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서평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 (스미노 요루, 소미미디어)

작은독서가 2023. 2. 3. 01:41

<당신의 행복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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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 전자책 표지 사진

행복을 찾기 위한 어린아이의 분투기

행복을 정의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우리가 행복을 찾는 노력은 언제나 겉돈다. 특히 행복은 사람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같은 사람이라도 시간에 따라 휙휙 바뀐다. 그래서 더 찾기 어렵다. 주변 친구들의 해답을 힐끗 보고 베낄 수도 없으니까. 요행을 바라기도 힘들다.

행복 찾기를 먼저 이야기한 것은 책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가 한 아이의 행복 찾기 여정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고야나기 나노카’라는 초등학생이다. 그 나이 또래와 다르게 조금 맹랑한 구석이 있는 아이다. 그런 탓에 같은 학급 아이들 중 친한 아이는 한 명도 없다. 당연히 대화를 나눈 아이는 손에 꼽을 정도다. 학교에서 그녀와 대화를 가장 많이 한 이가 담임인 히토미 선생님이다. 주인공의 상황은 이 정도면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다만 친구가 없는 건 아니다. 학교 밖에 있을 뿐. 꼬리 잘린 고양이 한 마리, 우연한 기회에 만난 아바즈레 씨, 이름 모를 할머니 한 분, 그리고 미나미 언니. 나노카는 고양이와 함께 친구인 그들을 만나면서 시간을 보낸다. 대화도 하고 게임도 하고 또 맛있는 간식도 먹는다. 나노카는 학교 친구들과 쌓지 못한 친근함을 그들에게 느낀다.

이야기는 학교 수업에서 시작한다. ‘행복’이 무엇인지. 자신의 행복은 어떤 것인지 찾고 발표하는 장기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영리한 우리 주인공 나노카는 선생님도 학생들도 듣고 깜짝 놀랄만한 자신의 행복을 찾아 발표하기로 결심한다.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

나노카의 행복 찾기는 곧 벽에 부딪힌다. 하지만 괜찮다. 그녀에게는 똑똑하고 믿음직한 친구들이 있다. 아름다운 모습과 행동에 본받고 싶은 아바즈레 씨. 항상 맛있는 간식을 만들어주는, 그리고 가만가만 나노카의 말을 꼼꼼히 듣고 답해주는 할머니. 그리고 중간에 만난, 멋진 이야기를 쓰는 작가 ‘미나미 언니’. 이들에게 나노카는 행복이 무엇인지,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이 어떤 것인지 이야기를 나눈다. 나노카 자신의 행복 찾기에 어떤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나노카는 자신이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아는, 그래서 다른 이의 도움을 구할 정도로 똑똑한 아이다.

그들은 나름대로 자신만의 행복을 생각한다. ‘내가 여기 있어도 된다고 인정받는 것’이라는 미나미 언니. ‘행복이란 누군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라는 아바즈레 씨. 그리고 ‘행복은 희망으로 빛나는 너의 것’이라 말하는 할머니. 그들이 하는 조언과 행복에 관한 생각은 나노카의 생각과 행동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희한하게도 딱 나노카가 처한 상황에 맞는 적절한 조언인지라 그녀는 행복 찾기를 진행하면서 앞을 가로막는 문제들도 능숙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행복은 ‘자신’이 찾아야 한다. 주인공의 말마따나 그들의 행복은 자신의 그것을 찾기 위한 힌트일 뿐이다. 나노카의 갈등 상황에 선택과 행동을 위한 도움을 주기는 했지만, 결국 그건 ‘현재’ 나노카의 행복은 아니었다. 최종 발표일이 될 때까지 자신의 행복이 무엇인지 찾아야만 했다.

한편 나노카의 주변에 깜짝 놀랄만한 일이 계속 발생한다. 마치 마법처럼 자신의 학교 밖 ‘친구’들이 사라지는 것이다. 나노카가 친구들의 조언을 듣고 ‘선택’을 하는 순간 그녀들은 사라졌다. 부모와의 다툼으로 골이 잔뜩 난 상황에서 미나미 언니의 조언은 가족과의 화해를 이끌어냈다. 그런데 이후 미나미 언니는 사라져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아바즈레 씨도 마찬가지이다. 제 성격 탓에 학교에서 고립된 나노카는 그녀의 조언으로 사람과의 인연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적어도 자신의 한 편이 되어 줄 사람이 있는 편이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아바즈레 씨도 문제가 해결되자 사라진다. 그것도 아예 없던 인간이 된다. 매번 만났던 집은 다른 이의 집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상 상황에 나노카는 겁을 먹는다. 이제 친구는 꼬리 잘린 고양이 한 마리와 할머니뿐. 그런데 할머니는 행복 찾기 수업이 막바지로 치닫는 상황에 반응하듯 점차 잠에 드는 시간이 많아진다. 나노카는 잠을 자는 할머니를 계속 찾아가지만 이제 볼 수 있는 건 할머니의 잠을 자는 모습뿐이다.

