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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 없는 나라 (이승섭, 세종서적)

작은독서가 2023. 5. 7. 20:15

교육은 바뀌어야 한다

책 '교육이 없는 나라' 종이책 표지 사진

교육의 현실

의대반을 아시는가?([NOW] 초등 4학년 ‘의대 입시반’까지 생겼다 - 조선일보 (chosun.com) ) 최근 초등학교 수학 학원에서는 의대 지망생을 위한 커리큘럼이 인기이다. 잘못 본 것이 아니다. 심지어 초등학교도 입학하지 않은 유아를 대상으로 의대 진학 마케팅을 하는 학원까지 생기고 있다. 이는 미래의 유망 직업으로서 의사가 각광받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아이들이 뒤처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반, 제 욕심 반 정도 섞인 부모들의 수요가 이러한 비정상적인 학원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제 꿈을 피우기는커녕 철들기 전에 부모가 정해버린 인생을 따를 수밖에 없게 된다.

위 사례는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의 교육은 대학 입시, 정확히는 수능 성적에 초점을 맞춘다. 교육의 근본적인 목적, 가치를 생각하는 교육은 우리나라에서 사치이다. 입시 외의 교육은 자연스럽게 거추장스러운 짐덩어리로 전락한다. 한편 한국 사회는 선망하는 직업이 정해져 있다. 소위 말해 돈 잘 버는 직업, 폼 나는 직업, 화이트칼라 직업이 그것이다. 이들은 사회가 멋대로 정한 직업 순위 상위에 위치한다. 그렇지 않은 직업의 경우 사회적 인식은 땅에 떨어진다. 소위 말하는 갑을 관계가 발생하는 대표적인 상황 중 하나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들의 교육 방향은 하나의 목적으로 수렴한다. ‘사회가 선망하는 직업을 목표로 어릴 때부터 혹독하게 입시 중심의 – 정확히는 수능 성적 중심 – 주입식 교육’이 바로 그 목표다. 그리고 이게 한국 교육을 문제투성이로 만든 원인이다.

문제가 가득한 한국 교육계에 경종을 울릴 책이 나온 건 이런 현실에서는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소개할 책 ‘교육이 없는 나라’는 입시 중심의 한국 교육 문제를 꼬집고 그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저자 이승섭 교수는 카이스트에서 오래 교편을 잡아 교육 현실에 누구보다도 가깝다. 더욱이 대학에서 입학 관련 업무를 담당한 경험이 있는 만큼 한국 교육 그 자체를 좌우하는 입시 정책을 직접 다룬 경험이 있다. 그는 현재의 교육 현실의 문제점을 책 속에서 꼬집는다. 또한 그는 교육 개혁의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바로 ‘대학 개혁’이다.

 

교육 개혁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교육 문제의 주된 원인은 무엇일까. 앞에서 서술했듯 그 이유는 ‘입시’ 때문이다. 더 정확히는 잘난 대학을 나오는 걸 교육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탓이다. 이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다. 이것이 문제라고. 그렇지만 이러한 문제 상황을 마주한 사람들은 대체로 체념한다. 결국 좋은 대학 출신이 되어야 사회에서 승리자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대체로 사실이기도 하고.

그 결과 교육 문제는 방치되고 있다. 설령 누군가 나서려고 해도 곧장 제지당한다. 바로 현실에 순응한 다수의 사람들이 그들을 막아서는 것이다. 교육 개혁은 현재의 상황에 최적화된 아이들을 불리하게 만든다. 한국 교육의 현실이 문제여도, 그 문제 상황에 맞게 교육 받은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 입장에서 교육 개혁은 불확실성만 커지게 할 뿐이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한국 교육은 망해도 자신, 혹은 제 자식들이 명문대에 가면 그만이다. 그 외에도 미래의 불확실성을 크게 만드는 교육 환경의 변화는 대다수의 학생과 부모를 불안하게 만든다. 따라서 변화를 추동하는 힘은 언제나 소수에게서 나오고 금방 사그라진다. 성적이 떨어졌느니 그런 소리 때문에 교육은 늘 제자리걸음이다.

학생들은 결국 끔찍한 양자택일의 선택지 앞에 선다. 죽을정도로 공부해서 살아남느냐, 아니면 도태되느냐. 학생은 안다. 학교와 학원, 그외에 다양한 교육 기관에 파묻혀 지내는 상황이 얼마나 자신을 갉아먹는지 말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아이들의 행복도 조사 결과이다. 지표는 처참하다. 우리나라 아이들의 행복도는 OECD 국가 중 최하위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의 국제아동 삶의 질 조사 결과를 보면 대한민국은 35개 국 중 31위에 위치한다.("우리 아이들은 행복하지 않답니다" - 매일경제 (mk.co.kr) ) 부모가 이를 모를 리 없다. 졸린 눈으로 일어나 영어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를 보는 것도, 밤늦게 학원에서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오는 아이를 맞이하는 것도 모두 부모이다. 하지만 현실에 순응한 부모는 아이의 고통을 끝내 합리화한다. 다른 아이들도 다 똑같으니까 어쩔 수 없지. 그렇게 한국의 아동은 고통받는다.

