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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개] 전쟁일기 - 우크라이나의 눈물 (올가 그레벤니크, 이야기장수) (tistory.com)
- [서평] 전쟁을 짊어진 사람들 (안드레이 클류치코 외 6인, 스리체어스) (tistory.com)
[소개] 전쟁일기 - 우크라이나의 눈물 (올가 그레벤니크, 이야기장수)
책 소개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이다. 금년 2월에 시작한 전쟁은 러시아의 승리로 끝날 듯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은 지리멸렬했다. 우크라이나는 수도 키이우를 지키는 데 성공했고. 오히려 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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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전쟁을 짊어진 사람들 (안드레이 클류치코 외 6인, 스리체어스)
책 소개 2022년 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발발했다. 이 뉴스가 떠들썩했던 게 무색할 정도로 이제 우크라이나 전쟁은 언론에서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한국의 관심이 뜸해졌다 해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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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전쟁은 개인을 어떻게 아프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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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향방은 오리무중
우크라이나 – 러시아 전쟁이 발발한 지 1년이 넘었다. 2022년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한 전쟁은 러시아의 싱거운 승리가 될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우크라이나의 선전과 러시아의 졸전으로 전선이 고착화된 상태다. 장기전이다. 현시점에서는 누가 이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전쟁의 결말, 향방, 이후 미래를 예견하는 건 더욱 어려워졌다.
전쟁이 장기전으로 변한 뒤로도 군인과 민간인은 죽거나 다치고, 유무형의 고통을 감내하며 버티고 있다. 처음 러시아의 공격이 개시된 뒤 시작된 고통은 전쟁 초기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그런데 현재 우크라이나 – 러시아 전쟁을 입에 담는 사람들의 수는 줄어들었다. 비단 필자 주변 사람들만의 일은 아닌 듯하다. 전쟁 초기에 시끄럽게 떠들던 언론은 지금 관련 보도를 거의 내보내지 않고 있다. 마치 아무 일도 없는 양 다시 일상은 전쟁 이전으로 돌아간 듯 보인다. 지금도 전쟁은 가열차게 진행되는 와중인데도 그렇다.
전쟁에 대한 관심이 시들한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미디어로 접하는 전쟁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전쟁을 두려운 현실이 아니라 외딴곳의 구경거리로 전락시킨다는 일각의 우려가 있다. 그렇다 할지라도 아예 문제를 없는 것으로 취급하는 것보다는 낫다. 적어도 현재 고통받는 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는 있으니까. 한편 이러한 미디어의 무관심은 시민의 무관심을 증명하는 듯하여 씁쓸하기만 하다. 우크라이나 – 러시아 전쟁에 주의를 기울이는 시민들이 많았다면 과연 언론 매체가 이 문제를 그냥 지나칠 수 있었을까. 이 생각을 떠올린 순간 ‘어째서 우리는 전쟁을 이렇게 쉽게 잊는단 말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것도 북한과 ‘전쟁 중’이라는 국가의 시민이 말이다.
이번에 소개할 책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는 우리의 무관심을 향한 효과적인 경고 메시지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우크라이나 – 러시아 전쟁은 아직도 현재 진행 중이라는 사실. 그 가운데에 고통받는 많은 이들이 울부짖고 있다는 사실. 이러한 사실들이 이 책에 담겨있다. 책의 저자는 전쟁을 잊고, 더러는 왜곡하는 사람들을 보며 걱정을 드러낸다. 2022년 중반에 출간된 책에 담긴 이 걱정은 애석하게도 지금 2023년 5월 현실이 되었다. 사람들은 전쟁을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사람마다 같고 또 다른 전쟁 이야기
책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는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자 중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국민이거나, 주변국 국민이거나, 혹은 전쟁과 간접적인 연관이 있는 사람들이다. 책에서 설명하기를 대체로 인터뷰는 인터넷을 통해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필자는 세계 각 나라의 사람들이 기술로 점차 가까워지고, 또 큰 영향력을 주고받을 정도로 결속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인상적으로 보았다. 이 연결은 기존에는 상관없었던 먼 타국의 전쟁을 세계 전체의 문제로 올려놓았다. 그래서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보고 공감하는 것이리라.
