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헌책방 하나가 있다. 그곳 주인은 헌책을 사고팔기도 하지만, 독특한 일 하나가 더 있다. 바로 헌책 중 원하는 서적이 있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찾아 주는 일이다. 그 대가는 바로 손님의 사연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주인의 수첩에 빼곡히 적혀 언젠가 세상에 나올 날을 기다리고 있다.
소설의 도입부와 같은 이 이야기가 사실은 소설이 아니라면 어떨까. 우리들 곁에도 이런 낭만적인 헌책방 주인이 있다. 바로 책 ‘헌책방 기담 수집가’의 저자 ‘윤성근’씨이다. 언뜻 보면 소설 같은 이 이야기는 몽땅 다 사실이다. 하지만 소설이 아니라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소설만큼 재미있는 현실 이야기이다.
책은 저자가 겪은 사연을 하나 씩 풀어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우선 찾아야 할 책을 보여주고, 이에 대한 과거 이야기를 주르륵 훑는 식이다. 상당히 많은 사연들이 있는데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헌책방을 찾는다. 나이 지긋한 할머니 한 분이 오실 때도 있고, 젊은 부부가 찾아올 때도 있다. 책 한 권을 몽땅 외워 다니는 기인도 있고,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도 있다. 손님들의 다양함은 곧 주인의 수첩에 적힌 사연의 다양함을 보장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웃기고, 슬프고 또 기쁘며 교훈적이다. 덧붙여 이들의 책을 찾기 위한 주인장의 요령과 인맥, 노고도 재미있다.
그들의 사연을 읽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지만, 이 책은 책 자체를 홍보하는 역할도 한다. 한 이야기가 시작될 때마다 책이 등장하는데 사연이 굳이 책 내용과 관련이 없는데도 ‘한 번 읽어볼까.’라는 생각이 든다. 대체 이 책은 뭔데 이런 사연이 있는 건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 책들은 모두 옛날에 나온 책이니 새롭게 출판하거나 절판된 것도 많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궁금증을 달래야 하나. 답은 하나다 헌책방에 가봐야지.
그렇다. 이 책을 읽으면 어쩔 수 없이 헌책방(알라딘 중고서적 같은 데 말고)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충만해진다. 요즘 헌책방이 많이 사라지는 추세이다. 만일 이 책을 읽고 헌책방 투어를 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서두르시길 바란다. 필자도 이만 헌책방을 찾으러 가보련다.
추천 독자
책 ‘헌책방 기담 수집가’는 저자의 기담 수집용 수첩에서 갓 나온 따끈따끈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만일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생각보다 사람은 다양한 것 같다. 이 책의 사연들은 물론 엄선했겠으나 하나도 빠짐없이 특별하다. 이게 수필이 아니라 소설이라고 해도 깜박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한편 헌책방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께는 미안하지만 이 책을 권하지 않는다. 헌책방이 제목에 들어있으나 주된 내용은 ‘기담’이고 주인과 손님의 일화다. 헌책방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곁다리일 뿐이다. 그러니까 ‘기담’을 원하는 분들이 아니라면 굳이 책을 추천하지는 않는다.
- 저자
- 윤성근
- 출판
- 프시케의숲
- 출판일
- 2021.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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