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서평

[소개] 동물농장 (조지 오웰, 코너스톤)

작은독서가 2022. 11. 18. 06:12

책 '동물농장' 전자책 표지 사진

책 소개

이렇게 재미있는 정치물이 또 있을까? 으레 복잡한 수 싸움이 나와서 어렵게 느껴지는 정치 풍자극을 이렇게 쉽게 이해할 수 있다니 놀랍다. 책 ‘동물농장’에 대한 이야기이다. 정치 풍자 문학 중 고전하면 곧장 이 책이 떠오를 정도로 모르는 사람 없는 유명한 책이다. 설혹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도 책의 제목이나 저자 조지 오웰의 이름은 들어보았을 테다.

 

책 ‘동물농장’은 동물을 의인화한 우화다. 책은 한 농장에서 일어나는 동물들의 각성과 혁명, 갈등과 부정부패 그리고 마지막에는 반동으로 이어지는 내용이다. 구체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동물농장이 사람 ‘존스’가 소유하고 있을 때(당시 이름은 장원 농장이다.) 동물들은 하층 계급으로 착취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늙은 돼지 ‘메이저 영감’의 연설로 정치적 각성을 이룬 동물들은 오래지 않아 존스와 그 일당, 즉 사람들을 쫓아내는 데 성공한다. 동물은 승리를 자축하며 이 위대한 사건을 기억하려는 의도로 농장의 이름을 ‘동물농장’이라 바꾼다. 동물들은 이제 인간과 같은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며, 더 나아가 인간을 동물의 적으로 선포한다.

 

그러나 혁명의 순수함은 이내 빛이 바랬다. 혁명의 주체가 된, 그리고 다른 동물보다 뛰어난 지능을 가진 돼지들이 평등을 기초로 한 농장의 이념을 스스로 깨고 점차 농장의 실세로 군림한다. 그들은 자기 내부의 정치적 갈등을 폭력적 방식으로 해결하고 여타 동물의 언로를 막는다. 돼지 이외의 동물들은 왜곡, 세뇌, 회유, 기만, 폭력, 무력 등으로 인해 점점 삶이 팍팍해지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돼지는 인간이 돌아오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을 주장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한다. 아둔한 동물들은 불쌍하게도 이를 직접적으로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고 순응한다.

 

돼지의 이런 타락은 인간을 적대시하는 혁명의 본질마저 슬금슬금 깨버린다. 이게 참 압권이다. 슬그머니 인간의 문화를 따라 하던 돼지가(인간과 거래를 하고, 돈을 쓰고, 인간 집 ‘농가’를 사용하는 등) 점점 그 수위를 높여간다. 그러다 인간의 가장 큰 상징, 바로 직립보행마저도 따라 한다. 노골적으로 ‘두 발’로 서서 마을을 행진하는 상황은 충격적이다. 이후 돼지는 그들이 그렇게 혐오하던 인간과 똑같은 길을 걷는다. 아니, 어느 지점에서는 인간보다 더 악랄하게 변한다. 주변의 그 어떤 농장보다 투입은 적게 하고(가령 밥을 적게 준다든지 하는 것) 산출은 비약적으로 늘린 것이다. 이로 인해 타 농장주들이 경탄하고 자신들이 당장 제 농장에 써먹어도 좋을 모범이라고 할 정도로.

 

결국 마지막에 주변 인간과 정식으로 교류하기 시작하는 돼지들은, 동물농장을 다시 장원 농장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반동을 완성한다. 이들은 어떤 동물보다 ‘더 평등한’ 동물, 즉 상위 계층으로 올라선다. 그런 돼지들에게 다른 농장주는 자신과 돼지가 직면한 문제가 같다고 한다. 상위 계층으로서 하위 계층을 다스리는 것 말이다. 이 모습을 몰래 훔쳐보던 다른 동물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눈에 비친 돼지의 모습은 더 이상 그들의 동료가 아니었다. 도리어 타도해야 할 대상인 인간과 너무도 흡사했다.

 

조지 오웰의 책 동물농장이 세상의 고전이 된 까닭은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인간의 정치 현실을 우화로 바꿔 자칫 진부하게 느낄 수 있는 내용을 참신하고 세련된 이야기로 탈바꿈했다. 더불어 우화의 형식을 차용해 책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심지어 책 내용은 어린이들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깊이는 결코 얕지 않다. 많은 생각할 거리를 담고 있다.

 

다음으로는 비유와 상징의 다채로움을 들 수 있겠다. 특히 책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그 자체로 상징이다. 예를 들어 돼지는 혁명의 순수함을 잃고 타락한 인간을 표현한다. 특히 그들의 살집은 점점 불어나는데 이는 과거 자신들이 쫓아낸 인간의 탐욕을 시각화하는 장치다. 책 말미에 턱에 살집이 두툼하다 못해 겹겹이 쌓여있는 모습은 극에 달한 부정부패와 타락을 상징한다. 한편 말, 특히 등장 동물(?)인 ‘복서’는 순수함과 무지함의 경계에서 뚜렷한 목적 없이 권력자의 의지를 따르는 일반 대중을 상징한다. 이들은 불행히도 자발적으로 제 스스로를 혹사한다.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지만 정치가 어떻게 흘러가든 무시하고 내일은 더 나을 거라며 스스로를 달래는 모습이 안쓰럽다. 결국 돼지의 농장에서 죽을 만큼 일하다 필요 없어지자 말 ‘복서’는 도살장으로 끌려가 죽게 된다. 이는 마치 쓸모없어지면 사회에서 소외되는 평범한 인간의 모습과 흡사하다. 이외에도 권력자의 무력을 상징하는 사나운 개, 정치인의 거수기로 세뇌돼 끊임없이 멍청하게 제 권력자에 아첨하고 무한 지지를 하는 인간을 의미하는 양, 염세주의에 빠져 세상의 변화에 방관하는 지식인을 뜻하는 당나귀 ‘벤저민’ 등은 다양한 상징이다.

 

이쯤 해서 어째서 조지 오웰은 이러한 정치 풍자 우화를 쓰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혁명 이후 동물들은 서로 동무 동무하며 부른다. 이제는 거의 쓰지 않는 단어이고 써봤자 북한에서나 쓸 법한 동무라는 단어를 보면 동물농장이 어디를 모티브로 했는지는 짐작할 수 있다. 공산주의, 구체적으로는 이 이념의 중심 국가인 소련이 바로 동물농장의 현실이다. 이를 알고 책을 다시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다. 동물농장의 혁명 역사 그 자체는 바로 소련이 탄생하고 스탈린의 독재로 귀결된 조지 오웰 당대의 소련 모습과 판박이라는 것이다. 동물농장에 등장하는 동물 가운데 주된 동물들은 모두 당시 소련의 주요 인물과 1대 1로 대응한다. 예컨대 돼지 스노우볼은 트로츠키, 돼지 나폴레온은 스탈린처럼 말이다. 따라서 동물농장의 재미를 제대로 느끼려고 한다면 러시아 혁명부터 스탈린의 철권통치 시기까지의 러시아에 대해 약간이나마 아는 것이 좋다. 이런 배경지식을 알고 나면 이전보다 깊게 글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동물농장(코너스톤 세계문학 컬렉션 1)
《동물농장》은 스탈린주의와 전체주의에 대한 경고를 함축적으로 담아낸 정치 우화로, 오웰이 미래 세대에 남긴 경고와 희망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국내 조지 오웰 전문가인 박경서 교수의 꼼꼼한 해설을 실어 오웰의 작품 세계를 풍부하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저자
조지 오웰
출판
코너스톤
출판일
2015.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