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서평

기후변화, 그게 좀 심각합니다 (빌 맥과이어, 양철북)

작은독서가 2023. 8. 29. 11:46

당장 행동하라

책 '기후변화, 그게 좀 심각합니다' 전자책 표지 사진

 

점점 최악으로 간다

이번 여름도 여지없이 폭염이 찾아왔다. 밖에 나서는 것이 두려울 정도의 뙤약볕에 본능처럼 에어컨 주변을 맴돌았다. 그 결과 이전 해보다 에어컨 가동 시간이 크게 늘었다. 그전에도 늘었는데,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내년은 또 얼마나 에어컨을 틀어야 할지 막막해졌다. 그러나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에어컨을 망설임 없이 틀 것이다. 여름을 버티려면 어쩔 수 없다.

 

피부로 느껴지는 폭염은 예전부터 귀가 따갑게 들은 지구 가열화(=온난화)의 결과이다. 그 결과 매년 한국은 다양한 자연재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예컨대 온열질환자 수가 매년 급증하는 문제가 있다. 그 외에도 극심한 가뭄으로 남부 지방은 농업용수 부족, 식수 부족 상황을 겪었다. 한편 아이러니하게도 가뭄이 극심한 중에 태풍은 매년 더 강해져 수해로 인한 피해도 늘었다. 산불은 또 어떤가. 이제 연례행사처럼 대규모 산불이 한 해에 몇 차례나 발생한다.

 

지구 가열화의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큰 불이 난 하와이 산불, 캐나다 산불 그리고 그리스 산불은 지구 가열화가 범지구적 기후 위기임을 증명한다. 특히 하와이 산불의 경우 허리케인으로 인해 불길이 확산되었다. 이 허리케인은 범상치 않은 경로를 따라 이동했는데, 동태평양 이편에서 시작돼 태평양을 서쪽 방향으로 가로지르다가 하와이를 거쳐 결국 태풍 지역으로 넘어가 태풍으로 분류가 바뀌었다. 이 진행 경로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불안정하게 바뀐 대기 환경의 결과이다. 즉 이런 대규모 산불은 사실 인재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번에 소개할 책 ‘기후변화, 그게 좀 심각합니다’는 저자 빌 맥과이어가 현대의 기후변화와 그로 인해 변하게 될 인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기후변화가 우리가 완벽히 산업혁명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밝힌다. 현재의 기후변화는 가장 이상적인 대응으로도 완벽히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인간 사회는 이상적이기는커녕 기후와 관련해서는 의도적으로 최악의 선택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멍청한 선택의 결과는 미래의 끔찍한 상황을 야기한다. 저자는 각종 예측 기법, 모델링, 자료 분석을 활용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보여준다. 누구라도 읽는 내내 암담하게 만들 시나리오이다. 심지어 우리의 기술은 기후변화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다. 즉 예측 시나리오보다 더 가혹한 현실에 직면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실제로 지구는 그렇게 변하는 듯하다.

 

안일한 생각이 위험을 키운다

이번에 소개할 책 ‘기후변화, 그게 좀 심각합니다’는 지구 가열화로 인해 촉발된 기후변화와 이 변화 한가운데 있는 인류 사회의 미래를 예측하고 즉각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 여기서 인류의 미래는 어느 특정 분야만이 아닌, 다룰 수 있는 전 분야를 총 망라한다. 가령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폭염과 해수면 상승, 태풍, 산불 등 곧장 우리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자연재해는 물론이거니와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인 피해도 고찰한다. 가령 폭염으로 인해 가난한 자들은 끔찍한 열기로 죽어가게 된다는 사회의 빈부격차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 폭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 질환과 이걸로 파생되는 여러 문제, 기후 난민의 문제, 기후 변화로 인한 국가 간 전쟁 및 내전 급증 문제 등을 다룬다.