인터뷰 대상자의 면면을 보면 다양하다. 전쟁 전 타국으로 유학을 간 학생, 저격수로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군인, 우크라이나 난민은 따뜻하게 품에 앉은 타국의 봉사자, 외국의 학자, 우크라이나 인근 국가 출신인 민주주의 운동가. 원래라면 연결될 일 없는 사람들이 전쟁을 계기로 한 책을 통해 뭉쳤다. 전쟁을 한가운데에 두고 인터뷰 대상자들은 전쟁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쟁 범죄, 일상 붕괴, 러시아의 선전 선동으로 인한 사실 왜곡 등 마주한 전쟁에 대해 이야기한다. 신기한 건 모든 이들이 같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겪고 있지만, 개인이 경험하는 ‘전쟁’은 각각 다르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저격수로 복무하며 러시아군을 죽이는 병사는 타국에서 유학하다 조국이 전쟁터가 된 상황에 혼란스러운 학생과는 다른 전쟁의 면모를 본다. 멀리 떨어져 이 전쟁의 현재와 미래를 분석하는 학자는 실제로 난민들을 보호하는 자원봉사자와는 또 다른 곳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한다. 모든 사람은 다 자신의 입장과 가치관에 따라 세상을 바라본다고 하는데, 그 말이 딱 맞는다.
하지만 그들을 꿰뚫는 핵심은 같다. 이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의 야욕을 실현하기 위해 발발했다는 점이 그렇다. 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국민을 무차별적으로 살상하는 등 전쟁 범죄를 거리낌 없이 저지르고 있다는 것도 그렇다. 한편 자국의 생존을 위해 목숨 바쳐 나라를 지키는 우크라이나군과 시민들의 모습도 그렇다. 이처럼 사람은 모두 같은 전쟁 속에 있지만, 모두 자신이 홀로 견뎌야 할 서로 다른 전쟁의 면모를 본다. 따라서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각각의 사람들에게서 이들이 전쟁의 어떤 면을 마주했는지 생각해 보면 좋을 듯하다.
아쉬운 점
이 책을 포함해 필자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책을 세 권 읽었다. 책은 모두 전쟁 초기에서 몇 달이 지난 기간 사이를 배경으로 한다. 모두 실제 인물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겪은 일이었다.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그곳에 있는 당사자의 이야기를 엮는 것일 게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의 출간은 개인에게 다가오는 전쟁의 모습을 잘 보여준 작품이라 좋았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이는 앞서 관련된 책 두 권을 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인터뷰 질문에서 이상함을 느꼈다. 억지로 성별과 전쟁을 결부시키는 느낌이었다. 굳이 저격수에게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라면 이런 전쟁이 났을까 질문할 이유는 뭘까. 굳이 책 한 부분을 할애해서 여성 병사에 대해, 우수성에 대해서 말하는 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계가 있는 건가. 책 전반에 걸쳐 굳이 인터뷰 대상자마다 남성과 여성을 가르는 질문을 하는 까닭은 뭘까. 일부러 상대를 불편하게 하는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받는 이유는 의도적인가 실수인가. 적어도 책에서 나오는 이런 질문에 인터뷰 상대방이 그다지 길게 대답하지 않고, 또 굳이 남녀를 나누지 않는 답변을 하는 걸 보면서 독자인 필자가 홀로 민망해졌다. 전쟁에 여성과 남성을 나누려는 질문은 어떤 의도를 지닌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저 필자가 민감한 탓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러한 아쉬움을 제하고 보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겪고 바라보는 여성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좋은 책이다. 현재 전쟁은 이 책의 시간대에서 1년이나 지났다. 그렇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때와 비교해서 별로 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격렬하게 전개되고 있다. 따라서 시간이 조금 지났다고 해서 이 책의 가치가 빛바래지는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속 개인을 보고 싶다는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 저자
- 윤영호, 윤지영
- 출판
- ㅁ(미음)
- 출판일
- 2022.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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