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과 포용, 미래의 번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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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과 도시
한국 사회에서 이슬람교는 낯선 존재다. 개신교, 가톨릭교, 불교와 기타 민족종교가 강세인 우리나라에서 이슬람교는 소수 종교인 탓도 있다. 하지만 이슬람교에 대한 우리의 뿌리 깊은 편견이 그들과 우리의 화합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슬람교 극단주의자들이 벌인 테러, 전쟁 범죄가 흔히 매체에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이는 당연한 현상일지 모른다. 사실 미디어에서 다루는 이들의 인상은 절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오히려 오해와 논란을 부추겼으면 부추겼지.
이슬람교에 대한 편견은 현 사회가 타자의 다름을 인정하는데 인색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래도 과거에는 별 탈 없이 지나가기 일쑤였다. 세계 몇 대 종교라 하면 꼭 나오는 이슬람교이지만 적어도 한국에서 이슬람교는 소수고, 작은 목소리는 찍어 누르든 무시하든 큰 소란으로 번지지 않았다. 그렇다 지금까지는.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고, 저출산에 신음하는 한국은 대규모 이민 정책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서 이슬람 인구가 늘어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갈등이 늘어날 것도 자명하다. 실제로 최근 진행 중인 이슬람교 관련 갈등이 뉴스를 달궜다. 대구 대현동 이슬람 갈등이 그것이다.(하태경, “대구 이슬람 사원 반대 주민 울분에 공감” | 뉴스민 (newsmin.co.kr) )
이제 이슬람교와의 화합은 피할 수 없는 미래가 되었다. 하지만 이슬람에 대한 한국인의 편견을 단숨에 걷어 없앨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때 책 ‘종교 너머 도시’는 이 상황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이 책은 이슬람 문화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높일 목적에서 출판되었다. 이슬람 문화를 배울 때 당연히 이슬람교의 내용을 전면에 배치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종교에 포커스를 두는 것이 아닌, 이슬람 문명권에서 상징적이고 가치 있고 또 번성한 도시들에 포커스를 맞췄다. 이는 이슬람교의 관습, 예법, 기타 규정들을 설명하는 것을 지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신 도시의 역사, 특징, 인문 사회적인 문화를 철저히 파고들었다. 그 결과 딱딱한 이슬람교 설명서가 아니라 흥미진진한 도시 성장기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동시에 이슬람의 문화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는데 큰 역할을 한다. 아마 독자가 이 책을 덮을 무렵에는 이슬람 문명의 경이로운 측면에 감탄하고 스스로 편견에서 빠져나오리라 생각한다.
도시, 인문 사회의 용광로
책 ‘종교 너머 도시’는 이슬람 문명권에 대한 경이로운 발자취를 탐사하는 것이 제1의 목표이다. 하지만 다른 목적도 있는데 이는 도시 하나하나를 설명하면서 강조하는 융합과 창조의 관계이다. 책은 다마스쿠스를 시작으로 예루살렘, 카이로, 야콘, 바그다드, 사마르칸트, 이스파한, 쿠알라룸프루, 네옴시티 등을 소개한다. 이 도시의 공통점은 모두 한 시대를 풍미한 도시라는 점이다. 책에서 열거한 도시들은 언젠가, 혹은 지금도 그 지역 혹은 세계 전체에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이들이 이토록 강한 힘을 거머쥐고 흥성한 이유는 바로 타인을 배척하지 않는 융합의 자세를 견지했기 때문이다.
융합은 창조, 혁신을 낳고 엄청난 힘을 방출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상술한 도시들은 각자 전성기의 국가에서 수도 역할이나 그에 준하는 역할을 하면서 많은 이들을 받아들였다. 이때 사람을 가려 받지 않았다. 오히려 국가는 이러한 다민족 융합 도시를 지향했다. 그러자 종교와 문화가 서로 다른 이들이 한 곳에 모여들었다. 이슬람교인은 당연하고 기독교, 가톨릭, 여러 소수 종파들로 인산인해가 된 도시는 용광로와 같았다. 용광로가 값어치 있는 철을 생산하듯, 도시도 똑같은 일을 했다. 바로 문화 창조이다.
예를 들어 사마르칸트의 건축물을 들 수 있겠다. 티무르 제국의 지배 하에 전성기를 맞이한 도시 사마르칸트는 정복 전쟁 등으로 인해 몰려든 장인들로 북적였다. 제국의 지배자들은 이들을 활용해 도시 곳곳에 사원과 마드리사, 영묘 따위를 지었다. 이러한 랜드마크의 건설은 자연스럽게 타 문화가 섞여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사마르칸트의 건축물은 여타 문화권과 다른 새로운 건축문화를 창조할 수 있었다.
문화 창달은 그 도시의 역량, 가능성을 보여주는 척도이다. 더 나아가 이를 장려한 국가의 번영과도 연관된다. 이를 똑똑히 안 국가들은 너도나도 전성기에 세계 도시를 건설하려고 노력한 것이다. 처음에는 어떤 도시 하나가 지리적 이점 덕분에 여러 사람이 모여 다양함을 포용하고 점점 강해 졌겠지만, 그걸 바탕으로 강해진 국가는 또 다양성을 장려하게 되었다. 마치 서로 양성 되먹임 관계처럼.
어쨌든 이러한 번영의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당연히 다양성의 존중이다. 소수자의 배려가 부족한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내용의 책이 출간된 까닭은 바로 이런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우려는 것은 아닐까. 반면교사를 보자. 현재 예루살렘을 차지한, 이스라엘은 다양성을 부정하고 팔레스타인 이슬람인들을 배척하는 상황이다. 이곳은 시시때때로 충돌이 일어나고 허구한 날 사람이 죽어나간다. 강대했던 역사의 한 때가 마치 신기루인 것처럼 지금은 갈등의 장이 되어버린 예루살렘의 모습은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 지에 대한 타산지석이 된다.
종교 너머 도시, 도시 너머 미래
지금까지 이 책 ‘종교 너머 도시’에 대해 적어보았다. 이 책은 도시를 중심으로 이슬람 문화권을 조망한다. 익숙하지 않은 문화권을 재미있는 도시 이야기로 바꿔 독자를 유혹한다.
한편 책은 도시의 성공 역사를 읊으면서 도시 너머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미래상을 제시하고 있다. 다민족, 다종교를 지양한 용광로와 같은 도시는 하나의 도시를 너머 이를 소유한 국가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전파했다. 이런 모습은 현재의 한국 사회와는 전혀 다르다. 신문지상에서는 연일 누구와 누구의 갈등이 회자된다. 해결 기미도 보이지 않고 평행선을 달리는 갈등 상황을 보고 있자면 답답하기만 하다. 내일은 또 어떤 갈등이 붉어져 나올지 암담할 뿐이고.
그렇기에 이 책은 결국 우리의 미래를 경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도 긍정적인 한국의 미래를 꿈꾸려면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사회를 건설할 필요가 있다. 그 필요를 이 책이 증명한다.
- 저자
- 김수완
- 출판
- 쑬딴스북
- 출판일
- 2023.05.19
이 책은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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