 

이런 들어본 문제든 생소한 문제든 어쨌든 이런 다양한 문제들의 기저에 기후변화가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암울하게 한다. 우리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기후변화는 막을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이미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든 피해를 0으로 만들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기후변화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도록 지연할 뿐이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오는 위기에 비해 사람들의 위기감은 그리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정부. 우리나라를 비롯해 각국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에 미온적이다. 예를 들어 미국 정부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환경 문제에 실질적인 대처를 할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석유 기업의 이익을 위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한국은 또 어떤가. 과연 한국 정부는 기후변화에 떳떳하다 할 수 있는가?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은 듯하다. 예를 들어 최근 개정하려고 하는 자동차세 과세 기준 문제가 있다. 한국 정부는 과세 기준을 바꾼다고 하면서 그나마 친환경적이라 할 수 있는 전기 자동차에 대한 과중한 세금을 매긴다고 한다. 전기차 활성화를 위해 일괄적으로 10만 원이었던 세금을 올린다는 것은 환경에 역행하는 행위는 아닐까. 심지어 기준도 무게 기준으로 한다니. 무게가 무거우면 도로가 망가지기 때문이라는 전문가의 설명을 들었는데, 그저 환경보다 세금을 더 걷고 싶기에 덧붙이는 궁색한 변명은 아닌지 모르겠다.

 

한편 개인 차원으로 봐도 자연을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은 아직 소수인 것 같다. 아직도 비닐봉지를 무료로 주지 않는다고 편의점 점원을 협박, 폭행, 그리고 심지어 테러까지 하는 사람이 있다. 관광 명소나 행사장에서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여름에 가게 문을 활짝 열어두고 에어컨을 최저 온도까지 내려 가동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소한 것들을 따지면서 불편하다고 무시하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적반하장으로 환경을 지키려는 소수의 활동가를 조롱하고 비웃는다. 그 악의가 모여서 지구의 기후변화는 돌이킬 수 없어졌고, 최악을 향해 가고 있는데 말이다.

 

책은 바로 인간이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이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이제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라고 조언한다. 다양한 재생에너지를 통해 전기를 생산할 것. 채식을 통해 육류 소비를 줄여 가축의 메탄 배출을 줄일 것. 화석 연료 관련 기업들을 압박하고 불매해서 사회에서 이들이 휘두르는 막강한 영향력을 줄이고 또 없앨 것. 나무를 많이 심을 것. 기타 등등. 저자가 제시한 방법은 사실 생소하다기보다는 너무 익숙해서 뻔한 느낌마저 든다. 그런데 그 뻔한 일을 불편하고 귀찮아서 하지 않고 있는 우리들은 기후변화의 말로가 두렵지 않은 것인가.

 

덧붙여 저자는 기후변화를 막으려는 기술적, 공학적 방법에 반대한다. 지구 공학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거대한 프로젝트들은 친환경 행위에 부정적인 많은 이들을 끌어들였다. 지금까지 불편하고 불만족한 대책만 쏟아내는 수많은 환경 운동가와 과학자들과는 달리 지구 공학자들은 현재의 삶을 유지하면서도 보다 현명하게 과학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떠들어댄다. 그렇지만 저자는 인간이 파괴한 지구를 다시 인간의 인위적인 힘으로 치유한다는 것에 의구심을 갖는다. 애초에 수많은 변수로 가득 찬 지구 환경을 기술로 극복하겠다는 것은 오만한 발상이며, 오히려 문제를 키울 수 있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불편함을 감수하는 방법뿐이다.

 

우리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가 행동하지 않는다고 기후가 우리가 문제를 깨우치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책은 말미에 가상의 2100년 런던의 상황을 두 가지 버전으로 묘사한다. 하나는 우리가 이상적으로 대처했을 경우, 또 하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을 경우이다. 우리가 행동하지 않았을 때, 런던은 폭염, 홍수, 해안선 상승, 질병, 난민, 기타 자연재해로 인해 생지옥이 되었다. 우리의 귀찮음이 만들어낸 미래 상황을 보면서 우리가 행동해야 할 때라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였다.

 

이제 우리 앞에 주어진 선택지는 죽기 아니면 살기 뿐이다. 특히 이 선택은 우리들 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의 삶까지 좌우할 중대한 선택이다. 아마 누구도 죽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선택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행동이야말로 선택이다. 즉시 행동하라. 그것이 우리를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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