그리고 마지막, 행복 찾기 발표일 전날에 나노카는 할머니의 집에 간다. 평소와 달리 그녀는 깨어있다. 마지막이라는 말을 하지만 나노카는 그걸 이해하지 못한다. 할머니는 나노카가 질문했던 ‘행복’이 무엇인지 말해준다. 오랜 숙고 끝에 낸 대답은 그녀가 단박에 이해할 수 있는, 하지만 가치 있는 말이었다. 다시 잠에 빠져드는 할머니를 뒤로 한 채 그녀는 집을 빠져나온다. 그리고 할머니도 사라진다. 꼬리 끝이 잘린 고양이와 함께. 바람과 함께 집은 통째로 원래 없었던 것처럼 텅 빈 공터로 바뀌어 있게 된다. 이제 나노카의 친구는 모두 사라졌다. 새롭게 생긴 학교 친구를 제외하고.

그 순간 나노카는 이 마법 같은 상황을 이해한다. 이후 그들의 존재가 누구였는지 알아차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나노카는 미나미 언니, 아바즈레 언니를 본다. 바로 거울에서. 자신의 얼굴을 비추는 그 거울을 통해서.

그랬다. 언젠가 같은 꿈을 꾸었어. 책의 제목이자 이야기 곳곳에서 나오는 이 말이 힌트였다. 나노카가 만난 친구들은 꿈을 통해 기적처럼 연결된 평행세계의 자신이었다. 잘못된 선택으로 후회를 안고 살아갔던 그녀의 다양한 미래 중 하나였다. 언젠가 꿈을 꾸었듯 그녀는 마법 같은 경험을 했다.

 

행복은...

과거를 생각하고는 한다. 살면서 많은 선택을 했다. 선택만큼 많은 후회를 했다. 그보다는 훨씬 적지만 가치 있는 무언가를 얻기도 했다. 그중에 행복도 불행도 있다.

우리의 선택은 결국 우리의 행복과 직결된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해 내놓는 결과가 행복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우리 모두 선택을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사서 고생하고 불행하기 위해 사는 건 아니니까. 그렇지만 선택의 결과를 우리가 미리 알 방법은 없다. 행복과 불행은 선택 이후에야 그 결과를 알 수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그때 이렇게 했으면 지금은 안 이럴 텐데. 이렇게.

책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는 우리가 상상밖에 할 수 없는 그 일, 과거의 선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얻은 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미래에서 과거로 이동한 그들은 주인공 나노카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면서 자신이 후회하는 과거를 바꾼다. 이는 나노카가 흥얼거리는 노랫말 ‘그러니 내 발로 찾아가야지.’와 딱 알맞다.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 건 바로 이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미래의 일은 정해진 길이 있는 건 아니라는 것. 나노카는 분명 자신의 미래를 만났지만 결코 그들과 같은 미래를 맞이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이 한 선택을 주인공 나노카는 하지 않았다. 즉 선택의 갈림길에서 제대로 행동한다면 미래는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편 이 책을 읽고 행복은 결국 어린 시절부터 똑바로 선택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할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책의 중심 내용은 불행한 미래의 자신들이 과거의 자신을 만나 가장 후회스러웠던 선택을 뒤엎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잊지 말자. 어른인 그들도 또한 어린아이인 고야나기 나노카를 만나고 놓아버린 자신의 행복을 다시 붙잡는다. 예컨대 우리의 작은 주인공 고야나기 나노카는 ‘미나미 언니’에게 소설을 계속 써서 작가가 되기 위한 힘을 주었다. ‘아바즈레 씨’에게는 자신 곁에 아무도 없어 자포자기한 삶에 직접 끼어들어 다른 이와 관계를 맺는 것의 기쁨을 알려준다. 이들이 어린 나노카의 인생을 바꿨지만, 동시에 나노카 또한 자신의 미래일지도 몰랐던 그들의 미래를 바꿨다. 행복으로. 따라서 어른이고 또 후회하는 선택을 많이 했어도 우리는 행복을 위해 다시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음을 여기서 알 수 있다.

나노카의 곁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친구, 할머니는 말했다. 이 말은 주인공에게 하는 말이면서 동시에 독자인 우리에게 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 말을 끝으로 이 글을 마친다.

잘 들어라, 나노카. 인생이란……. 전부 다, 희망으로 빛나는 지금 너의 것이야.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노블판)
스미노 요루의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노블판)』.자타공인 똑똑하고 당돌한 소녀 고야나기 나노카는 학교 안에는 이렇다 할 친구가 없지만 학교 밖에는 친구가 많다. 까칠하고 도도하며 꼬리가 반으로 잘린 고양이 ‘그녀’, 예쁘고 상냥하며 함께 오셀로 게임을 해주는 언니 아바즈레 씨. 그리고 항상 맛난 과자를 구워주고 함께 소설 이야기를 하는 할머니. 그리고 버려진 집 옥상에서 마주친 고등학생 미나미 언니. 학교 수업 연구 주제인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친구들과 함께 생각하며 하루하루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나노카. 그러던 어느날, 옆자리 짝꿍 키류가 학교에 나오지 않기 시작하는데…
저자
스미노 요루
출판
소미미디어
출판일
2017.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