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책 서평 바로가기
나의 가해자들에게 (씨리얼, 알에이치코리아)
오늘도 누군가 괴롭힘을 당했을 것이다. 학교 폭력 얘기다. 최근 몇 년 간 잔인한 학교 폭력 사례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하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분노는 일시
smallreader.tistory.com
나는 아동학대에서 아이를 구하는 케이스워커입니다 (안도 사토시, 다봄)
서론 아동학대 문제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도 마찬가지다. 사람 사는 사회가 다 비슷비슷하듯 아동학대 문제도 어디를 가나 존재한다. 이 책 ‘나는 아동학대에서
smallreader.tistory.com
희망은 뇌 과학에 있다

이번에는 괴롭힘을 말하려고 한다. 그러려면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어른이 되어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이 이야기는 한국을 너머 전 세계의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이 드라마는 곧장 우리 사회의 민감한 문제를 들춰냈다. 바로 괴롭힘이 그것이다. 드라마는 그저 픽션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절망적인 현실을 국민에게 만천하에 드러냈다. 드라마 덕분에 하나 둘 수면 아래 가려진 학대 사건이 떠오른 것이다.
현실은 드라마보다 잔인했다. 드라마라서 과장했으리라 여겼던 장면들은 실은 실제 사건의 발끝도 따라잡지 못했다. 참혹한 건 괴롭힘의 과정만이 아니었다. 끝내 복수를 이뤄낸 ‘더 글로리’의 주인공은 차라리 행복한 결말이었다. 현실의 피해자들은 드라마와는 정반대로 복수는커녕 승승장구하는 가해자를 보며 밑바닥에 처박혔다. 때맞춰 드러난 이른바 ‘정순신 사태’가 현실을 보여줬다. 권력가, 유력자, 검사인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은 가해자로서 그야말로 피해자 하나의 인생을 나락으로 끌어내렸다. 반면 그럼에도 가해자는 제 아비의 힘으로 훨훨 날아 정직과 상식, 공정을 비웃고 당당히 서울대에 입성했다. 이런 괴담을 한국 사회, 기성세대는 현실로 만들었다. 그리고 오늘도 이런 괴담은 흔해 빠질 정도라 이제 식상할 지경이다.
소개할 책 ‘괴롭힘은 어떻게 뇌를 망가뜨리는가’는 이런 괴롭힘, 사회 부조리의 피해자인 저자가 어떻게 현실을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하며 쓴 글이다. 저자 ‘제니퍼 프레이저’는 학교에서 학대로 고통받은 아이의 부모이다. 또한 본인은 과거 성희롱과 모욕 등을 교사에게 받은 괴롭힘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더불어 교장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결국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학생의 교사였기도 했다. 그녀만큼 괴롭힘의 문제에 정통한 이가 있을까. 이런 혼란 상황에서 저자는 우연히 괴롭힘 문제의 해결 실마리를 붙잡는다. 바로 신경가소성이 그것이다.
그녀는 현대 뇌 과학의 빛나는 성취가 괴롭힘이라는 문제 자체를 해결할 방법이라 여긴다. 지금까지 괴롭힘의 문제가 발생한 건 바로 현대 사회의 괴롭힘 문제 상황과 이를 지속게 하는 사고, 즉 ‘괴롭힘의 패러다임’ 때문이었다. 이 패러다임 속에 빠진 상황에서는 괴롭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계속 반복될 뿐이다. 하지만 뇌 과학에서 밝혀낸 신경가소성이라는 뇌의 능력은 현재까지 괴롭힘 문제를 대처한 방식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이러한 시각을 기반으로 저자는 ‘공감 패러다임’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책은 현재 신경 과학 분야의 권위자 ‘마이클 메르체니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그를 포함해 수많은 분야의 학자, 전문가, 교육활동가 등이 그녀의 주장에 힘을 싣는다.
책은 괴롭힘의 패러다임을 소개하고 이를 반박한다. 더불어 괴롭힘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아픔을 덜어주기 위한 실천 방법을 순서대로 알려준다. 이 방법은 인간의 뇌가 어릴 때 성장, 변화, 발전하고 그 이후로는 불변한다는 통념을 반박하며 뇌가 언제든지 시간, 노력, 연습을 통해 변할 수 있다는 ‘신경가소성’ 개념을 바탕으로 한다. 이는 뇌가 계속 사용하는 신경망은 창조, 발전, 강화하고 의식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신경망은 점차 없어져서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괴롭힘으로 인해 다친 뇌는 부정적인 신경망으로 가득하다. 그런데 신경가소성이라는 개념은 이 ‘다친 뇌’를 치유할 수 있다는 희망을 드러낸다. 괴롭힘으로 상처 입은 뇌를 긍정적인 신경망을 의도적으로 만들고 강화한다면 피해자가 근본적으로 괴롭힘 문제로 인한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
책은 이러한 해결책을 풀어서 서술하고 있다. 괴롭힘 문제를 다루지만 다른 시각을 원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뇌 과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새로운 ‘공감 패러다임’을 잘 이용할 수 있다면 현재의 암담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 여긴다.
- 저자
- 제니퍼 프레이저
- 출판
- 심심
- 출판일
- 2023.04.05
이 책은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서평단 당첨 (홍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교 너머 도시 (김수완, 쑬딴스북) (0) | 2023.07.04 |
---|---|
교육이 없는 나라 (이승섭, 세종서적) (2) | 2023.05.07 |
오후도 서점 꿈 이야기 (무라야마 사키, 클) (0) | 2023.04.18 |
돼지똥통에 빠져 죽다 (생명평화아시아, 도서출판 참) (4) | 2023.01.12 |
[서평] 전쟁을 짊어진 사람들 (안드레이 클류치코 외 6인, 스리체어스) (0) | 2022.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