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필자는 평소 작문 책을 종종 읽는다. 책 ‘퓰리처 글쓰기 수업’을 선택한 이유다. 이 책은 작문, 특히 논픽션 내러티브 글쓰기를 가르친다. 저자 ‘잭 하트’는 미국 언론인으로 ‘오레고니언’의 편집자였고, 이후 글쓰기 강사로 활약했다. 솔직히 나는 잭 하트라는 저자는 이번 책으로 처음 알았다. 다만 퓰리처 상을 탔던 작가들과 일하고, 편집자로서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는 것만 안다.
다양한 작문 책이 많다. 그런데 굳이 이 책을 고른 건 저자의 이런 경험 때문이다. 퓰리처 상 이름값이 있으니 내용이 못해도 중박은 치겠지 싶었다. 덧붙여 뜬금없지만 책을 고르기 전, 한국인으로 퓰리처 상을 두 차례 수상한 기자의 책이 발매된다는 소식을 들어서다.(퓰리처상 수상 한국인 기자, 경계의 시선으로 한국의 문화유산을 이야기하다 (pressian.com)) 그래서 책을 고르는데 문뜩 퓰리처 상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퓰리처 상이라. 괜찮겠다 생각했다. 물론 이런 엉뚱한 이유 말고 책 리뷰를 쓰는 블로거 입장에서 글의 부족을 채워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다.
책은 글쓰기의 순서를 따라 챕터를 부여하고, 저자가 구체적인 방법론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작문서라면 흔한 구조다. 차이점은 이 저자가 글쓰기 경력 수십 년 동안 있었던 실제 일화를 집어넣는 데 있다. 당연히 이런 류의 책에서 예시가 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지만 예시만 달랑 보여주고 저자가 나름 분석하는 내용으로 바로 넘어가는 게 대다수이다.
이 책의 저자 ‘잭 하트’는 다르다. 글 예시뿐 아니라 작가와의 실재 대화 경험, 작가가 행한 자료수집과 글쓰기 경험 따위가 예시 앞뒤로 일화 형식으로 추가되어 있다.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사실 작문서가 재미있을 리 없다.) 내용을 독자가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만든다. 역시 수십 년 경력은 무시할 수 없다. 매끄럽게 이어지는 일화와 예시문, 그리고 설명이 놀랍게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특히 ‘오레고니언’이라는 언론에서 일한 경험들이 책에 많이 녹아 있는데, 몇몇 장면은 마치 작문서가 아니라 수필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재밌는 이야기를 읽는 듯 착각에 빠질 수도 있겠다.(다만 작문서치고 그렇다는 것을 명심하자.) 예를 들어 글감을 찾기 위한 취재 과정을 보면 한 편의 드라마처럼 느껴진다. 이 부분을 읽다 보면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한다고?’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취재를 위해 교도소 교관이 되거나(체험이 아니라 진짜 몰래), 혹은 실재 난민처럼 생활해 보거나 등등)
책은 어느 부분도 빠뜨릴 수 없이 중요하지만 작가의 윤리성 문제를 서술하는 챕터가 가장 중요하다. 슬쩍 글 내용을 부풀렸다가 들켜서 자기 커리어를 끝장낸 촉망받던 기자, 없던 사실을 사기를 쳐서 써 놓은 작가, 알 수 없는 상대의 내심을 대강 추측해서 그럴듯하게 쓴 뒤 작가적인 허용이라고 둘러대는 작가. 기타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이런 비윤리적인 작가 놈(?)들을 저자는 직접 때린다. 가명도 안 쓰고 이름도 안 가리고 그냥 실명을 밝히고 비판하는 저자의 글은 참으로 통쾌하다. 한편 스스로 뜨끔한 적도 있다. 이런 비행은 글쓰기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가령 자기소개서를 쓸 때. 괜히 자소서(자기소개서)가 자’소설’로 불리는 게 아니다. 또 뉴스 기자들의 기사가 있다. ‘기레기’라는 단어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지금까지 책 ‘퓰리처 글쓰기 수업’을 살짝 정리해봤다. 마지막으로 하나 추가하고 싶다. 필자가 이 책은 논픽션 내러티브 글쓰기를 가르치는 글이라고 했었는데, 꼭 그 장르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소설, 수필 등등 모든 글쓰기 과정에서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다. 그러니까 ‘나는 논픽션 내러티브 같은 건 쓸 생각 없는데.’라고 생각하고 이 책을 버리지 말고 한 번만 읽어보자. 글쓰기 실력을 높이고픈 모든 사람들은 이 책의 내용을 보고도 금세 책을 덮어버리지 않을 것이다.
추천 독자
글을 잘 쓰고 싶은 당신! 이 책을 추천한다. 다양한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글쓰기 교본이 바로 이 책이다. 논픽션 내러티브라는 소개글만 보고 거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글쓰기에 다 적용된다! 덧붙여 글을 잘 읽고 싶은 사람들도 조심스럽게 이 책을 권한다. 특히 신문 기사 등 논픽션 내러티브를 좀 읽어봐야지 하고 다짐하는 분들이 있다면 꼭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능력뿐 아니라 보는 눈 또한 늘었다는 것이 체감될 것이다.
- 저자
- 잭 하트
- 출판
- 현대지성
- 출판일
- 2021.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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