는 있지도 않은 허구라고 거짓말을 내뱉기 때문이다. 아예 없다는 것보다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상황이라니.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없다.

일본이 뻔뻔한 짓을 참으로 당당하게 저지르는 것은 그들이 경제적으로 강하고, 또 피해 당사국들의 힘이 그들에게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당사국인 중국은 타국에 신뢰를 잃어 이에 대한 이의 제기 자체가 효과가 없다. 대만은 일본에 대한 친일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한국을 제외한 옛 일본 제국의 식민지였던 국가들은 국력 자체로 일본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또한 일본은 이들에 대한 경제 원조를 통해 그들의 환심을 사는 데 성공했다. 이제 일본에 고통받은 역사를 가진 국가 중 강한 힘을 지니고 또 일관된 목소리로 일본의 문제를 지적하는 곳은 대한민국뿐이다.

필자는 역사가 올바른 자의 편, 정의의 편에 서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적으로 힘의 논리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통감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이 계속 자신의 잘못을 자각하지도 않은 채 뻔뻔한 태도를 유지한다면, 결국 이를 세계에 밝히고 잊히지 않게 하는 것은 피해 당사자이면서 세계에 큰 영향력을 투사할 수 있는 우리나라뿐이라고 생각한다.

아픔은 끝나지 않았다

하와이에 있는 제2차 세계대전 기념박물관. 일본에서는 현재 자국이 과거에 미국과 전쟁을 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자도 있다.

최근 일본 교과서에서 일본 제국 시절의 만행이 또 빠졌다. 매번 있는 일이라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이제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를 ‘없는 시대’로 간주할 모양인가 보다. 그래서 일본 학생들은 자신의 국가가 얼마나 더럽고 추잡한 역사를 지니고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 오히려 그들은 일본이 좋은 나라라는 선전만을 굳게 믿으면서 전쟁 범죄의 공범이 되어간다.

이렇듯 일본은 자신들의 치부를 ‘없는 역사’로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왔다. 그리고 이들의 그런 추접한 일들이 성과를 내고 있다. 위에 말했듯 일본인들은, 특히 젊은이들은 이제 자신들이 저지른 역사를 아예 모른다. 또 외국인들도 모른다. 심지어 일본과 전면전을 치른 미국의 국민조차도 이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그 결과 일본의 행각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제 일본은 외국의 눈치 따위는 이제 아랑곳하지 않고 점점 역사 지우기 작업에 강하게 몰두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한국에 대한 공격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일 간 무역분쟁이나 독도 해상에서 있었던 양국 군의 충돌 사건 등 최근의 일본 대응이 그 예이다. 일본이 한국에 이렇게 힘을 휘두르는 이유는 한국이 역사에 대해 입을 다물라는 신호다. 이제 일본의 역사 왜곡 작업의 마지막 대상은 한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대응이 점점 강해지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상대적으로 일본이 쇠락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일 양국의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현재 일본의 행태는 초조함의 발로이다. 지금이 아니면 한국의 입을 다물게 하지 못할 것이라는 급박함과 두려움에서 나오는 행태라고 일본의 현재 행동을 분석할 수 있겠다.

다만 슬픈 것은 한국이 세계에 일본 제국의 악함을 알릴 기회가 왔음에도 정작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에 대해 강력한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이 차근차근 역사를 왜곡, 포장하려고 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는 오히려 일본의 계략에 끌려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이는 우리나라 국민 중에도 과거의 아픔을 알지 못하는 이가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를 살지 않은, 현대의 한국인들은 이 역사적 문제를 그저 옛날 사람들의 문제로 치부하거나, 자신의 일은 아니라고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일본의 악랄한 전쟁 범죄에 고통받은 우리나라가 이를 잊어버린다는 사실은 충격적이고 안타깝다.

하지만 국민 중 일부의 노력으로 일본의 역사 수정 작업에 대한 대응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 위안이 된다. 또한 최근 한국 드라마 등 미디어에서 일제 강점기 시절을 조명하는 콘텐츠가 끊임없이 제작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일이다. 더욱더 그들의 계략에 놀아나지 말고, 사실을 세계만방에 전하는 일에 동참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하고 바란다.

결론

지금까지 책 ‘역사는 누구의 편에 서는가’에 대해 글을 썼다. 글을 쓰면서 느낀 점은 일본의 우경화가 책이 쓰일 당시보다 더 심해졌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당시의 일본 우익의 행태 때문에 저자 아이리스 장은 공포와 스트레스에 자살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때보다 지금이 더 심각하다니 참으로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이 자신들의 치부를 계속 감추는 건, 그들이 진정으로 반성하지 않는다는 증거이다. 그들의 행동은 이제 도를 넘었다. 일본은 자신들의 역사를 대면하고 진정으로 반성해야 할 때를 놓쳤다. 이들의 역사 왜곡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상술했듯 일본인들은 이제 제 역사도 모른다. 그런데 어떻게 자기반성을 할 수 있을까? 이제 이들은 일본 우익들의 손에 놀아나면서 그 추잡한 역사를 향해 걸어 들어갈 것이다.

그들의 반성을 바라는 것은 이제 요원한 일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비참한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일본이 반성하고 화해를 한다는 최선의 선택지는 이제 물 건너간 상황이다. 하지만 잊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적어도 최악의 순간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세계에 일본의 만행을 계속해서 알리고, 또 배우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역사는 누구의 편에 서는가
『역사는 누구의 편에 서는가: 난징대학살, 그 야만적 진실의 기록』은 중국계 미국인 2세 아이리스 장이 역사에 묻혀버린 난징대학살의 은폐된 기록을 표면 위로 끄집어내 사건을 조사하고 진실을 밝힌 책이다. 20세기 일본을 비롯해 제국주의자들과 침략주의자들의 야만적 만행을 확인하고 21세기 현대사 속에서 우리가 선자리의 실체를 적시해야 함을 이야기한다. 중일전쟁이 벌어지던 1937년 12월 13일 중국의 수도 난징이 점령되었고, 그곳에서 일본은 6주 동안 35만의 중국인의 살해와 8만 이상의 여성이 강간을 당하는 등 참혹한 만행을 저질렀다. 관련 당국들의 정치적인 이유로 묵인돼왔던 이 역사적 사건의 진실을 위해 서양인들의 기록과 사진을 확보하고 생존자들의 인터뷰를 실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숨겨진 역사의 진실을 파헤칠 뿐만 아니라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과 정당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잘못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진실을 바탕으로 경각심을 갖고 있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저자
아이리스 장
출판
미다스북스
출판일
2014.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