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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아웃 스토리 (성소수자 부모모임, 한티재)

몇 년 전 성소수자의 문제가 화두가 된 적이 있다. 19대 대선 때의 일이다. 토론회에서 동성애 관련 질문이 나왔다. 후보들의 대답은 실망스러웠다. 차별에는 반대하지만 동성애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반대한다는 답변. 이것은 대한민국 성소수자의 실상이었다. 하지만 소수자의 말은 묻혔다. 선거를 위한 어쩔 수 없었다고 납득했다. 성소수자 이슈는 그렇게 반짝 떴다 사그라졌다. 그러나 그들의 존재가 사리진 건 아니다. 매일 누군가는 성소수자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인지한다. 이후 누군가는 커밍아웃을 하고, 누군가는 아웃팅을 당하면서 상처 입고, 누더기가 된 마음을 부여잡을 것이다. 비성소수자들은 그들의 마음을 모른다. 그렇지만 이들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을 향한 혐오가 순식간에 그들의 존재를 덮어버린다. 한국..

전자책/서평 2022.01.17

얼굴 없는 인간 - 팬데믹에 대한 인문적 사유 (조르조 아감벤, 효형출판)

‘생존 외에 다른 인류의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란 어떤 것일까?’ 이번 책 ‘얼굴 없는 인간’은 조르조 아감벤이 많은 비판을 듣는 와중에도 썼던 글들의 모음집이다. 코로나19에 대한 그의 접근은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 생존을 위해 자유를 포기한 우리들을 비판하고, 무의미한 생존이 과연 가치 있는 것인지를 묻는 그의 글에서 우리는 변명할 수밖에 없다. 살려면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냐고 말이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야 하고, 감내해야 살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이다. 하지만 그의 자유에 대한 주장은 우리들을 반성하게 만든다. 그것이 설령 생존을 위한 국가의 의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조르조 아감벤은 누구인가? 이탈리아의 저명한 학자이다. 작가는 팬더믹이 벌어질..

전자책/서평 2022.01.16

비틀리스1, 2 (하세 사토시, 황금가지)

SF, 이제 현실이 될 수 있다. 코로나 19의 등장은 분기점이다. 세상은 이제 바뀌었다. 마스크는 자신의 분신이 되었다. 사람들의 악수가 주먹 인사로,그리고 묵례로 바뀌었다. 기타 등등. 이제 옛날의 일상은 특별함이 되었다. 불과 몇 년 만에 코로나 19 이전의 세계는 영상으로나마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을 뿐이다. 이게 ‘뉴 노멀’이라는 걸까? 이번 서평의 대상은 SF소설 ‘비틀리스’이다. 즉, 미래 세계의 이야기이다. 소설 속 사회가 현실이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코로나 19의 등장을 우리는 예상했는가? 그리고 이후 일어난 사회의 변화, 갈등, 반지성주의, 폭동, 파괴, 충돌을 예언했는가? 우리는 미래는 묻어두고 막연히 낙관하며 살았을 뿐이다. 그런데 그래서 나온 결과는? 코로나 19다. 낙..

전자책/서평 2022.01.10

미래를 위한 새로운 생각 (마야 괴펠, 나무생각)

파괴되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멕시코에서 죽은 우리나라 국민이 있다. 그는 칸쿤에 있었다. 그곳은 WTO 각료회의 중이었다. 그는 모든 것을 걸고 거기 있었다. 칼을 꺼낸 건 순식간이었다. 바리케이드 위로 올라간 그는 망설임 없이 자신의 배를 갈랐다. 이름은 이경해. 나이는 56세. 한국 농촌 어디서든 볼 수 있을 농부 중 한 명. 그는 축산업을 했고, 특히 자연 친화적 축산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그의 삶은 산산이 부서졌다. 소고기가 수입 개방되어 값이 싼 외국산 소고기가 수입됐기 때문이다. 그는 경쟁을 버티지 못했고, 축산업을 그만두었다. 빚도 졌다. 결국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그는 칸쿤에 찾았다. 거기서 그는 자신의 울분을 죽음으로 표현했다. 작가는 그에게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전자책/서평 2021.11.07

저는 왼손잡이도 AB형도 아니지만 (카라타치 하지메, 동양북스)

성은 알면 알수록 복잡하다. 자신도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닫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 성 관련 이야기를 금기시하는 우리나라는 더욱더 어렵다. 우리의 성교육은 현실과 동떨어졌고, 학생들은 교육이 어떻든 신경 쓰지 않는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수업을 계속하는 것이 용할 지경이다. 물론 별 소용은 없다. 이 책은 성 정체성을 고민하는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다. 만화라는 장르도 그렇고, 작가의 의도도 그렇고 주제를 심각하게 묘사하지 않는다. 하지만 묘사가 가볍다고 내용도 가벼울까. 오히려 개인적인 이야기를 털어놓기에 내밀한 마음속까지 훤히 알 수 있다. 성 소수자가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말이다. 작가는 성 정체성에 혼란스러워하는 당사자다. 여성인데도 그 사실을 불쾌해한다. 남자가 되고 싶다는 얘기도 한..

전자책/서평 2021.10.31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김영사)

옛말에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고 합니다. 하지만 틀렸습니다. 이름은 남지 않습니다. 굳어버린 핏자국과 벌레들, 삶의 흔적이 남을 뿐입니다. 그것도 오래가지 않습니다. 작가와 같은 특수청소부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죽음은 공평합니다. 하지만 죽음을 우리는 외면합니다. 두려움 때문이겠지요. 작가는 죽음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좋든 싫든 죽음을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죽음은 개인적인 일입니다. 온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 있습니다. 작가는 타인의 죽음을 보고, 공감하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책은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빼곡합니다. 작가의 경험 중 아주 일부이겠지만요. 읽다 보면 이렇게 다양한 죽음이 있다고 하는 생각을 합니다. 책 내용을 살펴봅시다. 저는 두 사람이 생각납니다...

전자책/서평 2021.10.17

노인지옥 - 세상 밖으로 쫒겨나는 노인들의 절규 (아사히 신문경제부, 율리시즈)

우리 사회는 초고령화 사회로 향하고 있다. 출생자 수가 줄어드는 것을 걱정하는 이 순간에도 노인 인구는 늘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출생률을 생각하는 만큼 노인인구의 증가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만큼 노인에 대한, 노인의 복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적다. 그렇지만 우리들이 이런 태도를 취하는 순간, 지옥은 말없이 우리 눈앞에 성큼 다가올 것이다. 우리는 언젠가 노인이 된다. 그리고 우리는 언젠가 지옥을 목도한다. 지옥이라니. 과장되었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보다 앞서 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노인들에게 지옥이 되어가고 있다. 이번에 읽은 책 ‘노인 지옥’은 바로 이러한 일본의 노인 복지 상황을 고발한다. 지금까지 일본의 노인 복지 시스템이 좋다고 생각하신 분은 주목하시길. 일본의 노인사회는 이미..

전자책/서평 2021.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