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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마약 변호사를 하는가 (안준형, 세이코리아)

작은독서가 2024. 1. 3. 21:59

출구는 곁에

책 '나는 왜 마약 변호사를 하는가' 종이책 표지 사진



지난주, 배우 이선균 씨의 자살 사건이 있었다. 마약 사건으로 수사를 받은 지 불과 몇 달 뒤였다. 연예인의 마약 사건은 그럴 것 같지 않던 사람도 처벌을 받은 전례가 있었다. 이 사건도 그중 하나겠거니 했다. 이후 그에 대한 마약 수사는 곧 기억에서 잊혔다.

 

그의 자살은 그래서 충격이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 했다. 많은 사람들은 끝내 자살로 막을 내린 비극적인 인생을 안타까워했다. 그 순간 나는 책 ‘나는 왜 마약 변호사를 하는가’를 읽고 있었다. 우연히 읽고 있는 책이 갑작스레 사회적 화두와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나는 속보 뉴스와 이 책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리고 의문이 들었다. 마약 범죄는 도대체 왜 이렇게 한 사람의 인생을 파멸로 이끄는 걸까. 아무리 범죄라 해도 이건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닌가.

 

책 ‘나는 왜 마약 변호사를 하는가’는 마약 전문 변호사 ‘안준형’ 씨의 저서이다. 그는 이 책에 언젠가 마약 범죄에 마주할지도 모를 가족, 친지 등 주변인이 아무것도 모른 채 범죄를 맞닥뜨리지 않기를 하는 바람을 담았다. 또한 마약 범죄자에 대한 과도한 낙인, 혐오, 그리고 배척을 지양하자는 주장도 더한다.

 

이 책은 마약 범죄자가 나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들이 죄의 무게보다 훨씬 무거운 낙인을 짊어진다는 점을 꼬집는다. 원인은 무엇일까? 이는 마약을 다루는 한국 사회의 태도이다. 한국에서 언론은 마약 범죄를 자극적으로 부풀린다. 경찰은 강압, 비아냥, 유죄 추정 등 행위를 버젓이 저지른다. 일반 대중은 이에 동조해 마약 범죄자를 물어뜯는다.

 

있지도 않은 사실을 짜깁기하여 60여 명이 마약을 흡입하고 문란한 파티를 했다고 거짓말을 하는 기자. 변호사를 부른 것을 가지고 유죄를 의심하는 언행을 대놓고 하는 경찰. 사실인지 아닌지는 별 관심도 없이 유죄추정하여 사람의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일반 대중. 그리고 이러한 행동에 일말의 죄의식도 없는 사회. 이 상황은 마약 범죄를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게 만든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이런 반인권적 행위가 아니다. 우리는 그들을 도와야 한다. 마약으로 망가진 삶을 정상적으로 회복하는데 곁에 있는 사람이, 그가 소속된 집단과 사회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른다. 책은 사례를 통해 마약 중독자 곁의 부모가 어떤 노력을 통해 기적과도 같은 기회를 얻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많은 마약 중독자 부모들은 제 자식을 외면하고, 더러는 감옥에 보내는 것이 최선이라 여긴다. 하지만 책에는 부모는 자식을 위해 생업을 포기하고 수기로 일지를 적으면서 꿋꿋하게 자식을 돌보는 사례가 나온다. 누군가는 마약을 끊어내는데 그런 관심과 사랑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각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의지는 사랑과 관심으로 더 강해질 수 있다. 그랬기에 이 사례의 주인공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기회를 법정에서 얻게 되었다.

 

중독자는 죽도록 마약을 끊어내고 싶어 한다. 다만 마약의 중독성이 단순히 개인의 의지로는 안 된다. 만일 이들을 외면한다면, 또한 그게 그들을 위하는 거라 착각한다면 결국 마약 중독자는 홀로 고군분투하다 다시금 약에 손을 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런 사회에 사는 우리는 결국 사회가 마약 범죄를 양산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우 이선균 씨의 자살 사건은 마약 사범에 대한 우리의 지독한 편견을 드러낸다. 심지어 그는 아직 범죄를 저질렀는지 알 수 없는 수사 중이었음에도 그걸 버티지 못해 죽었다. 그의 죽음은 우리가 이 문제를 잘못된 방식으로 다루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한다.

 

책에는 다양한 마약 범죄자들의 이야기가 있다. 그들은 우리와 그리 다르지 않다. 흔히 범죄자 하면 떠오르는 험상궂은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이는 이 문제가 결코 배제와 차별로 풀어낼 수 없음을 암시한다. 이번에 소개한 책 ‘나는 왜 마약 변호사를 하는가’는 이 점을 강조한다. 이 책의 독자들은 부디 마약 범죄자에 대한 과도한 편견을 버리고 이해하려는 자세를 갖길 바란다.

 

이 책은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