상대방, 그것도 또래 친구를 이겨야 하는 아이들 입장에서는 아무리 학습량을 늘려도 부족할 뿐이다. 그걸 강요하는 교육은 자연스럽게 공교육을 몰락으로 이끌었다. 누구에게나 평등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기치를 들고 탄생한 공교육, 전인적 교육을 통해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공교육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오히려 역행한다. 학생은 평등보다 차별, 전인적 교육보다 입시과목 중심 교육을 원한다. 학원은 이러한 수요를 먹으며 한국에서 무럭무럭 성장했다. 심지어 과거 군사 독재 시절의 사교육 금지 정책도 무시하고 온갖 꼼수로 사교육은 규모를 키웠다. 한편 사교육이 날로 훨훨 날아가는 이때, 언젠가 한국 교육을 지탱한 공교육은 땅바닥에 처박히게 되었다. 이제 학교는 누군가에게 효율적인 학원 공부를 위한 수면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렇지만 현실을 아는 교육계는 혁신 없이 무기력할 뿐이다. 소수만이 이에 저항하지만 그것도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다. 공교육은 이제 저질이 되었다. 그러는 사이 학원은 급격하게 성장했다. 양이든 질이든 이제 공교육이 사교육을 따라잡는 건 요원하다.

한국 교육의 암울한 전망은 외부 환경도 일정 부분 영향이 있다. 인문 환경 중 저출산 문제가 교육의 붕괴를 가속화하는 중이다. 출산율의 저하는 당장 학생 수의 감소로 표면화되고 있다. 학생 수가 적어 지방 초중고는 이제 교육의 가치 운운하기 이전에 제 목숨 걱정부터 해야 할 참이다. 심지어 서울에서도 학생이 부족해 폐교하는 사례가 생기기도 했다.(학령인구 감소에 폐교하는 서울시내 학교…어떻게 활용할까 | 연합뉴스 (yna.co.kr) ) 결국 공교육은 교육 개혁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살아남는 것 힘에 부치는데 누가 그런 걸 신경이나 쓰겠는가. 한편 이런 추세에 학생들은 그나마 좋은 학군으로 가기를 원하고 노력한다. 당장 입시에 몰두해야 할 순간에 학교 문제에 발목 잡히는 걸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는 없다. 그러면 악순환이 시작된다. 지방과 소위 말하는 저질 학군의 학교들은 하나 둘 폐교되고, 반대로 유명 학교는 시대에 안 맞게 학생 수가 너무 많아 미어터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초중고뿐만이 아니다. 대학도 문제에 직면해 있다. 현재 학생 수에 비해 입학 정원은 터무니없이 많다. 그렇게 되니 좋은 대학으로 학생들이 몰리고, 나머지 대학은 적자 운영을 한다. 이미 이 문제는 시작되었다. 대학의 여러 입학처는 이 문제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대학이 바뀌어야 교육이 산다!

결국 교육 개혁은 오늘날 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저자 이승섭 교수는 이 문제의 해결책은 대학의 개혁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어쨌든 대학의 방침에 따라 전반적인 교육의 방향이 결정된다. 즉 대학만 어떻게 바꿀 수 있다면 교육 현실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칠 수 있다. 저자는 이 개혁 방안으로 대학의 서열화를 깨고, 대학 각각의 차별화를 이루자고 한다.

당장 대학 서열화 문제를 해결한다는 건 바로 이해된다. 이 문제로 인해 학생, 학부모의 과열된 교육열이 시작된다. 남을 꺼꾸러뜨리려는 목적의 공부, 수능 점수 잘 맞기 위해 조정된 학습 프로그램은 결국 최상위권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실시된다. 저자는 한국의 대학이 SKY니 지잡대니 하며 엄청난 격차가 있는 듯 회자되지만 실제로 교육의 질은 대학별로 그리 차이 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과거 우리나라가 못살던 1960년대 70년대라면 몰라도 지금에 와서는 적어도 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대학을 가르는 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대학의 차별화는 현재의 대학을 성격에 따라 분류하자는 것을 말한다. 저자는 대학을 연구중심대학, 교육중심대학, 그리고 둘을 혼합한 대학 셋으로 구분할 것을 주장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미래에 자신들이 하고 싶은 꿈에 맞는 성격의 대학을 선택할 수 있다. 이러한 차별화는 위의 서열화 문제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서열이 발생하는 건 우리 대학이 차별 없이 획일적이기에 단순 비교가 비교적 쉬워서 발생한다. 학생 입장에서는 모두 똑같은 학교라면 이왕에 좋은 곳으로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을 것이다. 따라서 차별화가 이러한 학생의 생각을 바꿀 수 있으리라 여긴다. 더 나아가 위의 세 구분 아래에 더 세세하게 대학 별로 차별화를 할 수도 있다. 어떤 대학은 취업에 맞는 교육을 하고, 다른 대학은 특정한 교과 중심의 심도 깊은 교육을 하고, 또 다른 대학은 지방에 특화된 교육을 진행하는 등 이러한 차별화는 자연스럽게 각 대학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지금뿐이다

