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아픔을 외면하지 말라 문득 우리의 ‘공부’는 잘못되었다 생각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공부를 하면 할수록 뭔가 채워진다는 느낌보다는 자꾸만 마음속을 퍼다 버리는 듯 공허함만 남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우리의 공부가 부추기는 지독한 소외였다. 도서관 열람실이든, 스터디카페든 만석인 요즘에 오히려 사람들은 배경처럼 흐릿했다. 그나마 팬이 딸깍이는 소리, 기침소리, 숨소리, 가끔 들리는 코 고는 소리가 이들을 잠시 선명하게 했다. 물론 아주 잠시 뿐. 이내 배경으로 녹아들어 눈에 띄지 않았다.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기에, 나는 그 속에 녹아들었다. 당연히 곧 나는 완벽히 고립됐다. 공부라는 단어는 그래서 당시의 외로움과 불안을 떠오르게 한다. 책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가, 정확히는 그 제목이 나를 ..