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2018년, 한국을 발칵 뒤집는 사건이 있었다. 수백의 예멘인이 무더기로 제주도에 입도했다. 예멘은 내전 중에 있었다. 이들은 도저히 고향에서 삶을 꾸려나갈 수 없어 익숙지 않은 이곳까지 도망쳤다. 이들이 제주도까지 흘러들어온 것은 정책 때문이다. 제주도는 관광 활성화를 위해 무사증 제도를 시행 중이다. 덕택에 이들이 제주도에 입도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한국은 대규모로 난민을 받은 경험이 없었다. 한국은 당황했다. 긴급하게 이들을 제주도에 가둬놓는 초강수를 둔 이유다. 그리고 수개월 간 난민은 우리 사회에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아파했다. 이들은 낯선 곳에서 한국 사회의 냉대를 한 몸에 받았다.
책 ‘낯선 이웃’은 이들의 이야기이다. 저자 ‘이재호’는 기자로 예멘 난민의 입국부터 난민 심사 종료까지 취재를 했다. 따라서 책의 중심 내용은 예멘, 그리고 난민이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세 부분이 똑같은 비중인 것은 아니다. 앞의 둘은 맨 뒤에 있는 예멘 난민의 기록을 위한 예열이다. 예컨대 수영 전 준비운동처럼. 우리가 흔히 갖는 통념을 제거한, 맨 눈으로 이들을 마주하기 위한 목적의 준비운동.
첫 챕터는 난민 개개인의 기록이다. 대한민국에서 난민은 무엇이고, 어떤 취급을 당하며,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내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다양한 국가에서 탈출한 이들은 저마다 힘들게 한국 사회의 가장자리에서 맴돌았다. 궂은일, 모욕적인 일, 슬픈 일, 비인도적인 일을 숱하게 당하는 이들. 그럼에도 살고 싶어서 냉골인 한국의 주변부에서 근근이 버틴다. 언젠가 자격이 없다고 내쫓길지라도 오늘은 살아야 하니까. 그들에게 갈 곳은 이제 없다.
둘째 챕터는 난민에 대한 가짜 뉴스, 통념에 대한 내용과 저자의 반박을 다룬다. 으레 하는 편견들, 통념들, 어디 구석에 있지 않고 싸돌아다니는 가짜 뉴스들을 저자는 조목조목 그것들의 오류를 집어낸다. 첫 챕터가 한국에서 살아가는 난민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면, 이 장은 그런 고통을 만들어내는 난민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들춰 보인다. 가짜 난민. 돈이나 벌려고 핑계나 대는 거짓말쟁이. 강력 범죄(특히 성범죄)나 저지르는 잠재적 범죄자. 기타 등등. 독자들은 살려고 버둥거리는 이들에게 이리 심한 거짓 낙인을 찍는 건 어째서인가. 이게 입이 닳도록 얘기하는 한국의 ‘정’인가.
셋째 챕터는 예멘 난민들의 입도부터 난민 심사까지의 이야기이다. 다양한 사람들을 화자로 등장시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들은 공무원에게 괄시받고, 통역관에 사기를 당하고, 사람들이 냉대하는 상황에서 점점 지쳐가고 피폐해진다. 특히 정부는 이들이 말라죽기를 바라는 것은 아닌지 모를 정도로 냉혹하다. 처음 제주도에 가두는 조치를 취하고, 이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제한하고, 고무줄처럼 기준 없이 늘었다 줄었다 하는 잣대로 법무부는 난민 심사를 하고(간간히 차별하고, 제대로 된 행정서비스는커녕 비인도적인 게 뭔지 똑똑히 알려주겠다는 양 하는 행동들은 덤이다), 결국 극소수의 난민과 인도적 체류허가자 그리고 거부자들을 나눠 예멘인의 마음을 찢어놓는 부분에서는 슬픔에 마음이 먹먹해졌다. 결국 이렇게까지 해서 얻은 자격으로 이들은 불법적이고 위험한 노동에 노출되고 소모된다. 간간이 나오는 선한 사람들의 힘으로 이들은 겨우겨우 연명한다.
이 책은 한국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비춘다. ‘낯선 이웃’이라는 제목이 상징하듯, 난민은 이미 우리 사회의 구성원, 이웃이다. 하지만 이들은 낯설다. 이들이 사회에 있는지 없는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연하다. 우리는 다른 출신의 이들을 받아들이는 걸 꺼린다. 그래서 힘들고 궂은일, 사람 눈에 잘 안 띄는 일에 투입된다. 소위 말하는 3D 업종이 그렇다. 가령 농번기 때 농촌을 보면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외국인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농촌은 이제 외국인이 없으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모르는 건 다만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 뿐. 예를 들어 환경 운동을 하며 비건, 채식주의를 실천하는 사람들도 실상 제 입에 들어가는 것이 누구의 손을 거쳐왔는지 모를 것이다. 생각해보면 채식주의자, 비건이 난민에게 고마워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들은 난민이 어떤 상황인지 알기나 할까. 아니, 난민이란 주제를 생각이라도 해 봤을까.
사실 우리는 난민에 대한 가짜 뉴스, 편견, 선동에 ‘자의로’ 빠져드는 걸지도 모른다. 난민 싫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거 부끄러우니까. 창피해서. 배운 사람은 그러면 안 되는 거라고 생각해서. 그래서 괜히 난민을 배척할 핑계를 만들려고 가짜 뉴스에 빠져든 척, 모르는 척하는 것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난민은 ‘이웃’이다. 힘들어서 겨우 버티고 사는 이웃. 이걸 외면할 수는 없다. 현실이니까. 낯선 이웃도 이웃이다. 우리가 말하는 한국의 ‘정’ 문화가 아직은 살아있으면 한다. 우리는 같이 살아야 하는 한 이웃이다.
추천 독자
난민 문제는 사람을 가릴 문제가 아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는 우리들이 난민에 대해 호의적이든 아니든 실제 난민의 문제와 자신은 연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 이미 우리 경제는 외국인, 난민들의 품이 꽤 많이 들어간다. 농수산업은 물론이고 대표적인 궂은일인 청소업, 힘 좀 써야 하는 조선소 노동자 등 찾아보면 난민이 많다. 다만 자기 옆에 없다고 착각할 뿐이다. 잊지 말자. 낯선 이웃도 이웃이다.
- 저자
- 이재호
- 출판
- 이데아
- 출판일
- 201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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