지금, 교육 환경은 전례 없는 격변의 시기를 맞았다. 몇 년 전 코로나19는 교육자, 학생, 학부모에게 시련을 안겼다. 결국 얼렁뚱땅 준비 없이 시작한 비대면 수업으로 고비를 넘기기는 했다. 물론 비대면 수업의 부작용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거대한 교육 실험을 할 수 있었다는 씁쓸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는 장점이 있기는 했지만. 어쨌든 이후 한 고비를 넘긴 듯했다. 위드 코로나 시대가 왔고 과거의 교육으로 회귀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천만의 말씀. 코로나 이후의 교육 현실은 이전의 그것보다 훨씬 망가져 있었다. 수면 위로 드러난 저출산, 학생 수 감소 문제 그리고 갈 때까지 가버린 극단적인 사교육 시장 문제는 과거의 교육과 단절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우리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사실 이전에 많은 교육 개혁 시도가 있었다. 작금의 문제는 사실 뻔히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고 따라서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했다. 하지만 모든 교육 개혁은 실패했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의 현실이다. 이제 막다른 곳까지 밀린 듯싶다. 우리가 현실을 외면하고 구시대의 교육을 계속하면 어떻게 될까.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마지막 기회이다. 교육이 본연의 가치를 다 할 수 있도록 하는 개혁, 지금밖에 시간이 없다.


교육이 없는 나라
입시만 있고 교육은 없는 나라, 잘못된 것을 모두가 알면서도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 우리 사회. 이 어려운 난제를 향하여 교육학자가 아닌 KAIST 공대 이승섭 교수(전 부총장)가 입을 열었다. 과학기술의 변화상을 누구보다도 맨 앞줄에서 보아온 KAIST 교수로서, 신입생들의 불행을 곁에서 보아온 입학처장 그리고 한국의 학부모로서 깊은 고민 후에 얻은 결론과 함께. 이미 시작된 새로운 세상 속에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중고등학교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실행하려면 대학 입시는 어떻게 변해야 할까? 많은 정보를 알고 주어진 문제를 빨리 풀어야 앞서나가는 세상은 오래전에 분명히 지나갔다. 지난날 우리 교육은 빠른 추격자, 즉 패스트 팔로어라는 국가 상황에 발맞춰 나름대로 성공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 학생들은 학교를 전쟁터라 부르고, 부모들은 사교육으로 가정이 흔들린다. 대한민국은 어느새 퍼스트 무버가 되었지만, 이를 뒷받침할 창의적이고 건강한 교육은 없다. 우리는 ‘교육이 없는 나라’다. 저자는 모든 교육 문제의 출발점은 고3까지만 쓸데없이 어렵게 공부하고 이후는 학습 자체를 멈춰버리게 만드는 과열된 입시와 대학 서열화라고 짚어낸다. 1% 인재가 들어가서 2%, 3%가 되어 졸업하는 명문대는 진짜 명문대인가? 부모의 교육열이나 사교육 과잉은 잘못된 제도를 따라가는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저자는 현재의 학교가 식민지 시대나 다름없기에 교육 문제는 “나라 탓”을 하자고 한다. 그래야 달라질 수 있다. ‘교육이 살아 있는 나라’가 되려면? 궁극적으로 대학 차별화를 해서, 지방 대학을 포함한 여러 대학들이 나름의 장점을 키우게 하고 학생들도 각 대학에서 보람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교육 중심 대학과 연구 중심 대학으로 나누는 등 저자는 의대 쏠림 현상을 비롯해 서울대 ‘순혈주의’에 대한 해법, 최근의 반도체 학과 신설에 대한 우려까지 거론한다. ‘용을 잡고 싶은 아이’라는 소제목으로 시작해 한 권의 철학 에세이처럼 생각거리가 가득한 이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독자들의 비판과 지적을 환영한다고 썼다. 저자는 깊고 검은 웅덩이에 파문을 일으키려는 마음가짐으로 이 책을 썼다.
저자
이승섭
출판
세종서적
출판일
2023.04.25

이 책은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